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아론의 송아지

2-19. 양이 된 사자와 방사성 연대 측정법

w.j.lee 2024. 4. 18. 13:18

 

19. 양이 된 사자와 방사성 연대 측정법

 

우주에 존재하는 힘을 근원적으로 분류하면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 4가지의 근원적인 힘 중에서 우리가 가장 친숙하게 느끼는 힘은 어떤 것일까?

아마도 “중력"이 아닐까 싶다. 중력은 시속 1,600km 이상으로 회전하고 있는 지구에서 우리가 튕겨 나가지 않도록 단단히 붙잡아주는 힘이다.

또한 초속 30km의 속도로 태양 주변을 공전하는 지구에서 우리가 두발을 딛고 살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중력 다음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힘은 "전자기력"일 것이다. 

마이클 패러데이와 제임스 맥스웰 같은 19세기의 물리학 거장이 통합된 힘으로 밝힌 전기와 자기력은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다.

전기 에너지는 어두운 밤을 환하게 밝혀줄 뿐만 아니라 인류가 사용하는 각종 장비를 가동시키는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가전제품 및 무선 전화와 같은 현대의 첨단 정보 통신 기기들도 전자기력이 없으면 작동할 수 없다.

전자기력이 없는 현대 사회란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렇다면 중력과 전자기력 중 어느 쪽이 더 강할까? 

얼핏 생각하면 우리를 지구에 꽉 붙잡아두는 중력이 훨씬 더 강할 것 같다. 

하지만 정답은 전자기력이다. 

우리가 자석을 사용해서 쇠붙이를 끌어당길 수 있다는 사실은 자석이 쇠붙이를 당기는 힘이 지구가 쇠붙이를 당기는 힘보다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자기력은 중력보다 훨씬 더 큰 힘이다.

만일 전자기력이 중력보다 약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 몸을 구성하는 분자들은 전자기력에 의해 결합되어 있다.

지구가 우리를 끌어당기는 중력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전자기력보다 더 강하다면 우리 몸은 지구 중력에 의해 으스러진 다음 지구 표면에 붙어버리고 말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자기력의 세기는 중력보다 (10의 42승)배나 크다

 

중력과 전자기력은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힘이다. 

그러나 우주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힘 중에서 중력과 전자기력을 제외한 나머 지 두 힘, 곧 "강한 핵력"(강력)과 "약한 핵력"(약력)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힘이다.

이 힘들은 물질의 기본 입자인 원자의 핵을 만들어주는 힘이다.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들은 전기적으로 동일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서로 밀어내는 척력이 작용하고 있다.

물리 학자들은 중력보다  (10의 42승)배나 더 강한 전자기적인 반발력이 작용하는데도 불구하고 양성자들을 서로 묶어줄 뿐만 아니라 전기적으로 중성인 중성자까지 결합시켜 원자의 핵을 형성시키는 이 힘을 "강한 핵력"이라고 불렀다.

 

중세 연금술사들은 모든 금속을 완벽한 금속인 "금"이 병에 걸린 상태 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금속의 병을 치료해서 완벽한 상태를 만들 수 있 다면 그 금속이 철이든, 납이든, 구리든 상관없이 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중세 연금술사들은 철 같은 값싼 금속을 인위적인 방법으로 금으로 바꾸는 연구를 했다.

중세를 마감하고 17세기를 지나 18세 기에 들어서자 과학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연금술사들의 시도가 어처구니없는 짓이었음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멀쩡한 물질이 전혀 다른 물질로 바뀌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이렇듯 한 물질이 전혀 다른 물질로 변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방사성 붕괴 현상이 그것이다.

예를 들면 우라늄은 여러번에 걸쳐 복잡한 방사성 붕괴를 일으키면서 납으로 변한다.

또 자연 상태에서 볼 수 있는 탄소는 숯처럼 까만 고체 상태로 존재한다.

이 탄소 중에서 원자량이 14인 탄소가 방사성 붕괴를 일으키면 질소로 바뀐다.

