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아론의 송아지

2-16.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느니라

w.j.lee 2024. 4. 18. 13:19

 

16.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느니라

 

아인슈타인도 틀렸다. 빅뱅의 태동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북쪽에는 패서디나라는 도시가 있다.

그곳에는 "칼텍"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이 있다.

칼텍은 미국 동부에 있는 MIT 와 더불어 공학과 과학 분야에서 미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이다.

미국 CBS 방송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인기 시트콤 빅뱅 이론(Big Bang Theory)은 바로 칼텍에 근무하는 괴짜 천재 물리학자들의 에피소드를 다룬 코미디물이다.

이 시트콤 주제가의 도입부 가사는 현대 우주론의 빅뱅 이론을 대단히 함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우리의 우주는 뜨겁고, 응축된 상태였었죠.
그런데 약 140억 년 전에 팽창이 시작됐었죠.

 

"우주가 어떻게 생겼을까?"는 인류의 오래된 수수께끼였다. 

오랜 옛날부터 인류는 우주의 기원과 그 정확한 모습을 궁금해했다. 

17세기 과학 혁명 이후 인류가 이해했던 우주는 "무한한 과거로부터 원래 모습 그대로 변함없이 존재해온 정적인 모습이었다. 

이러한 우주관을 정상 우주론이라고 부른다.

20세기가 시작될 무렵까지도 모든 과학자는 정상 우주론을 받아들였다.

 

그러던 차에 느닷없이 빅뱅 우주론(Big Bang Cosmology)이 등장했다. 

"우주는 부동적인 것이 아니라 까마득히 먼 옛날에는 좁쌀보다도 더 작은 공간에 뭉쳐 있었는데 어느 한 시점에서 갑자기 폭발을 일으켜 팽창하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이 바로 빅뱅 우주론의 골자다. 

아니, 과학자들이 정신나간 사람들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허황된 생각을 할 수 있 었을까?

 

독자들은 여행을 떠나기 전 가방을 꾸리며 고생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작은 여행 가방에 많은 짐을 챙겨 넣으며 그중 부피가 커서 안 들어가는 짐을 억지로 욱여넣었던 일도 적잖게 있었을 것이다.

여행용 가방에 속옷이나 양말 같은 짐을 욱여넣기도 힘든데, 우리가 사는 이 지구가 좁쌀보다 작은 공간에 우그러져 들어간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지구를 좁쌀보다 더 작은 공간에 욱여넣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데

심지어 지구 부피보다 130만 배나 더 큰 저 거대한 태양,

그런 태양이 수 천억 개가 존재하는 우리 은하,

우리 은하 이외의 다른 천억 개 이상의 외부 은하 등등,

설명이 불가할 정도로 광활한 우주 전체가

좁쌀보다 작은 공간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황당한 설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빅뱅 이론은 1915년부터 태동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1915년에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열 개의 비선형 편미분 방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1921년 러시아의 물리학자 알렉산더 프리드만은 이 아름다운 방정식의 해를 구했는데 그 결과는 놀랍게도 우주의 팽창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 후 1927년 벨기에의 물리학자이자 가톨릭 사제인 조르주 르메트르가 일반 상대성 이론 방정식을 푼 결과 우주는 좁쌀보다 더 작은 엄청난 고밀도의 점에서 시작됐다는 해를 구한다.

정상 우주론을 굳게 믿고 있었던 아인슈타인은 이 결론을 매우 싫어했다.

같은 해인 1927년 벨기에에서 열린 제5차 솔베이 물리학회에서 조르주 르메트르를 만난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신의 수학 실력은 빼어나지만 물리적 식견은 끔찍하군요."

그는 우주가 결코 팽창한 적도 없고 현재도 팽창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결론내렸다.

 

과학자들은 대부분 자연주의적 경향이 강한 편이다.

따라서 우주가 정적이고 고정되었다고 가정하는 것이 과학자들의 자연주의적 기호에 부합한다.

왜냐하면 정적인 우주가 아니라 한 점에서 팽창하는 우주 모델은 우주의 시작점을 상정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우주의 시작 이전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주의 시작 이전, 즉 기원과 관련된 질문은 과학자들이 대답 할 수 없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질문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우주는 처음부터 항상 그대로였다는 정상 우주론의 신념을 고수하면서 이런 곤란한 질문들을 사전에 봉쇄했다.

