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아론의 송아지

2-17. 대륙 이동과 몸에 맞는 볼

w.j.lee 2024. 4. 18. 13:19

 

7. 대륙 이동과 몸에 맞는 볼

 

20세기가 시작되면서 인류는 이전에 감히 다가갈 수 없었던 극한의 장소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다.

지구의 가장 꼭대기,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북위 90도의 북극점은 인류가 감히 도달할 수 없었던 금단의 장소였다.

1909년 미국의 로버트 피어리가 인류 최초로 이 북극점에 발을 들여놓는다.

3년 후인 1912년에는 노르웨이의 로알 아문센이 인류 최초로 남위 90 도의 남극점을 정복한다.

특히 남극 대륙의 경우, 신생 독립국이었던 노르웨이의 아문센과

당시 세계 최강국이었던 영국의 스콧은 남극점을 정복하기 위해 마치 육상 경주를 방불케 하는 피말리는 경쟁을 벌였고 이 사건은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결과적으로 아문센이 스콧보다 약 5주 정도 먼저 남극점에 도착하여 인류 최초로 남극점을 밟은 사람이 되었다. 

아문센보다 뒤늦게 남극점에 도달한 스콧은 귀환 도중 추위와 굶주림으로 탐험대 전원과 함께 사망한다.

 

아문센은 장기간에 걸친 북극 탐사를 통해 이누이트 원주민들의 생활 방식을 익혀서 남극점 정복에 응용했다. 

그는 이누이트 원주민들이 입는 털가죽옷을 입었고, 육류와 곡류를 갈아서 낸 가루에 지방을 버무려 응고 시킨 페미컨 같이 가볍고 열량이 높은 이누이트족의 보존 식량을 만드는 법을 배웠으며,

개썰매를 이용해 탐험에 필요한 짐을 운반했다.

그리고 군더더기 활동 없이 오직 남극점 정복이라는 목표만을 향해 전진했다.

 

반면에 스콧은 유럽에서 입는 모직 방한복을 착용했다. 

아문센 탐험대가 입었던 이누이트족의 털가죽옷은 남극의 눈보라에도 젖지 않았던 반면 이 모직 방한복은 습기에 취약해 남극의 혹한을 막을 수 없었다.

스콧과 탐험대가 식량으로 준비해간 통조림은 혹독한 추위에 얼어 터지고 식량 손실을 크게 입었다.

개 썰매 대신 짐을 나르는 데 사용하려고 했었던 만주 조랑말은 남극의 혹독한 추위에 얼어죽었으며,

20세기 초인 그 당시 첨단 과학의 결정체라고 자랑했던 모터 동력을 사용한 썰매도 영하 40~50도를 넘나드는 혹한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더군다나 스콧은 다른 활동을 전혀 안 하고 남극점 정복에만 몰두했던 아문센과는 달리 지질학자, 생물학자들을 대동하고 과학 연구도 병행했기에 남극점을 향한 전진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스콧 탐험대가 세상을 하직한 때는 3월 무렵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10 월까지는 전혀 구조 활동을 펼칠 수 없었다. 

해가 전혀 뜨지 않는 밤이 6 개월간 지속되는 남극의 겨울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가혹하고 장엄한 자연의 힘은 반년이나 되는 기간 동안 인간의 구조 활동을 전혀 허락하지 않았다.

이윽고 남극의 겨울이 끝나는 10월 말 활동을 시작한 구조대 는 11월 초에 전원 사망한 스콧 탐험대를 발견한다.

 

이 조난 지점은 스콧이 출발 전에 설치했던 1t의 식량을 비축한 식량 저장소에서 불과 17km 밖에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 가지 더욱 애잔했던 점은 꼭 필요한 장비마저 버리면서 짐을 줄여가며 조난을 벗어 나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 와중에도 남극점 정복 도중 채취한 15kg에 달하는 글로소프테리스(glossopteris)라는 페름기의 낙엽성 나무 화석을 힘겹게 끌고 다녔던 것이었다. 

