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사순절(四旬節) 묵상(默想, meditation) 25 : 기적을 요구하시다

w.j.lee 2022. 3. 30. 03:54

.

.

기적을 요구하시다

2022년 3월 30일(수)

말씀(누가복음 9:10~17)

10.  ○사도들이 돌아와 자기들이 행한 모든 것을 예수께 여쭈니 데리시고 따로 벳새다라는 고을로 떠나 가셨으나
11.  무리가 알고 따라왔거늘 예수께서 그들을 영접하사 하나님 나라의 일을 이야기하시며 병 고칠 자들은 고치시더라
12.  날이 저물어 가매 열두 사도가 나아와 여짜오되 무리를 보내어 두루 마을과 촌으로 가서 유하며 먹을 것을 얻게 하소서 우리가 있는 여기는 빈 들이니이다
13.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하시니 여짜오되 우리에게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없으니 이 모든 사람을 위하여 먹을 것을 사지 아니하고서는 할 수 없사옵나이다 하니
14.  이는 남자가 한 오천 명 됨이러라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떼를 지어 한 오십 명씩 앉히라 하시니
15.  제자들이 이렇게 하여 다 앉힌 후
16.  예수께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사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시고 떼어 제자들에게 주어 무리에게 나누어 주게 하시니
17.  먹고 다 배불렀더라 그 남은 조각을 열두 바구니에 거두니라

 

요절(要節)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하시니 (눅 9:13a)

 

 

 

예수의 말씀에 따라 복음을 전파하고 병자를 고치며 돌아온 제자들은 무척 고양되었습니다.

엘리야와 요한, 위대한 예언자들이 되살아났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예수님의 사역은 성공적이었고 따르는 무리들이 많아졌습니다.

 

종일 따르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다 해질 무렵이 되자 제자들은

선생님께 “이제 사 람들을 흩어지게 하여 각자가 쉴 곳과 먹을 것을 해결하게 하 자”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너희가 먹을 것을 주 라”고 말씀하십니다.

 

제자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설교하며 병을 치유하는 정도가 자신들의 몫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말씀과 치유에서 더 나아가 함께 식사하는 것,

밥상공동체까지 우리 몫으로 여기자고 하시는 거지요.

 

그래서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이 좋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생님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너희들이 먹을 것을 주라는 이 말씀은 제자들을 당황하게 합니다.

돈도 돈이지만 이 빈들에서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느냐는 거지요.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그들에게 불가능한 것을 해결하는 '능력자' '해결사'가 되라는 요구로 듣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해결사요 능력자가 되라고 요청하지 않습니다.

그분은 광야에서 돌로 떡을 만드는 하나님의 능력자, 문제의 해결사가 되라는 사탄의 유혹을 거절했습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한걸음 더 나아가는 믿음을 요청하게 계십니다.

그들이 나름대로 정한 범주, 이정도까지가 우리 사역이라는 한계를 넘어서길 바라십니다.

 

사실 우리는 믿는다고 하면서도 의식적으로 정해놓은 선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당황한 제자들 앞에 누군가 주님의 말씀에 힘입어서일까요?

보잘 것 없는 것이 드려졌습니다.

 

주님은 더 찾지 않으시고 그것을 들어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나누게 했습니다.

성서는 그 결과 다들 배부르게 먹고도 많은 것이 남았다고 기록합니다.

도대체 그 기도의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 을까요?

 

티벳이라는 고산지대를 여행하다 보면 농한기를 맞아 성지를 순례하는 이들을 만납니다.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그곳에는 성지라고 해도 쉴 숙소나 식당이 없습니다.

며칠씩 걷는 그들의 배낭에는 여정 동안 먹을 빵이 있습니다.

어딜 가려면 최소한의 제 몫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정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서슴없이 빵을 함께 먹자며 초대하고나눕니다.

성지를 향한 겸허함과 거룩한 갈망이 낳은 마음일까요?

 

아주 작은 것을 받으시고 드리신 감사의 기도는

수많은 이들의 밥상공동체가 되었고 모두들 풍성함을 누리는 기적이 되었습니다.

 

말씀과 기도에 응답한 믿음이 새로운 믿음을 낳았습니다.

우리 신앙의 여정도 그렇습니다.

상식이나 일상의 한계 안에 자신을 가두지 말아야지요.

말씀을 믿고 주님을 의지하여 나 스스로 정한 한계를 넘어 일하시는 주님을 체험해야지요.

 

우리가 그걸 할 수 있을까 싶어 자신들을 의심한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행하신 것은

먹을 것이 풍성했던 기적이었고 서로 의 믿음으로 고무되는 희망의 기적이었습니다.

 

 

기도

예수님,

당신의 말씀 앞에서 저도 현실과 형편만 나열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핑계를 대고 합리화하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예 그리 해보겠습니다” 라고 믿음으로 답하는 용기를 주셔서

주님께서 베푸시는 기적으로 뛰어들게 해 주시길 원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