 

혹 화학에 대한 선 이해가 부족한 독자들은 물질이 다른 물질로 바뀌는 이 방사성 붕괴 현상을 마치 석유에서 플라스틱을 합성해내는 화학적 변화 정도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틀렸다.

화학적 변화는 두 가지 이상의 물질들이 결합하거나 혹은 그 결합체가 분해되어 원래의 물질로 되돌아가는 것에 불과하지만, 방사성 붕괴 현상은 그 물질의 원자핵이 깨어져 완전히 다른 물질로 변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몸무게 200kg짜리 수사자 한 마리를 동물원 우리에 가두어 놓았다고 가정해보자. 

그다음 날 우리에 가보았더니 사자는 온데간데 없고 그 대신 털이 복실복실한 100kg짜리 양 한 마리가 떡하니 자리를 차 지하고 있는 일이 벌어졌다. 

만일 이런 광경을 목도한다면 과연 어떤 느낌이 들까?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표현이 연상되지 않을까?

혹 지난 밤에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해리 포터라도 다녀간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20세기로 접어들면서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자 인류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상식에서 벗어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인디고 역간)에 나오는 세상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류는 우주가 좁쌀보다 작은 공간에서 뻥하고 터지면서 팽창했다는 걸 알았고,

올곧다고 생각한 공간이라는 것이 실은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두에게 공평하게 흘러가는 시간이란 녀석도 거대 중력에서는 느려지며 심지어 멈추기까지 한다는 것도 알았다.

 

방사성 붕괴도 앨리스가 빠져버린 이상한 나라에서 벌어질 법한 희한한 현상 중 하나다.

우리는 동물원 우리속 사자가 하루밤 사이에 양으로 뒤바뀌고 사자의 몸을 이루던 나머지 100kg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는 설명으로 방사능 붕괴에 대한 대강의 이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4가지 힘 중 마지막 힘인 "약한 핵력"은 바로 이러한 방사성 붕괴의 한 가지 원인이 되는 힘이다.

방사성 붕괴가 일어나면 마치 사자가 양으로 바뀌듯이

한 물질이 전혀 다른 물질로 바뀜과 동시에 질량이 다소 줄어드는데

그 줄어드는 질량은 방사선이라는 에너지의 흐름으로 배출된다.

 

이러한 방사성 붕괴현상을 이용하여 절대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을 “방사성 연대 측정법"이라고 한다. 

이 방법을 통해 연대 측정이 가능한 이유는 방사성 물질이 방사선을 배출하면서 다른 물질로 바뀌는 시간이 일정하기 때문이다.

사자 한 마리가 하루밤 사이에 양 한 마리로 바뀌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와 같은 동물원의 예를 계속 들어보자.

동물원의 다른 우리에는 거북이를 넣어놓았는데 이 거북이는 일주일 후 타조로 바뀐다.

수족관에 있는 청상아리 상어는 한 달 후 고릴라로 변한다.

비록 이 동물원은 겉보기에는 이상한 나라의 뒤죽박죽 동물원 같지만 자세히 들여 다보면 거기에는 규칙적인 패턴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자는 항상 양으로 바뀌고, 거북이는 매번 타조로 바뀐다.

또 청상아리 상어는 줄 곧 고릴라로 바뀌는데 동물들이 변하는 기간은 항상 일정하다.

사자는 하 루만에 양으로 바뀌고, 타조가 거북이로 변하는 데는 일주일이 걸리며, 상어가 고릴라로 변하는 시간은 언제나 정확히 한 달이 소요된다.

그리고 바뀐 동물의 몸무게는 바뀌기 전 동물의 몸무게의 정확히 절반이다.

 

특정한 핵종이 방사성 붕괴를 일으켜 다른 물질로 바뀌는 시간은 항상 일정하다.

고유한 핵종이 방사성 붕괴를 일으키는 데 걸리는 시간을 표시하는 개념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반감기"다.