그 화석이 얼마나 소중한 과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를 알고 있던 스콧 탐험대는 목숨을 잃어가면서까지도 화석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판단 착오로 인해 몰살을 당했던 스콧 탐험대의 성과에 대해서는 여러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과학의 진보의 혜택을 누리는 우리들은 이런 숭고한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과학적 진보와 그로 인해 인류가 누리는 혜택은 이렇게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자연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들을 통해 성취되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거친 현장이 아닌, 안락한 사무실에 앉아 종교적 이데올로기에 맞춰 자연에 대한 왜곡을 일삼기만 하는 젊은 지구론 유의 사이비 과학 활동은 결코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다"는 아름다운 창조세계에 대한 인류의 이해의 지경을 단 한 뼘이라도 넓힐 수 없다.

 

스콧 탐험대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켜냈던 글로소프테리스 화석은 남극에서 발견된 최초의 글로소프테리스 화석이다.

이 글로소프테리스 화석은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남부에서도 출토된다.

심지어 북반구의 인도에서도 발견되곤 한다.

대양으로 격리 되어 있는 여러 대륙에서 동일한 나무의 화석이 발견된다는 점은 무척 이상한 일이다.

오늘날 글로소프테리스 화석은 대륙 이동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먼 과거에는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인도, 그리고 남극 대륙이

이 글로소프테리스 화석이 출토되는 장소들을 꼭지점으로 하여 서로 맞붙어 있었다가

마치 둥그런 피자가 꼭지점을 중심으로 여덟 갈래로 쪼개지듯이 갈라지기 시작한 후

차츰 거리가 멀어져서 거대한 해양을 두고 격리된 채 오늘에 이 르렀다는 것이 바로 대륙 이동설이다.

 

대륙 이동은 화석에 의한 고생물학적 증거 이외에도 대륙간의 지질 학적 연속성, 빙하의 이동 흔적,

그리고 고지구 자기 등 여러 증거들에 의해 확고하게 증명되었다.

현재는 GPS 측정으로 연간 대륙의 이동 거리를 밀리미터 단위로 정밀하게 측정해내고 있다.

따라서 젊은 지구론에 입각 한 창조과학회조차도 이러한 대륙 이동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성경의 문자적인 표현에 의한 6천 년짜리 젊은 지구가 공식적인 입장인 한국 창조과학회는 3억 년의 장구한 시간에 걸친 대륙 이동을 어떻게 설명해 낼 수 있을까?

 

한국창조과학회에서는 노아의 홍수 기간에 하나의 거대했던 대륙이 격변적으로 갈라져서 오늘날의 오대양 육대주의 지리학적 구조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3억 년 동안의 심원한 시간대에 걸쳐서 판게아라고 불리는 하나의 초 대륙이 오늘날의 대륙들로 분리되는 변화가 단지 노아의 홍수 기간인 40일 동안 격변적으로 일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다음과 같은 비교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내가 살고 있는 미국은 야구가 태동한 나라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에는 야구 종주국의 리그답게 전 세계에서 뽑힌 최고의 선수들이 기량을 뽐내고 있다.

현재 최초의 한국인 메이저리거였던 박찬호 선수 이후 많은 한국 선수들이 이 최고의 리그에서 기량을 펼치고 있다.

추신수 선수는 투수였던 박찬호 선수와는 달리 타자로서 큰 활약을 하고있다.

선구 능력이 좋은 추신수 선수는 안타뿐만 아니라 사구를 많이 기록하고 있다.

투수가 타자의 몸쪽으로 바짝 붙이는 위협에도 뒤로 물러나지 않는 추신수 선수의 감투 정신은 칭찬할 만한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투수의 위협에 굴하지 않아 몸에 맞는 볼이 많아진다면 자칫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시속 150km로 날 아오는 볼에 맞았을 때의 충격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이를 위해 투수가 던진 공이 얼마만큼 큰 운동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지 계산해보자.

야구공의 무게는 약 150g, 즉 0.15kg이다.

이 공을 시속 150km로 던졌을 때의 운동 에너지는 다음 공식에 대입하면 구할 수 있다.

 

F = 1⁄2 mv2

 

F는 운동 에너지를 뜻하고, m은 질량을 v는 속도를 뜻한다. 

이 공식에 야구공의 무게인 0.15kg과 시간당 150km의 공의 속도를 초당 속도로 환 산한 초속 42m를 공식에 대입한다면 다음과 같은 값을 구할 수 있다.

 

F = 132kg.m/sec

 

이것은 132kg의 물체를 초속 1m의 속도로 가속시킬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한편 Kg·m/sec' 같은 복잡한 힘의 단위를 간단하게 주울(J)으로 정의한다.

