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문
모든순례자들이 성경과 함께 읽어야할 책
내 서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벽에 걸려 있는 두 개의 초상화이다.
하나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목사이자 멘토인 찰스 스펄전이고, 다른 하나는 <천로역정>의 저자 존 버니언의 초상화이다.
<천로역정>은 내가 예수를 믿고 가장 먼저 읽은 책이자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은 책이다.
저자 존 버니언을 통해 문학적 상상력을 키워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지금도 읽고 또 읽고 있는 오랜 친구와 같은 책이다.
나는 설교 단상에 처음 오르는 새내기 목회자에게 <천로역정>을 반드시 읽기를 권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우리 인생을 그대로 비춰주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광야를 헤매다가 동굴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거기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하고 짐을 풀었다.
그리곤 깜빡 잠이 들었는 데 꿈을 꾸었다.
지저분한 옷을 입은 남자가 자기 집을 외면한 채 서 있었다.
손에는 책 한 권을 들고 등에는 무거운 짐을 짊어 졌다"로 시작되는 천로역정은,
가난한 땜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그리스도 예수 외에는 내게 아무것도 없다"는 철저한 신앙고백 을 드리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존 버니언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설교하다가 12년 동안이나 옥살이를 할 정도로 버니언의 삶은 특히 예수를 믿은 이후 더욱 고달파졌다.
그런 고난의 시간이 있었기에 천로역정이 그의 손에서 탄생할 수 있었을 것 이다.
이런 존 버니언의 인생은 곧 우리의 인생이며,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의 인생이라 할 수 있다.
인생은 고난의 여정이다.
그렇다고 믿음을 갖는다는 사실이 고난을 면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믿음 때문에 새로운 고난을 받을 수도 있다.
베드 는 "만일 그리스도인으로 고난을 받은즉 부끄러워 말고 도리어 그 이름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벧전 4:16) 고 말했다.
성경은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결코 고난에 대한 면죄부라고 가르친 적이 없다.
그것을 존 버니언은 잘 알고 있었다.
고난을 받을 때 오히려 주께 당당히 영광을 돌리며 살아야 하며, 그 고난의 길을 걸어가야 마침내 승리자가 되는 것을
그는 <천로역정>을 통해 가르쳐주었다.
벌써 10년 전 일이 되었다.
당시 경제위기의 고난으로 너나 할 것 없이 힘들어했던 시절이었다.
나는 오랜 망설임 끝에 이 <천 로역정>을 가지고 새벽기도회를 인도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한 손엔 버니언의 <천로역정>, 또 한 손엔 변함없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고 2주간에 걸쳐 지구촌교회 성도들과 만나며, 시공간을 뛰어넘은 걸작을 통해 부어주시는 더없는 감동과 축복에 모두 은혜받던 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천로역정>은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것을 정말 쉽고 정확하게 설명해준다.
그 내용은 우리가 하나님나라에 들어가기까지 많은 고통과 환난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찌무라 간조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참된 신앙이 란 무엇인가. 그것은 고난을 피하는 신앙이 아니다.
오히려 신앙 때문에 환난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신앙이라면 그 신앙이야말로 참된 신앙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일부러 고난을 자초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참된 신앙은 반드시 고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난과 맞서 당당히 그 고난을 극복하는 신앙이야말로 참된 신앙의 본질이다.
그리고 그것이 천로역정이 가르쳐주는 교훈이다.
2주간의 새벽기도회를 통해 성도들은 천로역정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삶에 적용했다.
고난을 가지고 은혜를받을 수 있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하나님의 특별한 축복이 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리고 10년 뒤, 여전히 힘들고 어려운 상황 가운데 있는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큰 은혜를 받을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꿈의 형식을 빌린 <천로역정>은 순례길에 올랐던 크리스천이 시온성에 입성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실 이 책은 전체 이야기의 1부에 불과하다.
그에게는 아내와 네 아 들이 있었다.
한 집안의 가장이 천국에 온 사실만으로 만족할 수 있겠는가.
존 버니언은 크리스천이 천국에 입성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맺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천로역정>의 속편 격인 2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오지 않는 2부는 크리스천의 아내와 네 아들이 왕이 보낸 편지를 받고 회개한 후 사랑하는 남편과 아버지를 따라 천성을 향한 순례의 길에 오른다는 내용이다.
그 이야기는 집안에서 누군가 먼저 결단한다면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온 가족이 마침내 주님 앞에 서게 될 것이라는 소망을 준다.
먼저 믿은 한 사람의 결단이 마침내 온 가족을 사랑하는 친구들을, 이웃을 천국에서 만나게 하는 소망의 자리에 세운다는 말이다.
당신이 이 책의 조언을 겸손하게 받아들인다면 순례자의 여행을 주저 없이 시작할 수도, 나아가 무사히 마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겨진 2부의 몫을 향해 또 한 번 달려갈 수 있는 힘과 용기도 얻게 될 것이다.
은유와 대화체를 활용한 문체 등 영문학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도 꼽히는 이 책은 세상에 나온 지 300년이 훨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대적이다.
우리 모두가 필그림, 순례자 라는 변함없는 이유 때문이다.
크리스천처럼 우리는 이제 '멸망의 도시'를 떠나 '영원한 나라' 로 가는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아니, '지금' 걷고 있다.
그 길에서 경험하는 무수한 이야기가 바로 우리의 신앙생활이다.
나는 이 시대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 책을 읽기를 기도한다.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순례자들이 성경과 함께 이 책을 가까운 곳에 두기를 소망하고 또 소망한다.
그 길에 함께 순례자가 된, 지구촌교회
이동원원로목사
천로역정 (존 버니언 지음, 최종훈 옮김, 포이에마 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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