반감기는 본래의 물질의 절반이 방사성 붕괴를 일으켜서 다른 물질로 바뀌는 시간을 뜻한다.

모든 방사성 물질은 고유한 반감기를 가지고 있다.

 

원자량이 238인 우라늄의 절반이 원자량 206인 납으로 바뀌는 데는 항상 45억 년이 걸린다.

같은 우라늄이지만 원자량이 235인 우라늄이 원자량 207인 납으로 바뀌 는 시간은 항상 7억 년으로 다소 짧다.

원자량 14인 탄소가 질소로 바뀌는 반감기는 5,730년으로 비교적 짧으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많이 보도되었던 세슘의 반감기는 극히 짧은 30년이고,

원자량 217의 악티늄의 반감기는 0.018초에 불과하다.

 

모든 방사성 물질들은 이처럼 종류에 따라 일정한 붕괴 과정을 거친 후 새로운 물질로 바뀐다. 

이렇게 방사성 붕괴를 일으키는 원자를 "어미 원소"라고 부르며, 

어미 원소가 붕괴되어 만들어진 새로운 원자를 "딸 원소"라고 부른다.

그리고 암석에서 어미 원소와 딸 원소를 검출하여 그 붕괴량과 생성량을 측정한 후, 거기에 붕괴 속도를 대입해서 그 암석의 생성 시기를 결정하는 방법이 방사성 동위 원소 연대 측정법이다.

 

탄소 연대 측정법은 원자량 14인 탄소동위 원소가 원자량 14인 질소로 붕괴되는 시간을 이용해서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방사성 연대 측 정법 중 탄소 연대 측정법이 가장 먼저 개발되었고, 또 이름이 가장 널리 알려졌기에 이 방법이 방사성 연대 측정법의 전부인 줄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 탄소 연대 측정법은 원자량 14인 탄소의 반감기가 5,730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4만 년 이상 되는 대상물에는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탄소 연대 측정법은 주로 고고학적 유물에만 사용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사해 사본과 같은 성경 사본의 연대 측정에 사용되기도 했다.

 

미국의 인스티튜트 포 크리에이션 리서치 (Institute for Creation Research, ICR) 혹은 앤서스인 제네시스(Answers in Genesis, AIG)같이 젊은 지구론을 주장하는 창조과학 단체는 탄소 연대 측정법 자체를 공격한다.

그들은 4만 년이라는 측정 한계를 가진 탄소 연대 측정법을 갖고 의도적으로 6천 5백만 년 전에 멸종한 공룡의 화석 연대를 측정한 결과, 수만 년밖에 되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고 이야기하면서 방사성 연대 측정법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우선 창조과학회의 이와 같은 시도들은 마치 30cm짜리 자로 마라톤 코스를 재는 것 같은 무의미한 시도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30cm짜리 자를 가지고 마라톤 코스를 잰다면 시간적으로도 엄청나게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그 자를 가지고 30cm씩 140,650번이나 되는 많은 횟수를 재다 보면 중간에 몇 번 빼먹고 계산할 수도 있고, 

또한 잴 때마다 발생되는 오차는 등차급수적으로 크게 누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나는 ICR 같은 미국의 창조과학 단체의 실험자들이 행한 실험의 정도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첨단 과학 실험은 우리가 초등학교 시절 과학 실험 시간에 물을 끓이고 빨간 알코올 온도계를 사용해서 물이 끓기 시작하는 온도가 100도인지를 측정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고고학, 고생물학, 지질학같이 현장에서 시료 채취되고 실험의 많은 부분이 진행되는 경우는 항상 시료가 오염될 소지가 높다.

실험 프로토콜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더불어 실험 숙련도가 없으면 제대로 된 실험 성과를 얻을 수 없다.

ICR에서는 실험 절차와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지구가 6천 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 동안 해왔던 고의적인 자료의 조작 및 왜곡을 생각해볼 때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다.