아인슈타인 역시 그런 자연주의적 성향이 강한 과학자였기에 결국 자신의 일반 상대성 이론 방정식을 수정하게 된다.

그는 우주상수(Cosmological Constant)라는 상수항을 추가하여 팽창도 수축도 하지 않는 고정된 우주를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일반 상대성 이론 공식을 비틀어가면서 까지 우주가 고정된 것임을 주장했다고 해서 실제 우주의 모습이 그래야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인슈타인이 조르주 르메트르에게 핀잔에 가까운 충고를 했던 제5차 솔베이 물리학회에서 불과 2년밖에 지나지 않은 1929년, 미국의 천문학자인 에드윈 허블은 과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관측을 수행한다.

 

에드윈 허블이라는 과학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과학자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과 사뭇 다른 스타일의 과학자였다.

많은 이들이 과학자 하면 헝클어진 머리에 후줄근한 옷을 입고 뭔가 깊은 생각에 몰두 하고 있는 아인슈타인 스타일의 이미지를 손쉽게 떠올릴 텐데 에드윈 허블은 전혀 달랐다.

그는 훤칠한 외모를 지녔고 만능 운동 선수였으며, 시카고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한 변호사이자 천문학 박사 학위까지 받은 수재였다.

언제나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고 입에는 항상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있었던 그는 요즘 명품 정장의 광고 모델로 활동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멋쟁이였다.

 

과학계의 엄친아 에드윈 허블이 1929년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가 우주의 팽창을 밝혀낸 원리는 간단했다.

바로 도플러 효과였다.

도플러 효과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많이 경험하는 현상이다.

 

우리가 먼 길을 떠나는 친구를 배웅하기 위해 기차역 플랫폼에 서 있다고 가정해보자.

저 멀리서 기차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철커덩, 철커덩"관절 구부러지는 소리를 내며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기차가 우리에게 불과 50여 미터 떨어진 곳까지 다가와서 느닷없이 경적을 울려댄다.

우리가 서 있는 근방까지 온 기차에서 울리는 경적 소리는 유별나게 크고 강하게 들린다.

이윽고 기차역에서 짧은 작별 인사를 나눈 친구를 태운 기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우리가 서있는 플랫폼에서 똑같 이 50여 미터 정도 떨어진 곳을 지나던 기차가 다시 경적음을 울렸다.

이 상하게 경적소리는 기차가 다가올 때처럼 우렁차게 들리지 않는다.

기차는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똑같은 거리를 지나가고 있지만 우리가 느끼는 소리의 세기는 기차가 우리 쪽으로 다가올 때가 훨씬 더 세게 느껴진다.

우리는 소리 같은 파동이 그 파동을 일으키는 파동원이 우리 쪽으로 다가올 때 세기가 강해지는 것처럼 여겨지는 효과를 느낀다.

역으로 파동 원이 우리에게서 멀어진다면 우리는 그 세기가 약해지는 것 같은 효과를 느낀다.

 

빛도 소리와 같은 파동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프리즘을 통과한 빛을 분석해보면 빛이 빨간색부터 파란색까지 무지개 색깔의 스펙트럼으로 분해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먼 곳에서 오는 별빛을 분석했을 때 에너지가 약한 빨간색 쪽으로 스펙트럼이 치우친다면 그 별은 우리가 사는 이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적색편이라고 한다.

또한 먼 곳에서 오는 별빛이 만일 에너지가 강한 파란색 쪽으로 치우친다면 우리는 그것을 청색편이라 부른다.

이 청색편이는 그 빛을 내는 별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현상이다.

 

에드윈 허블은 멀리 있는 은하들의 적색편이를 관측하여 우주가 팽창 하고 있음을 최초로 알아낸 것이다. 

우주의 팽창이라는 어마어마한 현상을 증명해낸 방법 역시 어마어마하게 복잡하고 난해하리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곧잘 경험하는 단순한 과학 이론을 이용한 것에 불과했다. 앞서 기차가 다가오는 예를 들었지만, 이러한 도플러 효과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주변에 널려 있다.

당장 집을 나서 집 앞의 큰 길에서 차들이 다가올 때 내는 엔진 소음을 그 차들이 우리를 지나쳐 멀어질 때와 비교해보면 도플러 효과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이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서 만든 간단한 장치가 바로 야구장에서 볼 수 있거나 아니면 과속차량 을 단속하는 교통 경찰관들이 사용하는 스피드 건이다.

