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사순절 둘째주일 : 다시 가자!

w.j.lee 2023. 3. 5. 00:00

다시 가자!

2023년 3월 5일 주일

마태복음 17:1~9

(마 17:1) 엿새 후에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 형제 요한을 데리시고 따로 높은 산에 올라가셨더니
(마 17:2) 그들 앞에서 변형되사 그 얼굴이 해 같이 빛나며 옷이 빛과 같이 희어졌더라
(마 17:3) 그 때에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와 더불어 말하는 것이 그들에게 보이거늘
(마 17:4) 베드로가 예수께 여쭈어 이르되 주여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만일 주께서 원하시면 내가 여기서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주님을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하리이다
(마 17:5) 말할 때에 홀연히 빛난 구름이 그들을 덮으며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나서 이르시되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하시는지라
(마 17:6) 제자들이 듣고 엎드려 심히 두려워하니
(마 17:7) 예수께서 나아와 그들에게 손을 대시며 이르시되 일어나라 두려워하지 말라 하시니
(마 17:8) 제자들이 눈을 들고 보매 오직 예수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아니하더라
(마 17:9) ○그들이 산에서 내려올 때에 예수께서 명하여 이르시되 인자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기 전에는 본 것을 아무에게도 이르지 말라 하시니

 

요절

말할 때에 홀연히 빛난 구름이 그들을 덮으며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나서 이르시되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하시는지라 (마 17:5)


본문은 예수께서 수난의 여정, 예루살렘을 향해 길을 나서기 직전 제자들과 산에 올라 빛 가운데 머무시며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영광을 받는 장면입니다.

제자들은 이스라엘 율법의 수여자인 모세와 예언자의 대표가 되는 엘리야 즉 유대 신앙의 근간을 마련한 위대한 분들과 주님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고양됩니다.

 

이 모습을 통해 베드로를 위시한 제자들은 자신들이 따르는 주님이 어떤 분인지 더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머리 둘 곳도 없고, 갈 곳 잃은 이들을 돌보며 죄인들과 어울리신 분의 본모습은 거룩한 하나님의 영광으로 가득한 분이었습니다.

그 영광은 땅에 속한 것이 아니었고 거룩한 하나님의 영광 그 자체였지요.

그러한 주님을 목도하였으니 베드로의 제안이 그리 잘못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주님 당신은 영광 받으실 분이신데 이제야 제대로 하나님의 영광 에 머물고 계십니다. 

그러니 이제 완전합니다. 다 이루어졌고 받을 만한 것을 받으셨습니다.

 여기에 뭘 더하겠습니까? 

저희가 초막 셋 을 짓겠습니다. 

그러니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이 영광에 머무십시 오."

 

신앙의 길의 정점은 하나님의 영광에 참여하는 것! 

죄인이었던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게 되고, 믿음의 길을 통해 거룩함을 덧입고 (聖化), 끝내는 하나님의 영광에 참여하는 것이 신앙의 궁극임이 분명합니다.

그런 면에서 베드로의 고백은 틀리지 않습니다.

그는 주께서 마땅히 받으실 영광에 이르셨고 자신은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야 할 제자라 여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늘에서 들려온 음성은 궤를 달리합니다. 

예수께서 '하나님의 사랑하는 아들이요 기뻐하는 자'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합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입으신 분이지만 아직 그분에게는 남은 일이 있고 너희들은 그 말씀을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영 광을 입었지만 거기에 머무를 것이 아닙니다.

이제 영광의 주님은 산 아래, 죄와 허물 많은 인생들 한가운데로 내려가야 합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보고 나서 삶의 모순들로 헝클어진 산 아래로 내 려가는 일은 두려운 일입니다. 

세상살이가 원래 그런 거라면 그러려니 하고 견디겠지만 하나님의 영광과 거룩한 빛을 본 후 주님을 거스르는 세상으로 내려가는 것은 무겁고 괴로운 일이 분명합니다.

예수 님은 당황하는 제자들에게 손을 얹으며 격려합니다.

“두려워하지 말 아라. 일어나 나와 함께 가자!"

 

신앙은 거룩한 산에서 누리는 하나님의 영광을 기억하며 산 아래, 연약함과 허물, 헝클어진 삶을 감싸 안는 길입니다.

믿음의 길은 이 둘을 하나 되게 하는 길이며 우리 주님은 십자가를 통해 이를 온전히 구현했습니다.

옛사람은 이를 화광동진(和光同塵), 은총의 빛에 감싸여 먼지 속을 뒹구는 것이라고 일러주었습니다.

비록 먼지 속을 뒹구는 것 같아도 믿는 이에겐 은총의 빛이 먼저입니다.

 

기도

주님의 거룩한 영광과 은총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 영광의 자리에서 안주하려는 저를 일으켜 세우고 

함께 산 아래로 가자고 권면하실 때 아멘으로 응답하게 하십시오. 

헝클어진 삶에 임하는 주님의 도우심을 더 깊이 누리게 하십시오 아멘


출처 : 동행하는 길(송대선, 지강유철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