 

탄소 연대 측정법 외에도 40여 개 이상 되는 방사성 연대 측정법들이 수십억 년에서 수만 년까지,

즉 심원한 시간대에서 비교적 가까운 과거에 걸쳐 형성되어온,

우리가 살아가는 아름다운 지구의 속살을 이루는 지각과 암석들의 나이를 밝히면서

하나님의 창조의 경륜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확장시키고 있다.
이렇듯 과학자들은 방사성 연대 측정법 및 다른 과학적 성과를 통해 지구의 나이가 45억 년임을 확인했지만

창조과학회는 성경의 문자적 표현에 천착해 젊은 지구론을 공식적인 입장으로 삼고 이 사실을 절대로 받아 들이지 않는다.

문자적인 6천 년 지구 창조를 사수하기 위해 창조과학회가 벌이고 있는 방사성 연대 측정법의 흠집 내기 전략은 대략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방사성 붕괴율(반감기)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방사성 붕괴를 하는 원소들마다 갖고 있는 고유한 붕괴율이 일정하지 않고 임의로 변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창조과학자는 노아 홍수 때에 지구상의 방사선동위 원소들이 급격한 붕괴를 일으켜서 그때 발생했던 열에 의해 홍수물이 다 증발되어 우주 공간으로 날아갔다는 주장도 한다.

험프리스라는 창조과학자가 그 주인공이다.

 

창세기의 문자적 표현대로 노아 홍수의 수위가 천하의 높은 산보다 15규빗 더 높았다면 현재 지구상의 바다, 강, 호수, 빙하를 모두 포함하여 지구 전체의 지표수의 3배에 해당하는 수량이 필요하다.

이러한 비상식적인 수량이 발생한 것도 과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하지만, 이 많은 물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설명하는 게 더 큰 난제다.

창조과학회 측은 그 많은 수량이 궁창 위의 물과 깊음의 샘에서 나왔다고 설명한다. 

물론 앞 장에서 이 주장이 과학적 상식으로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창조과학회의 주장을 따른다면 우리는 이 많은 물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도저히 답할 수 없다. 

어떤 이는 그 많은 물은 남북 극의 빙하 속에 저장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남북극의 빙하가 모두 녹는다 하더라도 해수면 상승은 60-70여 m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8,848m의 에베레스트 산을 덮어버린 노아 홍수 수량을 설명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한 양이다.

따라서 창조과학자 험프리스는 방사성 동위 원소 들의 반감기가 노아 홍수 이후에 급격하게 짧아졌고 그때 발생된 열에 의해 홍수 물이 증발하여 지구 바깥으로 배출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현재 암석에 나타난 방사선 연대 측정에 의한 연령이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노아 홍수 당시의 반감기가 짧아진 효과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해석에 대한 증거로 다음과 같은 성경구절을 제시한다.

 

그러므로 내 분노의 불이 일어나서 스올의 깊은 곳까지 불사르며 땅과 그 소산을 삼키며 산들의 터도 불타게 하는도다(신32:22).

 

이에 땅이 진동하고 산들의 터도 요동하였으니 그의 진노로 말미암음이로다. 

그의 코에서 연기가 오르고 입에서 불이 나와 사름이여 그 불에 숯이 피었도다(시 18:7-8).


험프리스는 이 두 성경 구절이 노아 홍수 당시 방사성 붕괴가 급격히 빨라졌다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성경을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방사성 붕괴가 급격하게 일어나서

현재 지구상 의 물의 3배가 되는 홍수 수량이 전부 증발시킨 열이 발생했다면

그 홍수 속을 떠다녔던 노아의 방주는 어떻게 되었을까?

 

노아의 방주에 있는 생 명체는 부글부글 끓는 찜통 속의 사골처럼 남아나질 못했을뿐더러 지구 전체가 송두리째 달궈짐으로써 어떤 생명체도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주장은 노아의 방주가 현재 지구 수량의 3배나 되는 물을 증발시켜 우주 공간으로 날려보낼 정도의 위력을 가진 핵폭탄이 계속 터지는 아비규환의 피폭 지역을 유유히 항해했다는 이야기로 정리될 수 있다.