 

창조과학회에서 주장하는 6천 년 지구와 우주의 나이를 철석같이 믿고 계신 이들은 혹시라도 교통 경찰관에게 과속으로 걸렸을 때 다음과 같이 쿨하게 한마디 던지면서 범칙금 통지서 발부를 거부해보라.

“나는 창조과학을 믿는 사람이오. 따라서 우주 팽창을 증명했다는 도플러 효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똑같은 원리를 이용한 스피드 건 따위는 신뢰하지 않소."

 

독자들은 여기서 경찰이 발부하는 속도 위반 통지서를 거부하라는 다소 냉소적인 표현이 무슨 의미인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된 우주의 기원을 부정하는 것은 단지 그 우주론 자체만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론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수많은 과학 이론마저도 배척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주에 남겨진 빅뱅의 화석: 우주 배경 복사를 찾아서

 

아무튼 에드윈 허블의 우주 팽창에 대한 관측으로 인해 과학계가 발칵 뒤집어진다. 

영원히 고정적인 우주에 대해 회의를 갖게 된 과학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반 상대성 이론 공식을 수정해서 우주 상수를 첨가했던 아인슈타인은 그것이 자신의 일생 최대의 실수였다고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우주가 지금 팽창하고 있고 이전에도 팽창했다면 알렉산더 프리드 만이나 조르주 르메트르가 풀어낸 일반 상대성 이론의 해법처럼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는 온 우주를 이루고 있는 모든 물질이 좁쌀보다 작은 공간 속에 모여 있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과학자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과학자가 구소련에서 미국으로 망명 한 조지 가모프였다.

조지 가모프는 아주 먼 과거의 어느 시점에 빅뱅이 실제로 일어났었다면 그 사건이 현재의 우주에 어떤 흔적을 남겨 놓았을까를 착상한다.

빅뱅이 일어났을 때 폭탄이 터지듯 엄청난 굉음이 울렸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당시 우주는 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공기가 아직 만들어지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우주의 물질이 좁쌀보다 작은 공간 속에 응축되어 있다면 과연 어떤 상태였을까?

내가 담당하는 프로젝트 현장은 대부분 캘리포니아 혹은 네바다 사막 지대에 있다.

어느 날 프로젝트 현장을 다녀오는 길에 자동차의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이 켜졌다.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대부분의 주유소에는 25센트짜리 동전 두세 개를 넣으면 타이어에 공기를 주입할 수 있는 펌프가 있다. 그때는 한창 뜨거웠던 여름날이었다.

는 주유소에 들어가 공기 펌프 앞에 차를 세웠다.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자 섭씨 40도가 훌쩍 넘는 사막의 뜨거운 열기가 확하고 들이닥쳤다.

나는 쭈그리고 앉아서 펌프의 공기압 게이지를 보면서 타이어에 공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공기를 주입하는 펌프의 게이지가 적정 공기압을 가리켰다.

나는 타이어의 튜브 밸브에 꽂았던 공기 펌프의 니들 (niddle)을 뽑기 위해 한 손은 니들을 잡고 다른 한 손은 타이어를 잡았다.

그 순간 깜짝 놀랐다.

주입된 공기가 타이어 속에서 팽팽하게 압축됨으로써 타이어의 온도가 너무 뜨거웠기 때문이다.

공기가 주입되고 압축된 타이어의 온도는 섭씨 40도를 넘는 사막의 온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뜨거웠다.

 

모든 물체는 압력이 높아지면 온도가 상승한다.

자동차 타이어 속에 공기를 넣어 압축력을 조금만 높여도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

하물며 빅뱅 당시 좁쌀만한 공간에 온 우주를 이루는 모든 물질이 응축되어 있던 상태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압 상태였을 것이다.

따라서 그 무지막지한 고압이 만들어내는 온도 역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처럼 어마어마하게 높은 온도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그 뜨거운 온도는 우주가 팽창하면서 서서히 낮아졌을 것이다. 

출력이 일정한 보일러가 작은방의 온도를 변함없이 뜨겁게 유지하고 있다고 가정 해보자.

방의 크기가 서서히 늘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보일러의 출력을 높이지 않는 한 방의 온도는 점점 더 낮아질 것이다.

똑같은 이치다.

태초에 우주가 한 점에 모여 있을 때 무한히 높았던 온도는 우주가 팽창을 통해서 크기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점점 더 낮아지게 되었을 것이다.

 

과연 우리가 바라보는 우주 공간이 그러한 열을 가지고 있을까? 

