쉼터/웃음은?

창폰기

w.j.lee 2023. 10. 16. 13:42

창폰기

20세기에 하나님이 전자회사를 창조하시니라. 

한 세기가 지나 하나님이 핸드폰을 만드시고, 그 등에 배터리를 붙여서 전원이 들어오게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

 

하나님이 핸드폰에 엄청난 양의 메모리를 주시고, 메뉴마다 이름을 붙이면서 그 액정에 '너는 내 것이다'라는 인사 말을 넣으니 보기에 좋았더라.

 

하나님이 핸드폰에게 일러 이르시대 '다른 것은 다 해도 되지만 메뉴 중앙에 있는 정보를 알게 하는 업그레이드 나무의 열매는 접속해서는 안된다' 하시면서, 그리하면 네가 정녕 죽으리라 하시니라.

 

하나님이 지으신 것들 중 문자 메시지가 가장 교활 하더라. 

어느날 핸드폰에 문자 메시지가 와서 유혹하여 이르되

'하나님께서 정녕 업그레이드 나무 열매에 접속하면 죽는다 했느냐,

너희가 접속하면 방대한 양의 정보를 얻으리라'하 거늘,

핸드폰이 궁금도 하고 해봄직도 하여 그만 접속 해버리고 말았더라.

 

그리곤 곧 자신이 벌거벗었다는 사실을 알고 이곳 저곳에 스티커를 구해 붙이거늘,

하나님께서는 화가 나셨지만 참으시고, 가죽으로 만든 옷(핸드폰 케이스)을 입혀주시니라.

 

이로써 핸드폰은 하나님의 명을 거역하기 전에는 배터리 교환이 필요 없더니, 

이후로는 1년에 한번씩 교환을 해야 하고, 끝내는 성능이 다해 죽음에 이르러야 했더라. 

 

세월이 흘러 모든 핸드폰들이 타락하여 온전한 핸드폰이 별로 없더라.
그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모두 액정에 '넌 내꺼야!' '난 어디 든지 갈 수 있어!'라고 쓰고 다닐 뿐만 아니라,

찬란한 핸드폰줄을 달고 다니기가 일쑤였더라.

 

이때 쓰리스타에서 나온 노아핸드폰만이 의로운 자였더라.

 

하나님은 모든 핸드폰들을 물로 멸할 계획을 세우시고, 

노아핸드폰에게 생활 방수용 케이스를 만들게 한 다음, 

그 안에 들어가게 하시고 모든 핸드폰들을 모조리 물로 멸하셨더라.

 

그 후로 핸드폰은 배터리를 하루에 한번씩 충전해야 했고, 마침내는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야 했더라.

 

이 모든 시초는 최초의 핸드폰이 교활한 문자메시지의 유혹에 넘어가 하나님의 명을 거역하고,

메뉴 중앙에 있는 '정보를 알게 하는 업그레이드 나무의 열매'에 접속한 데서 비롯된 것이더라.

 

하나님께서 이르시대 '늘어나는 기능과 넘쳐나는 정보가 너희를 더욱 우매하게 하리라' 하신데,

오늘도 신기종이 쏟아지고, 노아 핸드폰이 일백 일십 세에 죽으매

그 자손들이 그의 몸에 '의로운 핸드폰'이란 표식을 하고 쓰리스타에 입관하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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