 

반감기 신뢰도에 대한 흠집 내기는 창조과학회의 주요 전략이다.

험프리스같이 노아 홍수 당시에 극단적으로 반감기가 짧아졌다는 주장과는 별개로,

현재 과학계에서 일정하다고 증명된 반감기가 실상은 일정하지 않다는 주장을 통해

방사성 연대 측정법에 의한 45억 년짜리 지구 나이에 대한 신뢰감을 떨어뜨려는

창조과학회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방사성 동위 원소의 반감기는 일정하다. 

앞서도 설명했지만 핵을 이루는 힘은 자연계에서 발생하는 물리적인 힘이나 전자기적인 힘보다도 훨씬 더 크다.

따라서 그것은 자연 상태에서 벌어지는 격변적인 요인(전기적·자기적 충격 내지는 물리적인 힘)에 의해서 핵이 깨지지 않고 자체의 붕괴 패턴에 의해 일정한 시간에 걸친 붕괴율을 항상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자와 개미의 힘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따라서 개미가 아무리 사자를 물어뜯어도 그로 인해 사자가 죽지 않는다.

사자는 자신의 수명이 다하면 저절로 죽는다.

아무리 자연적으로 가혹한 충격이 원자핵에 가해진다고 원자핵은 끄떡없다.

비바람이 불고 폭풍우가 몰아치고 번개가 내리쳐도 원자핵은 멀쩡하다.

 

원자를 묶어서 분자를 이루는 전기 에너지를 통한 화학적 결합력은 1 전자볼트인 반면, 

소립자들을 결속시켜 원자핵을 이루는 핵결합력은 '10의9승' 전자볼트에 이른다.

또한 중력은 핵결합력보다 훨씬 약한 전자기력보다 도 '10의 42승'배나 더 약하다.

그러므로 자연계에서 존재하는 중력이나 전자기 력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더 강한 원자핵의 결합을 물리적 · 전자기적 에너지로 와해시키기는 극히 어렵다.

 

이렇듯 엄청나게 강하게 결합된 원자핵의 붕괴 속도가 일정하지 않고 제멋대로 변한다면 어떻게 될까? 

인류가 인위적으로 원자핵을 붕괴시켜 에너지를 생산하는 장치는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원자력 발전소이고, 다 른 하나는 핵무기다. 

물론 핵무기는 엄청난 에너지로 인명을 살상할 용도로 제작되었기에 사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방사성 원소의 붕괴 속도를 조절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장치다.

그런데 이러한 장치의 기반을 이루는 붕괴율 자체에 대한 과학자들의 이해가 틀렸다고 한다면,

원자력 발전소는 삽시간에 거대한 원자 폭탄으로 돌변할 수 있다.

 

우라늄의 반감기에 대한 과학자들의 이해가 틀려서 그것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붕괴가 일어나면 분열이 일어 나는 원자로는 원자탄으로 돌변할 것이다.

창조과학회의 주장에는 이런 엄청난 내용이 담겨 있다.

만약 그들이 진정으로 방사성 동위 원소의 반감기가 일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은 교회에서 창조과학 세미나를 통한 교인 세뇌에 집중하기보다는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자신들의 신앙적 양심을 걸고 원전 반대, 반핵 운동부터 전개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들이 원전 반대 운동 대신 대한민국 정부에서 제공하는 원전의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는 것은

자신들의 주장이 어떤 과학적 함의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거나,

아니면 그들 자신이 주장하는 뒤죽박죽 반감기가 틀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든지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초기 조건을 알 수 없다는 창조과학회의 주장에 대해서 살펴보자.

앞서 설명했듯이 방사성 연대 측정법은 측정하려는 시료 속에 들어 있는 방사성 어미 원소와 그 어미 원소의 붕괴로 생긴 딸 원소의 양을 측정하여 붕괴 시간을 계산해서 연대를 결정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창조 과학회에서는 측정하려는 시료 속에 들어 있는 어미 원소와 딸 원소가 순수하게 방사성 붕괴의 산물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느냐고 주장한다.