우주 공간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열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차갑고 컴컴 한 어둠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빅뱅으로부터 138억 년이 지난 현재 엄청난 크기로 팽창해버린 우주에서

그 태초의 열은 너무 낮아져서 거의 감지할 수도 없고 그 열이 내는 빛은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온 우주를 가득 메우고 있지 않을까?

 

이러한 현상은 우주 배경 복사 (Cosmic Background Radiation)라고 불리고 있으며 만약 이러한 태초의 열이 우주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면 이것은 정말 빅뱅의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다.

다른 우주론으로는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없고 오직 빅뱅 이론 만이 이러한 현상을 설명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이러 한 눈에 보이지 않는 열을 찾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미국 뉴저지 주의 홀름델이란 도시에는 전화 회사인 AT&T의 벨연구소가 있다.

이 연구소의 전파 망원경을 이용해 우주에서 날아오는 다양한 전파를 연구하던 연구원 펜지어스(Penzias)와 윌슨(Wilson)은 1964년 이상한 잡음을 검출한다.

이 전파 잡음은 전파 망원경의 방향을 아무리 바꾸어도 끊임없이 검출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주의 모든 곳에서 똑같은 주파수의 마이크로파 잡음을 방출하고 있다"는 것인데

펜지어스와 윌슨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현상이 벌어질리가 만무하다고 생각했다.

 

라서 전파 망원경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한 펜지어스와 윌슨은 전파 망원경의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수리했다. 

그 와중에 전파 망원경 혼 (Horn) 내부에 둥지를 튼 한 쌍의 비둘기를 내쫓고 그 비둘기 부부의 보금자리였던 둥지마저도 매정하게 헐어버렸다.

이렇듯 법석을 떨며 망원경을 손질했으나 잡음은 없어지지 않았다.

과학자들이 찾아내기 위해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던 우주 배경 복사를 펜지어스와 윌슨이 우연히 찾 아낸 것이다.

그리고 우주 배경 복사를 찾아낸 공로로 펜지어스와 윌슨은 1978년 노벨상을 수상한다.

 

우주 배경 복사의 발견은 정상 우주론의 퇴출을 알리는 서곡이었다. 

하지만 이 발견으로 인해 빅뱅 우주론이 확고하게 정립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빅뱅 우주론은 더욱더 엄밀하고 혹독한 다음과 같은 과학적 검증을 통과해야만 했다.

 

첫째, 펜지어스와 윌슨이 발견한 마이크로파 잡음이 빅뱅의 흔적이라 면 그것은 반드시 뜨거운 물체에서 나오는 열복사이어야만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관측되는 마이크로파 잡음이 태초의 우주가 좁쌀보다 더 작은 공간에 응축되어 있던 상태의 고온이 식어서 나타난 것이라면,

이 마이크로파 잡음은 반드시 고온의 물체가 방출하는 열복사의 스펙트럼을 나타내야 한다.

만약 펜지어스와 윌슨의 전파 잡음이 열복사가 아니라면 이것은 빅뱅의 증거가 될 수 없으며 우주의 기원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버 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마이크로파 잡음이 열복사인가 아닌가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지구가 아닌 우주에서 스펙트럼 분석을 해야 했다. 왜냐하면 지구의 대기권을 통과한 이 마이크로파는 교란이 발생해 지상에서는 정밀분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우주 배경 복사는 온 우주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 우주가 엄청나게 작게 응축된 고온과 고압의 상태에서 빅뱅에 의해 팽창하고 태동되었다면 우주 배경 복사는 반드시 온 우주에 균일하게 분포해 야만 한다.

펜지어스와 윌슨은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가 방향과 상관없이 온 우주에서 골고루 날아온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균등하고 등방적인 배경 복사가 우주에 분포하는가를 반드시 정량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셋째, 두 번째 검증과는 다소 모순될 수도 있는 것으로, 배경 복사가 온 우주에 걸쳐 완벽하게 균등한 분포를 보여서는 안 된다. 

만약 배경 복사가 칼로 두부 자르듯이 매끈하고 정확하게 온 우주 안에서 균등하게 분포하고 있다면 전체 우주는 열적 평형 상태에 이른다.

열적 평형 상태의 우주는 마치 고여 있는 물에 비유될 수 있다.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연못을 가정해보자.

 

연못의 크기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연못에 담겨 있는 물의 양이 일정하면 연못의 크기가 커질수록 연못의 수심은 점점 낮아진다.

