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사순절(四旬節) 묵상 4 : 빛이 있는 동안

w.j.lee 2022. 3. 5.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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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는 동안

2022년 3월 5일(토)

말씀(요한복음 12:27~36)
27.  지금 내 마음이 괴로우니 무슨 말을 하리요 아버지여 나를 구원하여 이 때를 면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러나 내가 이를 위하여 이 때에 왔나이다
28.  아버지여,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옵소서 하시니 이에 하늘에서 소리가 나서 이르되 내가 이미 영광스럽게 하였고 또다시 영광스럽게 하리라 하시니
29.  곁에 서서 들은 무리는 천둥이 울었다고도 하며 또 어떤 이들은 천사가 그에게 말하였다고도 하니
30.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이 소리가 난 것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요 너희를 위한 것이니라
31.  이제 이 세상에 대한 심판이 이르렀으니 이 세상의 임금이 쫓겨나리라
32.  내가 땅에서 들리면 모든 사람을 내게로 이끌겠노라 하시니
33.  이렇게 말씀하심은 자기가 어떠한 죽음으로 죽을 것을 보이심이러라
34.  이에 무리가 대답하되 우리는 율법에서 그리스도가 영원히 계신다 함을 들었거늘 너는 어찌하여 인자가 들려야 하리라 하느냐 이 인자는 누구냐
35.  예수께서 이르시되 아직 잠시 동안 빛이 너희 중에 있으니 빛이 있을 동안에 다녀 어둠에 붙잡히지 않게 하라 어둠에 다니는 자는 그 가는 곳을 알지 못하느니라
36.  너희에게 아직 빛이 있을 동안에 빛을 믿으라 그리하면 빛의 아들이 되리라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그들을 떠나가서 숨으시니라


요절(要節)

너희에게 아직 빛이 있을 동안에 빛을 믿으라 그리하면 빛의 아들이 되리라(요 12:36a)

 

 

밀알 하나가 썩어야만 열매를 맺을 수 있고,

자기 목숨을 미워해야만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고 말씀하신 후 이어지는 본문 입니다.

예수님은 마음의 갈등을 드러내고 계십니다.

수난의 이 시간을 피하게 해달라고 하고 싶은 마음과

이 시간을 위해 당신이 오셨음을 다짐하는 마음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그 간격 사이에서 주님은 아버지께서 영광받으시길 기도합니다.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라는 감람산의 기도와 같습니다.

깨어 있다는 것은 우리의 뜻과 주님의 뜻 사이 에 간격이 있음을 발견하는 것이고,

기도는 그 간격을 주님 앞에 내어드려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위임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기도조차 내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안에 계시는 성령께서 기도해주시길 청해야 합니다.

어떻게 내가 내 생각을 바꾸겠습니까?

은총이 아니고는 그럴 수 없지요.

하물며 주님도 이를 기도로 이겨내셨으니 그분을 따르는 우리야 새삼 말할것도 없지요.

간격과 차이 가운데서 점차 우리의 주장이 미미해지고 주님의 뜻이 선명해지는 은총을 통해

우리는 주님께 더가까이 나아가고 있음을, 주님이 우리를 더 차지하고 계심을맛보는 거지요.

 

따라서 깨어 기도하는 이는 점점 더 그분 뜻에 가까이 가지만,

기도하지 않는 이는 주님의 뜻과 자신의 뜻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점점 자신의 고집만 강해집니다.

자신의 주장과 주님의 뜻이 마구 섞이어 그 간격을 알지 못합니다.

러니 입으로는 주님을 부르면서 점점 더 자신의 뜻만 앞세웁니다.

불행한 일입니다.

이 사순의 시간에 나의 뜻과 주님의 뜻의 간격을 발견하고 기도하는 가운데

그분의 뜻에로 옮겨지는 은총을 누리길 청하십시오.

그분 뜻에 젖어들고나서야 나의 뜻이란게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지 알게 됩니다.

내 뜻을 꺾어주신 분이 더욱 고맙고 감사합니다.

그렇게 기도하셨을 때 하늘의 응답이 있었습니다.

주님께는 분명한 하늘의 음성이나 주위의 사람들에게는 천둥소리거나 알 수 없는 천사의 음성이라고 웅성거립니다.

기도한 이에게는 분명한 응답이며 새 힘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그저 희미한 사건입니다.

같은 자리에 있었으나 기도한 이는 확신과 선명한 이정표를 얻었고

서성거리던 이들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같은 자리에 있고 함께 신앙생활을 할지라도 그 사이는 점점 멀어집니다.

함께 맷돌을 갈던 두 여인 중 하나는 들리워지고 하나는 남는 것처럼 천지현격(天地懸隔)이지요.

 

예수께서 일러주십니다.

그러니 빛이 있는 동안 빛 가운데 걸어라. 빛을 믿고 빛의 자녀가 되라고 권하십니다.

박해가 있는 곳에서 선교하시는 분의 기도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기도 조차 할 수 없는 시간을 맞을 때 빛 가운데 걸었던 기억으로 힘을 얻을 수 있게 하십시오.”

어둠을 지날 때 빛의 기억이 힘입니다.

지금 우리는 빛이 있는 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말씀과 기도와 찬양으로 하나님을 우러르며 그 빛의 은총을 누리고있습니다.

영혼이 어둔 밤을 걸어야 할 때 그 영혼은 빛이 있는 동안 얻었던 은총의 은밀함으로 견딜 수 있습니다.

예수님도 겟세마네 기도 후의 어둠 속을 홀로 걸으셨습니다.

지금 우리도 빛이 있는 동안 빛을 의지하며 걸어야 합니다.

 

기도

빛이신 주님을 의뢰하며 빛 가운데 걷게 해주십시오,

주님 계신데 제가 주인인 양, 빛인 양 건방 떨지 않게 은총으로만 걷게 하십시오.

그러다 언젠가 제 영혼이 어둔 밤을 지날 때 두려움에 빠지지 않고

당신의 은총을 떠올리며 힘을 얻기를 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