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사순절 제26일 : 깊은곳

w.j.lee 2023. 3. 23. 00:00

깊은곳

2023년 3월 23일 목요일

시편 130편
1.
여호와여 내가 깊은 곳에서 주께 부르짖었나이다

2. 주여 내 소리를 들으시며 나의 부르짖는 소리에 기를 기울이소서

3. 여호와여 주께서 죄악을 지켜보실진데 주여 누가 서리이까

4. 그러나 사유하심이 주께 있음은 주를 경외하게 하심이니이다

5. 나 곧 내 영혼은 여호와를 기다리며 나는 주의 말씀을 바라는도다

6.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림보다 내 영혼이 주를 더 기다리나니 참으로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림보다 더하도다

7. 이스라엘아 여호와를 바랄지어다 여호와께서는 인자하심과 풍성한 속량이 있음이라

8. 그가 이스라엘을 그의 모든 죄악에서 속량하시리로다

 

요절

여호와여 내가 깊은 곳에서 주께 부르짖었나이다 주여 내 소리를 들으시 며 나의 부르짖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소서 (시 130:2)


이 시편의 첫 구절 '깊은 곳(de Profundis)'이란 낱말은 많은 이들을 건져 올린 말씀입니다. 

어거스틴은 그의 말년에 이 시편의 앞부분을 적 어 날마다 읊조리며 위로를 받았고, 종교개혁가 루터는 이 말씀에 힘 입어 찬송(363장)을 지었습니다. 

 

감리교의 창시자 존 웨슬리는 이 찬양을 통해 회심의 뜨거움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누구나 삶에서 어찌할 수 없는 '깊은 곳'을 마주합니다.

어둠으로 둘러싸이고 생명이신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졌다는 '하나님의 부재'를 경험합니다.

손을 내밀어주는 이 없이 홀로라 여깁니다.

하나님을 찾는 그의 목소리조 차 스스로에게 공허하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그렇지요. 

신앙을 가지고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때로 우리는하나님과 죄인된 자신 사이에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있음을 절감합니 다. 

우리의 연약함에서 발견하는 이 무한한 간격은 우리를 낙심하게 하고 절망에 빠뜨립니다. 

시인의 고백대로 하나님께서 죄악을 살피신다면 누가 감히 설 수 있겠습니까?

 

깊은 곳에서 벗어나는 탈출구는 주저앉은 자리에서 주께 부르짖는 것입니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라고 탄식한 바울처럼 우리는 스스로를 구할 수 없는 인생이지만 주저앉은 자리에서 부르짖을 수는 있습니다. 

그 상황을 벗어날 어떤 것도 주어져 있지 않지만 '외마디 기도'를 드릴 수는 있습니다.

주님 앞에 설 수는 없지만 엎드릴 수 는 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깊은 곳에서 간절히 외칠 때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드러납니다. 

깊은 곳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죄에도 불구하고 서슴없이 용서하는 분임을 체험합니다. 

내가 나를 위한다며 했던 행위들은 내게 아무것도 아니었고 도리어 절망에 빠뜨렸지요.

그 절망의 깊은 곳에서 하나님은 기다리고 계셨고 용서를 베푸십니다.

시인은 놀라 엎드립니다.

하나님의 용서는 당신의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인생의 어리석음과 주제넘음으로 인하여 하나님의 사랑과 의가 상처 입었기에 죄의 댓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하나님은 기꺼이 내려놓습니다.

믿는 이가 해야 할 것은 주님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깊은 곳에서 기다리는 것이야말로 참된 신뢰입니다. 

믿음으로 기다리는 중에 깊은 곳은 절망 가득한 어둠에서 하나님의 빛이 임하는 곳으로 바뀌어 갑니다.

한밤 내내 여명을 기다리는 파수꾼의 기다림도 극적이고 간절하지만 깊은 곳에서 하나님의 용서와 구원을 체험하는 것은 더 극 적인 사건입니다.

 

그러니 주님의 용서를 맛본 이는 가만 있을 수 없 습니다.

어둠에서 빛으로 옮겨진, 오류와 허물 가득한 삶에 임한 생 명과 진리를 나눌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의 인자와 풍성한 속량을 어떻게 마음속에만 간직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피조세계를 향한 하나님의 뜻에 기꺼이 도구로 쓰이길 원합니다.

예수께서 십자가를 통해 쓰이셨듯 우리 또한 이 길에서 주님의 도구가 되길 청해야겠습니 다.

 

기도
주님. 

돌아보면 깊은 곳에서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할 때마다

주께서 친히 건지고 용서하시며 빛을 허락하셨습니다.

그 용서의 은총을 더 깊이 간직하게 하시고

내가 빛 가운데 거하는 것이 당연한 양 여기는 착각에 빠지지 않게 하십시오.

빛과 진리이신 주님,

깊은 곳까지 친히 오셔서 우리를 속량하심을 감사드립니다.

아멘


출처 : 동행하는 길(송대선, 지강유철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