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대림 4주 (월) 모심(侍) 6 : 빈들의 요한

w.j.lee 2024. 12. 10. 10:49

빈들의 요한 (누가복음 1:80, 3:1-6 )

 

아이가 자라며 심령이 강해지며 이스라엘에게 나타나는 날까지 빈들에 있으니라

(눅 2:14)


- 하나님의 장소: 빈들
빈들의 사람 세례 요한의 등장에 앞서 소개되는 인물들은 대단합니다.

로마의 황제 디베료, 식민지 유대의 총독 빌라도, 유대 땅을 다스리는 분봉왕 헤롯과 빌립, 루사니아 등 세계 최강 제국의 황제와 총독이며 왕들이 차례로 등장하고 대제사장 가야바와 안나스의 이름이 이어집니다.

그러나 이 이름들은 스쳐 지나갈 뿐입니다.

복음서는 하나님의 말씀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자처하는 이들을 지나쳐 주목하지 않는 변두리, 빈 들의 요한에게 임했다고 말합니다.

세상의 역사가 권력을 장악한 이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 같지만 하나님의 계획은 다릅니다.

하나님의 역사는 정치와 종교의 중심지에서 힘 있는 이들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변두리, 빈 들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빈 들은 일상에서 벗어나야 마주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그곳은 하나님이 주관하는 곳,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곳입니다. 

하나님의 시간에 따라 사는 법을 배우는 곳이며 그분의 뜻에 순 종할 수 있는 믿음을 기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빈 들에는 '시급히 처리할 일'로 뒤섞인 일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습니다.

오로지 하나님만을 기다리며 말씀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빈 들은 '하나님의 사람이 태어나는 곳입니다.

 

빈 들에선 세상에서 불리던 이름과 지위들이 떨어져 나갑니다.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과 함께 머무는 곳에서 이름과 지위는 쓸모가 없습니다.

세상에서 이름과 지위는 인정의 도구이지만 동시에 내면을 가리는 가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러한 것들이 걷어지면, 말씀이 우리를 감싸안게 되고 다른 포장지나 장식을 구하지 않게 됩니다.

 

-말씀이 이끄는 삶

빈 들에 머물던 요한에게 말씀이 임하였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영혼을 사로잡아 움직이게 하는 힘이며 능력입니다.

씀은 요한을 이끌어 요단강에 이르게 하고 회개를 선포하고 세례를 베풀며 그리스도의 길을 준비하게 합니다.

하나님은 요한을 이끌고, 요한은 귀 기울이는 사람의 영혼을 일으켜 세웁니다.

 

요한의 길은 그리스도의 길을 예비하는 것입니다.

주님과동행하며 그분을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길을 걷는 중 만난 이들에게 예수님을 바라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입니다.

그분이 오시면 뒤로 물러나면 됩니다.

주께서 걸으실 길을 곧게 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굳이 나서서 내가 했노라 할 바가 없습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입니다. 

자신을 보는 이들이 그분을 보도록 일깨워야 합니다.

그러니 '그분은 흥해야겠고 나는 망해야겠노라'는 절창(絶唱)을 부를 수 있습니다.

'해가 떴는데 굳이 관솔불이 필요하겠느냐'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리스도에 대하여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 자격도 없노라'라고 담담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의 가슴은 벅찬 감격으로 가득합니다.

 

요한은 자신을 스스로 광야의 소리라고 말합니다. 

공곡전성(空谷傳聲)이라, 비어야 잘 전달되고, 전해진 후에는 사라질 뿐입니다.

요한은 자기라고 내세울 무엇도 없고, 내가 이룬 것이라고 움켜 쥐어야 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 자신을 따르던 이들이 예수님에 관해 묻자 서슴없이 그분을 따르도록 등을 떠밉니다.

 

예수께서 '여자가 낳은 이 중에 세례 요한보다 큰 이가 없다'라고 하시면서 '그러나 하늘 나라에서는 극히 작은 자라도 그 보다 크다'라고 하셨을 때 세례 요한보다 이 말씀을 기뻐한 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세례 요한이 그리스도를 맞이하는 길은 스스로 비워지고 없어져서 그리스도께서 그의 전부를 차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요한은 이를 빈 들에서 배웠습니다.

 

 

 

기도

주님을 제대로 맞기 위해 빈 들로 나아간 요한을 기억합니다. 

제게도 빈 들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곳에서 저를 둘러싼 껍데기가 떨어져 오롯이 빈 마음으로 주님을 기다리게 하십시오.

그 빈 마음에 임하셔서 제가 주님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하십시오.

주님은 흥하고 저는 쇠해야겠다는 노래가 기쁨 가득한 저의 노래가 되게 하십시오.

아멘


출처 : 대림묵상집 - 보일示 모실侍(송대선, 지강유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