연못의 크기가 무한히 커진다면 연못의 수심은 0으로 수렴될 것이다.

물은 강물처럼 흐름이 있어야 침식이 생기고 퇴적물이 쌓이고 지형이 바뀌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듯이 우주의 열적 평형 상태도 동일하다. 우주의 어느 곳에서도 똑같은 온도를 이루고 있었다면 마치 고여 있는 물처럼 아무흐름도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우주는 결코 은하나 별, 그리고 하나님의 형상을 담지하고 있는 인류가 살아가는 지구 같은 행성을 만들어 내질 못한 채 팽창에 팽창을 거듭하며 온도는 점점 더 낮아져서 서서히 소멸되어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빅뱅 이후에 팽창하는 우주 안에서 아주 미세한 온도 차이가 존재한다면 우주의 운명은 어떻게 바뀔까? 

약간 높은 온도를 지닌 밀도가 높은 지역은 주변보다 조금 더 큰 중력을 가질 수 있다. 마치 수위 차가 있으면 물이 흐를 수 있듯이,

국부적으로 산재했던 밀도가 다소 높았던 지역은 주변의 물질들을 중력에 의해 끌어당기고 흡수하여 점점 더 커져서 결국에는 지금 우주에 존재하는 별이나 은하들을 탄생시킴으로써 현재 우주의 거시 구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만약 초기 우주의 국부적인 온도 편차가 무척 두드러졌었다면 마치 나이아가라 폭포의 거대한 수위 차에 의해 낙하하는 물이 모든 것을 파괴하듯이,

비균질성에 의한 거대한 중력의 편차에 의해 파괴적인 난류가 발생하고 모든 것을 휩쓸어버리는 파멸적이고 불안정한 우주가 태동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안정적인 우주의 모습을 이루기 위해서는 초기 우주의 온도는 균일해야 하지만 약간의 온도 편차를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이 배경 복사를 정밀탐사하기 위해 1989년 11월 18일 미국 나사 (NASA)는 코비(Cosmic Background Explorer, COBE)라는 인공위성을 띄운다.

로스앤젤레스로부터 북쪽으로 약 241km 떨어진 반덴버그 공군 기지에서 발사되어 우주 궤도에 안착한 코비 위성은 발사된 다음 해인 1990 년에 우주 배경 복사의 스펙트럼을 분석하여 이 마이크로파가 정확하게 절대온도 2.73도에 해당하는 열복사임을 밝혀낸다.

빅뱅 이론은 첫 번째 검증을 무사히 통과했다.

하지만 더욱 혹독한 두 번째, 세 번째 검증을 위해서 코비 위성은 수 년에 걸친 우주 탐사에 나서게 된다.

 

우주 배경 복사에 대한 정밀 사진을 촬영하는 작업을 거대한 교량 위에서 하늘을 향해 사진을 찍는 상황과 비교해보자. 훨씬 더 긴 경간의 교랑을 만드는 것은 모든 토목 공학자들의 꿈이다.

긴 경간을 만들 수 있는 대표적 교량 형식은 현수교와 사장교다.

 

현수교는 양쪽에 주탑을 세우고 주탑과 주탑 사이에 늘어뜨린 케이블에서 수직으로 내려뜨린 행어 로프가 교량 상판을 붙잡아주는 형식의 다리다.

이 타입의 교량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1,280m의 경간을 자랑하는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와 세계 최장 경간인 1,991m의 일본 아카이시 대교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남해 대교와 광안 대교도 현수교 형식이다.

한편 사장교는 주탑으로부터 경사 지게 배열된 케이블들이 교량 상판을 직접 붙잡고 있는 형식이다. 올림픽 대교와 서해 대교 등이 대표적인 사장교다.

 

다음 사진은 뉴욕에 있는 브루클린브리지의 모습이다.

브루클린브리지는 현수교와 사장교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는 교량이다.

따라서 이것을 현수교로 분류할 것인가, 사장교로 분류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상반된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브루클린브리지는 현수교와 사장교의 특징이 섞여 있는 교량답게 케이블이 꽤 복잡하게 배열되어 있다.

이 복잡한 패턴의 케이블과 교량의 주탑 너머로 하늘의 모습이 생생하게 찍혀 있다.