즉 그들은 암석이 생성된지 한참 후 어미 원소, 딸 원소가 암석으로 편입 되거나 빠져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초기 조건을 알 수가 없으니 연대 측정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이 부족한 이유는 초기 조건의 편차를 보정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고안되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더 이상 초기 조건에 의존하지 않는 연대 측정 기법들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아이소크론(Isochron, 둥시선법)이라는 방법은 초기 조건에 구애를 받지 않고 측정 시료의 연대를 찾아낼 수 있다.

일반적인 방법은 어미 원소와 어미 원소에서 생성된 딸 원소, 두 가지 요소를 통해 연대를 결정한다.

어미 원소와 딸 원소, 두 가지 요소를 이용해서 연대를 결정한다면 초기 조건에 의해 연대가 다르게 측정될 소지가 크다.

 

측량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도 "삼각 측량"이라는 용어를 한두 번쯤은 들어보았으리라고 생각한다. 

왜 측량에서는 세 점을 이용한 삼각측 량법을 사용할까? 

두 점만으로 측량할 수는 없을까? 

측량을 하는 사람이 위치하고 있는 한 점에서 다른 한 점의 좌표를 찾아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두 점에서 좌표를 구하고자 하는 점을 시준해서 도합 3개 점이 사용된 다면,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배운 피타고라스의 정의를 통해서 수월하게 시준하는 점의 좌표를 구할 수 있다.

 

아이소크론도 세 점을 이용하는 삼각 측량과 마찬가지로 3가지 요소를 이용한다.

어미 원소와 어미 원소에서 생성된 딸 원소, 두 요소만 사용하는 기존 방법에

딸 원소와 동일한 원소지만 어미 원소의 붕괴를 통해서 생성된 것이 아닌

암석의 생성 당시부터 포함된 딸 원소의 동위 원소까지,

총 3가지 요소를 사용하여 연대를 측정한다 과학자들은 이 방법을 사용해서 초기 조건을 완벽하게 배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측정하려는 시료의 오염 상태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창조과학회가 사용하는 세 번째 방법은 방사선 연대 측정이 실패하여 잘못된 연대를 찾아낸 사례들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창조과학회 측은 꾸준하게 이러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그중 많은 경우가 미국창조과학 단체인 ICR에서 주도했던 실험들이다.

그리고 창조과학회 측은 일반적인 연구소나 학계에서 실험에 실패한 사례들도 곧잘 인용하여 방사성 연대 측정법을 공격한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창조과학회 측이 인용하는 이런 사례를 접하고 그들의 주장에 동조해서 방사성 연대 측정법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이 제시한 사례들이 지구 전체에서 행해지는 방사성 연대 측정 시도 중 대체 몇 %나 될까?

 

많은 사람이 과학 실험은 시도하기만 하면 다 성공하는 줄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공 못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따라서 왜 그런 결과가 벌어졌는지 검토하고 다시 실험을 시도함으로써 마침내 성공에 이른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자동차나 기차를 타고 터널이나 교량을 통과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과연 시공사들이 그 터널이나 교량을 시공할 때 타설했던 콘크리트를 대상으로 시행한 실험들이 한건의 불합격도 없이 100% 전부 성공했을까?

 

그런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콘크리트 강도 실험을 하기 위해 공시체를 만들 때 다짐을 잘못하여 재료 분리가 일어나서 강도가 작게 측정될 수도 있다.

또한 실험용 공시체의 양생이 잘못되어 설계 강도 미만으로 실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수없이 행해지는 실험들 가운데는 다양한 이유에서 잘못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콘크리트 표준 시방서도 콘크리트 강도 측정 결과가 설계 기준 강도 이하가 될 수 있는 확률을 0으로 정해놓지 않았다.

