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한국의 說話

발치(拔齒)설화

w.j.lee 2016. 2. 2. 12:35


발치(拔齒)설화


기생에게 혹한 남자가 사랑의 표시로 이를 빼어 주었으나 허사였다는 내용의 설화.

<배비장전 裵裨將傳〉의 근원설화의 하나로서 여색을 삼가라는 뜻으로 전승되었다.

 

장안의 한 소년이 경주의 아름다운 기생에게 혹하여 지내다가 이별하게 되었다.

기생이 신물로 몸의 일부(切身之物)를 요구하므로,

소년은 자기의 이를 뽑아 기생에게 주고 서울로 돌아왔다.

뒷날 그 기생이 다른 남자와 좋아지낸다는 말을 듣고

기생에게 가서 자신의 이를 돌려달라고 했다.

기생은 소년을 비웃으면서, 자루에 가득 담겨 있는 이를 내보이며 찾아가라고 하였다.

그 동안 남자들이 빼서 준 이가 그렇게 많았던 것이다.

 

<배비장전〉을 보면,

여색에 혹한 배비장보다 앞서 행해 보았던 정비장이 망신을 당하는 과정이 있는데,

기생에게 창고의 온갖 물건 갓, 두루마기, 돼지가죽 휘양, 칼, 창의와 바지,

고의와 적삼(여기서부터 알몸이다.), 상투(실패하여 주지 못한다.),

이 빼서 주기, 밑천 씨(男根으로 빼서 줄 수 없었다.) 등을 순서대로 준다.

남자로서 알몸 이후 망신에 발치가 들어가는 것은

육체와 정신이 함께 파멸되는 것을 뜻한다.

 

내 몸에 있는 것(身體髮膚)은 털까지 조상이 전해 준 소중한 것이므로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효(孝 : 孝經·小學에 실림)에서 보면

생니를 뽑는 것은 불효한 일이다.

 

꿈에 이가 빠지면 부모가 죽는다는 민간 속신(解夢俗信)이나,

오복 가운데서 건강한 이(健齒)를 드는 관념에서 보아도

발치는 큰 불행을 자초하는 행위인 것이다.

이런 일을 기생에게 신물과 정표로 행하였다는 것은

웃음을 자아내는 비극적 사실이다.

 

이 밖의 발치설화로는 김삿갓이 금강산에 들어가

노승과 이를 걸고 시 짓기 내기를 한 예화가 전하여 진다.

시를 잘 지어 그 동안 한 되 이상이나 되는 남의 이를 뽑았던 노승이

김삿갓에게 이를 뽑혔다는 내용이다.

욕심을 초탈하여야 할 노승이

재주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므로,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이 있으니 겸손하라는 것과,

재주에 대한 욕심은 가장 버리기 어려운 것이라는 사실을 교훈적으로 보여 주는 예이다.


 

그리고 ‘이제보니 수원 나그네군.’이라는 속담유래담도 이와 비슷한 설화이다.

기생에게 혹한 남자가 혈서를 쓰고 집에 갔다가 다시 와 보니

그 기생이 다른 남자의 품에 있어서 항의를 하니까,

혈서 한 보따리를 보여 주며 찾아가라고 하였다는 내용이다.

 

혈서와 발치는 남자가 기생에게 줄 수 있는 최후의 성의 표시이다.

그러나 기생이 볼 때는 최고의 어리석음이요 망신이며,

이 설화의 수용자가 볼 때는 여색을 조심하여 패가망신하지 말라는 교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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