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한국의 說話

매품팔이(代杖): 곤장

w.j.lee 2016. 2. 3. 12:35


매품팔이(代杖): 곤장


안주(安州)의 한 백성이 볼기 맞는 매품을 팔아 살아갔다.

외군(外郡) 아전이 병영(兵營)에서 곤장 7대를 맞게 되매

돈 5꿰미를 걸고 대신 매맞을 사람을 구하였더니 그 매품팔이가 선뜻 나섰다.

 

집장(執杖) 사령(使令)은 그 자가 번번히 나타나는 것이 얄미워 곤장을 혹독하게 내리쳤다.

매품팔이는 곤장이 갑자기 사나워질 것을 생각지 못하였으므로 우선 참아 보았으나,

두 번째 매가 떨어지매 도저히 견뎌 낼 재간이 없어서 얼른 다섯 손가락을 꼽아 보였다.

5꿰미의 돈을 뒤로 바치겠다는 뜻이었다.

집장 사령은 못 본 척하고 더욱 심하게 내리쳤다.

곤장 7대가 끝나기 전에 이러다가 자기가 죽게 될 것임을 깨달은 매품팔이는

재빨리 다섯 손가락을 다시 펴 보였다.

뒤로 먹이는 돈을 배로 올리겠다는 뜻이었던 것이다.

그 때부터 매는 아주 헐하게 떨어졌다.

 

매품팔이는 나와서 사람들을 보고 뽐내는 것이었다.

"내가 오늘에야 돈이 좋은 줄 알았네. 돈이 없었으면 오늘 나는 죽었을 사람이었지."

매품팔이는 돈 10꿰미로 죽음을 면할 줄은 알고,

자기가 받은 것은 5꿰미 밖에 안되는 것은 모르는구나.

어리석은 촌사람이로다.

 

이보다 더한 일이 있었다.

 

형조(刑曹)의 곤장 백 대는 속전(贖錢)이 7꿰미였고,

대신 매를 맞아 주는 사람이 받는 돈 역시 마찬가지였다.

 

매를 대신 맞는 일로 살아가는 자가 있었는데,

어느 무더운 여름날 백 대 매품을 하루에 두 차례나 팔고 비틀비틀 자기 집을 찾아갔다.

그 여편네가 또 백 대 품을 선셈으로 받아놓고 남편을 보자 기쁜 듯이 말했다.

 

사내는 상을 찌푸리면서

"내가 오늘 죽을 똥을 쌌어. 세 번은 못 하겠네." 하니까

여편네는 돈이 아까워서,

"여보 잠깐 고통을 참으면 여러 날 편히 배불릴 수 있잖수.

그럼 얼마나 좋우, 돈이 천행으로 굴러온 걸 당신은 왜 굳이 마다 허우?"

하고 술과 고기를 장만하여 대접하는 것이었다.

 

사내는 취해서 자기 볼기를 쓰다듬으며 허허 웃고,

"좋아요." 하고 나갔다.

가서 다시 곤장을 맞다가 그 자리에서 즉사(卽死)하고 말았다.

그 후 여편네는 이웃의 미움을 사서 구걸도 못하고 길에 쓰러져 죽었다.

 

슬프다!

위의 두 이야기는 족히 세상에 경계가 되리라.

'쉼터 > 한국의 說話'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아골 종녀촌의 슬픈 사연  (0) 2016.02.03
방귀쟁이 설화  (0) 2016.02.03
발치(拔齒)설화  (0) 2016.02.02
견우(牽牛)와 직녀(織女)  (0) 2016.02.02
박혁거세신화(朴赫居世神話)  (0) 2016.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