콘크리트 표준 시방서에는 강도 측정이 설계 기준 강도 이하가 될 확률을 1/20, 즉 5% 이하로 관리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창조과학회의 방사성 연대 측정 실패 사례를 너무 철석같이 신뢰해서 

방사성 연대 측정법이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똑같은 이유로 이제부터는 절대로 터널이나 교량, 그리고 자신의 키보다 높은 콘 크리트 구조물에는 

발조차 들여놓지 말기를 권한다.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도 가끔씩 페널티킥을 실패 한다. 

만일 내가 이러한 슈퍼스타들의 페널티킥 실축 장면만을 따로 모아 동영상으로 짜깁기해서 보여주며

메시나 호날두가 형편없는 축구 선수라고 주장한다면 과연 그것이 온당한 태도일까?

이런 경우에는 지극히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주님의 몸 된 교회의 지체들의 분별력이

왜 젊은 지구론을 필두로 한 창조과학회의 주장 앞에서는 제대로 작동이 안 되는지 참 의아스럽다.

 

일본의 전국 시대를 마감하고 에도 막부를 열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 (德川家康)는 매우 흥미로운 인물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약 300년간에 걸쳐 지속된 에도 막부의 기틀을 마련하고 

사후에는 닛코(日光)라는 곳에 위치한 동조궁(東照宮)이라는 신사(神社)에 안치되었다. 

이 동조궁에는 유명한 세 마리 원숭이 조각이 있다.

미자루, 키카자루, 이와자루라는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세 마리 원숭이 조각은 오랜 시간을 도요토미  히데요시 밑에서 2인자 노릇을 감내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노회한 처세술을 잘 상징한다.

 

수년 전 일이다. 

풀타임으로 창조과학 사역을 하시는 분과 한 시간 이상 대화할 기회를 가졌는데 참 답답했다.

오래된 지구와 우주를 뒷받침 하는 무수히 많은 실험과 관측 결과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극히 제한적인 횟수의 실험 결과를 제시하며 지구의 연대가 약 6천 년 정도라고 주장하는 것은 동조궁에 있는 세 마리 원숭이 조각을 떠올리게 했다.

물론 그분 들을 결코 원숭이라고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분들의 폐쇄적인 모습과 성향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젊은 지구론에 천착하고 있는 창조과학회의 모습과

동조궁의 세 마리 원숭이 조각이 겹쳐보이는 것은 나 혼자만 이 느끼는 감정은 아닐듯싶다.


출처 : 아론의 송아지(저자 임택규, 출판 새물결플러스)

 

 


신사는 지극히 일본적인 종교와 정치 구조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막부를 장악한 수반인 쇼군은 실질적으로는 일본을 통치하는 왕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스스로를 왕으로 규정하지 않고 왕에게 봉사하는 신하로 규정한다.

즉 왕권을 제압하고 일본을 통치하는 행위 자체를, 왕을 위한 봉사로 둔갑시킨 굉장히 모순적인 정치 구조를 형성한 것이다.

한편 일본의 국왕은 이러한 쇼군의 봉사 행위에 대한 대가로 쇼군의 사후에 그에게 제사를 지내주는데,

한 마디로 쇼군은 자신의 정치 행위를 사후의 삶을 위한 왕에 대한 봉사 행위로 여긴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중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배웠던 제정일치의 고대사회에서 제(祭)와 정(政)이 분리될 때,

왕이 정치적인 권력을 가지고 나라를 다스리는 정(政)의 기능을 갖게 되었고

토속신앙이 담당하던 제(祭)의 기능은 불교의 유입 등을 통해 정을 담당하던 왕 아래 복속되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왕이 정의 기능력 정치적인 왕권은 철저하게 박탈당한 채, 제(祭)의 기능 즉 종교적인 기능만 담당 하는 무척 제한적인 역할을 감당하게 되었다.

따라서 사실상 왕의 역할을 담당하는 정의 기능은 왕의 신하인 쇼군이 차지하게 되는

다소 보편적이지 않은 정치 형태가 만들 어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