즉 투수가 시속 150km로 던지는 공의 힘은 132J 이다.

 

지금 대한민국 육군에서 쓰고 있는 K-2 소총에서 발사되는 총알이 갖고 있는 에너지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이것도 같은 공식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총알의 무게는 약 4g(0.004kg)이고 소총에서 발사된 직후의 총알의 속도는 음속 3배 정도 곧 초속 1,000m 정도가 되므로, 이를 통해 2,000J을 계산해낼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총알이 갖는 에너지는 2,000kg의 물체에 초속 1m의 가속력을 더해서 1m를 이동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고 우리가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2,000kg의 물체는 중대형 SUV 자동차 정도다.

즉 소총에서 발사된 총알이 가지고 있는 운동 에너지는 중대형 SUV에 초당 1m의 가속력을 더해서 1m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조그마한 크기와 무게의 총알이지만 빠른 속도를 통해 갖게 되는 운동 에너지는 거대한 차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투수가 던지는 공이 갖는 힘은 132J, 소총에서 발사된 총알 이 갖는 힘은 2,000J이므로 총알의 위력이 투수가 던지는 공보다 약 15 배의 위력이 있다는 것을 쉽게 계산해낼 수 있다. 

만약에 추신수 선수가 2013년 시즌에 몸에 맞았던 26번의 공의 위력이 전부 모아져 단 한 번에 타자에게 타격을 가한다면 어떻게 될까? 

132J에 26을 곱한다면, 3,400J 이 넘는 에너지가 한순간에 집중되는 것이다. 

소총에서 발사된 총알이 2,000J에 불과하므로, 이 위력은 소총의 총알보다 훨씬 더 막강한 에너지가 된다.

 

이런 위력의 타격을 받는다면 천하 제일의 1번 타자도, 90년대 말에 금지 약물 복용으로 인조 인간 같은 근육을 만든 스테로이드 몸짱 선수들도 살 수 없을 것이다.

3,400J의 에너지를 가진 야구공은 사람의 몸을 관통하고 지나갈 위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창조과학회는 노아 홍수 때 격변적으로 대륙들이 움직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주장한다. 

과연 3억 년에 걸쳐서 대륙을 이동시킨 그 거대한 에너지가 노아의 홍수 한순간에 집중된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사 는 캘리포니아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하여 지진이 자주 일어난다.

샌 앤드리어스 단층대에서 발생하는 극히 미세한 떨림도 이렇듯 어마어마한 지진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2016년 9월 12일에 경주에서 발생 한 규모 5.8의 강진도 양산 단층대가 활성화되면서 발생했던 것이다.

단층대가 쪼개져서 1m나 2m 정도 떨어져나간 것이 아니라,

단지 지각 속의 탄성 에너지가 단층대를 통해서 방출되는 것만으로도

리히터 규모 5.8 이라는 강력한 지진 에너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하물며 하나였던 지구상의 거대 대륙을 현재의

유라시아, 남북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남극으로 조각낸 후

10,000km 이상을 이동시킨 막대한 에너지가 단지 지질학적으로는 찰라에 불과한

노아의 홍수 40일의 기간에 집중이 된다면,  과연 지구는 어떻게 되고 말았을 것인가?

당연히 수십 번, 수백 번도 더 산산조각나고 말았을 것이다.

물론 하나님이 기적적으로 개입하셔서 지구가 산산조각 나지 않도록 붙잡아주셨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이것은 더 이상 과학의 영역에 해당할 수 없다.

과학이라는 것은 자연에 존재 하는 인과 관계를 다루는 영역이기 때문에 인과율을 벗어나는 기적은 과학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통용되고 있는 과학 이론들은 모두 다 혹독한 검증 과정을 거쳐 정립된 것이다. 

그리고 그 이론들은 우리의 현실과 전혀 관계없는 음풍농월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 과학은 인류의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편익과 재화를 생산해내고 있으며 인류의 삶에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창조과학회의 주장을 신앙이라는 미명하에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대체 과학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한번 더 생각해보기를 진심으로 권한다.

 

성경의 문자적 표현에 천착해서 현대 과학을 왜곡시키는 퇴행적인 활동이

기독교 신앙의 기초가 되어서 는 안 될 것이다.


출처 : 아론의 송아지(저자 임택규, 출판 새물결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