또한 교량의 주탑이나 어지럽게 배열된 케이블에 의해 가려진 하늘 부분은 사진기의 각도 혹은 사진을 찍는 위치를 바꿔가면서 촬영한다면 여러 장의 사진 속에 충분히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코비 위성은 수년간 궤도를 공전하며 까맣게만 보이는 우주 공간에서 날아오는 마이크로파의 배경 복사를 분석했다. 

당연히 우주 공간에 분포하는 수없이 많은 별들과 은하들이 배경 복사가 날아오는 것을 가리기도 했다.

하지만 마치 브루클린브리지 위에서 사진을 찍는 위치를 바꿔가며 다양한 각도에서 케이블과 주탑 너머로 보이는 하늘을 촬영할 수 있듯이,

코비 위성도 수없이 많은 별들과 은하들이 관측 시야를 가리는 것을,

지구 둘레를 공전하면서 다양한 각도에서 관측을 진행해서 극복해가며 전 우주적인 배경 복사의 분포 지도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는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에서는 배경 복사의 관측이 불가능한 약간의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브루클린브리지의 예를 들자면, 얇은 케이블과는 달리 덩치가 큰 주탑 뒤에 가려진 하늘은 주탑 건너편으로 완전히 이동하지 않는 한 아무리 각도를 옮겨서 촬영을 한 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지구가 속해 있는 은하에 의해 관측 시야가 방해받는 각도에 펼쳐져 있는 우주 공간은 코비 위성이 우리 은하를 벗어나지 않는 한 관측할 수 없다.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난 것은 2012년이다. 

35 년의 기나긴 우주 비행 끝에야 태양권 계면을 벗어나 인터스텔라의 우주 (interstellar space, 성간 우주에 들어설 수 있었다. 

따라서 우리 은하가 관측 시야를 가리는 사각지대를 벗어나는 곳까지 관측 탐사선을 보내려면 수 백만 년 이상이 소요될 수밖에 없으므로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사각지대가 없는 완벽한 관측을 수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다만 주탑에 가려진 하늘도 붉은색이 아니라 파란빛을 띠듯이 사각지대의 우주도 인류가 관측해낸 대부분의 우주와 연속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수년간의 노고 끝에 완성된 우주 배경 복사 사진은 다음과 같다.

 

얼핏 보기에는 단순하게 보이는 사진이다. 하지만 저 속에는 현대의 첨단 우주 항공 기술, 전자 제어 기술, 광학 관측 기술 등 인류가 보유한 첨단 과학 기술이 전부 녹아들어 있다. 이것은 파란색과 빨간색이 얼기 설기 섞여 있는 우주 전체에 분포하는 배경 복사의 사진이다. 우주에 분 포하는 배경 복사열이 좀 더 높은 지역은 빨간색, 좀 더 낮은 지역은 파란 색으로 표시되었다(하지만 이 책에는 흑백 사진이 실려 파란색과 빨간색이 얼기설

 

the-beautiful-side-of-ic-335>에서 가져온 것이다. 물론 이 사진은 우리 은하의 사진 이 아니다. 허블 망원경이 촬영한 외부 은하 IC335의 이미지다. 이 은하를 우리 은하라 고 가정한다면 지구가 속한 태양계는 은하의 중심부에서 떨어진 나선팔에 위치하며 따 라서 전 우주적인 배경 복사를 맵핑(mapping)하는 데는 다소의 사각지대가 있을 수밖 에 없다는 것을 도해한 것이다.
탑에 가려진 하늘도 붉은색이 아니라 파란빛을 띠듯이 사각지대의 우주 도 인류가 관측해낸 대부분의 우주와 연속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판 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수년간의 노고 끝에 완성된 우주 배경 복사 사진은 다음과 같다.


얼핏 보기에는 단순하게 보이는 사진이다. 하지만 저 속에는 현대의 첨단 우주 항공 기술, 전자 제어 기술, 광학 관측 기술 등 인류가 보유한 첨단 과학 기술이 전부 녹아들어 있다. 

이것은 파란색과 빨간색이 얼기 설기 섞여 있는 우주 전체에 분포하는 배경 복사의 사진이다. 

우주에 분포하는 배경 복사열이 좀 더 높은 지역은 빨간색, 좀 더 낮은 지역은 파란 색으로 표시되었다.

 

빨간색 부분과 파란색 부분의 온도 차이가 꽤 날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저 빨간색 지역과 파란색 지역의 온도 차이는 불과 십만 분의 일도밖에 나지 않는다.

