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대림 4주 (화) 모심(侍) 7 : 시므온

w.j.lee 2024. 12. 10. 11:04

시므온 (누가복음 2:25-38 )

 

주재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종을 평안히 놓아주시는도다

(눅 2:29)


누가복음에는 예수님 탄생을 전후로 하여 네 곡의 찬양이 울려 퍼집니다.

먼저는 하나님의 아들을 잉태할 것이라는 예고를 들은 처녀 마리아의 노래, 마그니피캇(Magnificat)이며

세 례 요한이 태어나자, 그의 아버지 사가랴가 부르는 베네딕투스 (Benedictus),

예수님이 탄생할 때 하늘의 천사들이 부른 노래 글로리아(Gloria)입니다.

그리고 네 번째 찬양은 아기 예수를 안은 늙은 시므온의 노래 눈크 디미티스(Nunc dimittis)입니다.

네 곡의 노래는 라틴어 성서의 첫 단어로 제목이 지어졌습니다.

시므온의 노래는 '이제 놓아주소서'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여한이 없고 다 이루어졌다는 확신입니다.

 

- 위로를 기다리는 사람

그는 이스라엘의 위로를 기다리는 사람이었습니다. 로마의 폭정으로 고통받는 시대였고 그보다 더 오랫동안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없는 시대였습니다.

시므온은 늙었고 이렇게 생을 마칠 수도 있습니다.

좋은 날이 온다고 얼마나 누릴 수 있을까요?

그러나 그는 빛도 없고 길도 잃은 채 어둠 가운데 살아가는 이스라엘을 마음에 품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위로가 아니고는 견딜 수 없는 가난한 영혼들입니다.

혼돈과 절망의 시대에 의롭고 경건한 사람은 하나님을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만이 길이며 소망이기 때문입니다.

 

의롭고 경건한 이의 기도는 무력하고 연약해 보입니다. 

그러나 그의 내면은 단단합니다.

성령이 함께 계시고 그를 붙잡아주기 때문이지요.

믿음없는 기다림은 절망에 닿지만 기도 가운데 기다림은 주재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에 이끌리기 때문입니다.

하 나님의 때와 섭리를 향한 신뢰가 더 깊어집니다.

그 신뢰가 '이스라엘의 위로를 보리라'는 소망이기에 육신은 갈수록 연약해지나 영혼은 갈수록 든든해집니다.

 

그렇게 기다림 가운데 온전히 익어갔기 때문이겠지요. 

성령에 이끌려 성전에 들어간 시므온의 눈에 한 아기가 들어왔습니다.

이 오랜 기다림과 자신의 삶이 오롯이 이 순간을 위해서였음이 성령의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아기에게 다가가 그 얼굴을 보고 아기를 건네받습니다.

그 순간이 시므온에게 영원으로 이어지고 고백의 찬미가 흘러나옵니다.

 

눈크 디미티스 (Nunc dimittis) 

주재자시여!

이제는 놓아주소서!

제 눈이 주의 구원을 보았사오니

이는 주님께서 만백성을 위해 마련하신 것이니 

이방을 비추는 빛이며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여린 한 생명을 통해 그토록 기다리던 이스라엘의 위로가 이루어졌습니다. 

게다가 그 위로는 그저 마음을 다독거리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그 백성과 함께하시며, 이스라엘 가운데 거한다는 것입니다.

기다림의 시간은 하나님의 구원의 시간으로 바뀌었습니다.

구원자를 뵙는 것과 이제 펼쳐질 구원의 파노라마가 시므온의 마음에는 이미 하나입니다.

그 오랜 기다림, 묵묵함으로 견뎌온 긴 시간이 이 순간을 위해 존재한 거지요.

이 한순간으로 충분합니다.

아니 과분합니다.

이 한순간은 시간에 속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것이며 영원이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그는 영원에 속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시므온은 여한이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마 지막 말씀, '다 이루었다'는 선언이 아기를 안은 시므온의 입에서 흘러나옵니다. 

빛의 화가 렘브란트가 세상을 떠나던 날 미완성인 채로 이젤에 남겨진 마지막 그림이 바로 <아기 예수를 안은 시므온>이었습니다. 

이미 하나님의 구원을 보았기 때문일까요? 

그의 두 눈은 감겨 있습니다. 

아기를 안은 시므온이며 하나님께 안겨있는 시므온이기도 합니다.

 

이제 아기를 엄마에게 건네드립니다. 

아기가 이룰 하나님의 구원에 감격하며 기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거부하고 배척하는 이들도 있을 거라고 마리아에게 일러줍니다. 

그리스도의 구원을 위해 아픔을 감당해야하는 어미를 위로하며 용기를 북돋습니다. 

아픔이 있겠지만 이 모든 것이 하나님 안에 있다는 확신의 나눔 입니다.

 

한 아기 안에 이미 하나님의 구원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오시는 분이 이미 다 이루셨다는 것이 시므온의 고백이자 우리의 고백입니다.

 

 

 

기도

주님, 

아기 예수를 뵙고 그것으로 이미 구원이 완성되었음을 알았던 시므온처럼

저희도 이 땅에 임하시는 아기 예수를 모시면서 충만해질 수 있도록 은총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그러기 위해 시므온이 이스라엘의 위로를 기다렸던 것처럼

우리도 주님의 위로를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게 하시고 그들 곁에 머물게 하여 주십시오.

아멘

 

 

아기 예수를 안은 시므온(렘브란트)


출처 : 대림묵상집 - 보일示 모실侍(송대선, 지강유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