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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 진화론과 창조신앙

w.j.lee 2024. 5. 31. 10:06

제3부 진화론과 창조신앙

 

제3부 진화론과 창조신앙

 

1859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진화론을 발표한 이래 기독교의 창조 신앙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다윈은 생물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발생하는 개체 혹은 집단간의 변이와 외부의 환경적 요소인 자연선택을 통해 궁극적으로 새로운 종이 만들어질 수 있으며,

이러한 방식을 통해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하나의 조상으로부터 진화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생명과 인간의 기원에 관한 진화론적 관점은 "모든 생명은 하나님께서 각각 그 종류대로 창조하셨다"는 구약성서의 증언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진화론과 창조론 사이의 논쟁을 불러왔다

김용준, 과학과 종교 사이에서』(파주: 돌베개, 2005), 133-135. 다윈이 신앙에 회의를 품게 된 사연은 이러하다. 그는 나나니벌 암컷이 나방의 애벌레를 잡아다가 그 신경 마다마다 침을 놓아 마비시킨 후 그 속에다 자신의 알을 낳고 유충이 나방 애벌레의 생살을 파먹는 자연계의 생존 방식을 보면서 자비로우신 하나님이 이런 방식으로 자연을 설계했다는 것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진화론은 과학과 기독교 신학 사이의 끊임없는 논쟁 혹은 대화의 주제가 되었다.

그 극적인 장면 때문에 과학과 종교의 역사에서 전설처럼 전해지는 저 유명한 1860년 토마스 헉슬리와 사무엘 윌버포스 사이의 논쟁으로부터,

가장 최근의 논쟁으로는 2012년 2월 23일에 있었던 리처드 도킨스와 로완 윌리엄스 대주교 사이의 논쟁에 이르기까지 이 논쟁은 지난 150여 년 동안 지속되었다.

이러한 역사적인 논쟁을 거치면서 기독교의 반응은 진화론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반진화적 창조론으로부터 이를 최대한 긍정하는 유신론적 진화론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신학적 입장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의 진화론과 기독교의 창조론 간의 논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논쟁은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이하 교진추)가 2011년 12월 교육과학기술부에 과학 교과서에서 시조 새에 관한 기술 내용을 삭제해 달라는 1차 청원을 내면서 시작됐다.

현행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에는 "시조새는 파충류에서 조류로 진화 해가는 중간 단계의 생물중간"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어 2012년 6월 국내 다수의 언론들이 일제히 교진추의 2차 청원에 의하여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에서 진화론을 설명하는 일부 내용이 삭제되거나 수정된다고 보도하였다. 

 

소위 '과학적 창조론'에 입각하여 진화론을 과학교육과정에서 폐기하고자 하는 창조과학회 및 교진추는 과학 교과과정에서 진화론을 폐기하거나 창조론을 교과과정에 포함하는 것을 목표로 반진화론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현재의 진화론 vs. 창조론 논쟁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기보다는 앞으로도 계속 격화되어 결과적으로 한국사회에서 과학과 기독교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고 나아가 일반인들의 기독교에 대한 반감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예견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하여 이 글은 한국사회에서 과학과 기독교 사이의 갈등을 완화하고 양자의 상호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진화론과 신학의 대화를 시도하고,

이를 통하여 생명에 대하여 보다 깊고 '통섭'적인 이해가 가능한 신학적 방향을 제시하며,

나아가 오늘날의 생태위기의 시대에 적합한 창조신앙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데있다.

 

'창조론'이란 용어는 20세기 중반에 미국의 근본주의 기독교 신앙을 배경으로 전개된 반진화론 캠페인의 맥락에서 형성된 '과학적 창조론'Scientific Creationism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창조론은 필연적으로 과학과 대립하고 갈등을 초래한다.

이와 달리 '창조 신앙'이란 용어는 좀 더 신학적인 입장에 충실한 개념이다.

창조신앙이란 창세기에 나오는 "하나님께서 온 세상과 동식물과 인간을 창조하셨다"는 기록을 문자주의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성서비평 방법론을 따라 창조 기사가 기록된 역사적 배경과 맥락을 고려하여 하나님의 창조에 관한 신앙고백의 메시지를 오늘날의 현실 속에서 재해석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

따라서 창조신앙은 진화론과 반드시 대립할 필요는 없으며 독립적이거나 대화 혹은 포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통섭'이란 단어는 하버드 대학교의 세계적인 사회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의 책 제목인 'Consilience'를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찾아낸 개념이다. 이는 "사물에 널리 통함"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의 종교철학 전통에서 사용되었다.


출처 : 신학자의 과학 산책 (저자 김기석, 출판 새물결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