빅뱅 당시 발생했던, 우리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뜨거운 열이 차디차게 식은 화석이 되어 지금 이렇게 광활한 우주에 십만 분의 일도의 편차로 거의 균일하게 분포하고 있다는 것을 인류는 첨단 과학 기술을 통해서 기어코 증명해냈다.

 

십만 분의 일도의 편차!

이것은 인 간이 절대 감지해낼 수 없는 극히 작은 온도 차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만 하더라도 극지방의 온도는 영하 50도까지 떨어지는 반면 이란 동부의 루트 사막은 영상 70.6도를 기록했던 적이 있다.

즉 우리가 사는 이 지구의 가장 추운 곳과 가장 더운 곳의 온도 편차는 무려 120도를 넘나든다.

우주의 크기와 견준다면 실로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작디 작은 지구에서도 지역에 따라서 120도의 온도 편차가 존재하건만

저 숨막히도록 광활한 우주가 단지 십만 분의 일도의 온도 편차를 갖는 균일한 배경 복사열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경이스럽기만 하다.

이로써 우주 배경 복사가 빅뱅의 증거가 되려면 균일한 분포를 띠어야 하지만 온도에 미세한 요동이 있어야 한다는 두 번째와 세 번째의 검증 절차를 완벽하게 통과했음이 증명되었다.

 

앞의 사진은 태초의 빅뱅 당시의 엄청난 고온의 열이 지금은 차디찬 절대온도 2.73도에서 불과 십만 분의 일도의 편차로 전 우주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엄청난 증거다.

단지 십만 분의 일도밖에 안되는 극히 미세한 온도 편차가 현재와 같이 무수히 많은 별과 천억 개 이상의 은하를 거느린 거대한 우주를 탄생시킬 수 있는 역동성을 만들어낸 것이다.

 

1994년 이 결과를 발표했던 과학자 조지 스무트는 우주 배경 복사 분포 지도를 "마치 하나님의 얼굴을 보는 것 같다"라고 표현했다.

과연 이것은 올바른 표현이었을까?

나는 터무니없이 잘못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우주 배경 복사 분포 지도는 정상적인 하나님의 얼굴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세계인 우주가 배냇머리가 송송 달려 있는 채 갓 태어난 아기 때의 얼굴일 뿐이다.

 

이를 통해 빅뱅 이론은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확고한 이론으로 자리를 잡았다.

1915년 빅뱅 이론이 태동되었을 때부터 그것이 확고하게 검증되기까지는 무려 8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

이 세월 동안에 걸친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고, 엄밀하고 혹독한 검증을 위한 실험 장비와 관측에 투자된 물량을 금액으로 환산한다면 과연 얼마나 될까?

상상 이상의 어마어마한 금액이 나올 것이다.

이렇듯 빅뱅 이론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창조세계인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심화시켜준 인류가 이룩한 소중한 지적 성취다.

코비 프로젝트 이후로 WMAP와 Planck 위성 등 보다 정밀 한 관측 장비를 갖춘 위성들이 속속 궤도에 안착하여 더욱더 정밀한 우주 배경 복사 분포 지도를 만들어내며 우주가 기원할 당시의 모습들을 소상하게 파악해나가고 있다.

 

독자들도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오는 우주 배경 복사의 마이크로파가 만들어내는 잡음을 들어본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옛날 흑백 TV 시설, 정규 방송 시간이 끝날 무렵 방송국에서는 애국가를 내보냈다.

애국가가 끝나면 방송국에서는 전파 송출을 중단한다. 

그러면 텔레비전의 안테나는 허공을 날아다니는 각종 전파 잡음들을 잡아내기 시작한다.

이러한 비정규 방송 시간대에 텔레비전 안테나에 잡히던지 하던 잡음의 약 1%가 우주에서 날아온 우주 배경 복사 마이크로파다.

물론 지상파 방송국이 24시간 방송을 하는 지금도 이 우주 배경 복사 소음을 들을 수 있다.

텔레비전의 채널을 공중파 방송국의 신호를 수신하는 채널이 아닌 다른 채널로 맞추면 텔레비전 수상기가 이런 소음을 잡아낸다.

하나님께서 우주를 창조하시는 순간 발생했던 엄청난 고온의 열이 식은 후

마이크로파로 전환되어 만들어내는 138억 년 전의 신비한 태고의 소리가

우리들이 시청하는 공중파 채널들 사이사이에 숨겨져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출처 : 아론의 송아지(저자 임택규, 출판 새물결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