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신학자의 과학 산책

제4부 : 01.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

w.j.lee 2024. 5. 31. 10:04

제4부 인공지능과 한국교회

 

01.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

 

교회의 역사를 돌아보면 교회는 언제나 그 시대의 주요한 도전에 대한 응답을 통해 발전하였다.

초기 교회는 유대교와 영지주의의 도전을 극복하면서 발전하였고, 유럽의 중세 교회는 아리스토텔레스 사상에 대응하여 스콜라 신학을 수립함으로써 기독교 정신을 이어 갈 수 있었다.

자연과학과 민권사상이 발달한 근대에는 성서비평학과 자유주의 신학을 통해, 그리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인간본성 깊이 내재한 죄성을 깨닫게 된 20세기에는 실존주의 신학과 신정통주의 신학을 통해 복음에 담긴 진리를 보존하고자 노력하였다.

또한 제1세계의 식민주의 선교 및 서구 기독교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20세기 중반 이후에는 제3세계 교회를 근거로 한 탈식민주의 신학과 복음주의 운동을 통해 기독교의 새로운 역사를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교회를 향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인가? 이 시대의 화두는 단연 '제4차 산업혁명'이다. 

몇해 전 우리나라는 이름도 생소한 '알파고' 열풍에 온통 휩싸였었다. 

2016년 3월 9일부터 닷새 간 대한민국에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라는 타이틀 아래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5번기 바둑대결이 벌어졌다.

전 세계의 이목을 서울로 집중시켰던 이 행사는, 이제와 생각해 보니, 세계적인 IT 선도기업인 구글이 인공지능의 시대를 온 세계에 선포하는 출정식이었다.

구글은 이세돌과 알파고와의 대국에 불과 25억원 200만 달러 정도를 지출했지만, 이 이벤트가 끝난 후 구 글사의 주식 총시가는 단 일주일 만에 무려 58조원이 상승하였다.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구글의 인공지능 기술력에 대한 기대와 투자가치가 반영된 결과였다.

 

이보다 두 달 앞서 2016년 1월에 열린 다보스 포럼은 인류가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천명하였다.

포럼의 참가자들은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의 속도와 범위, 영향과 결과가 기존 사회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파괴할 것이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인류는 지난 200년 동안 세 번의 산업혁명을 통해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1차 산업혁명은 18세기에 제임스 와트 1736-1819의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되었다.

사람이나 동물과는 달리 연료만 공급해주면 계속 달릴 수 있는 기차처럼 아무리 일해도 지 치지 않는 기계가 출현하여 생산성의 비약적인 증가를 가져왔다. 

2차 산업혁명은 19세기 말 전기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촉발되었고, 

3차 산 업혁명은 20세기 중반 반도체, 컴퓨터, 인터넷 등 정보통신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해 이루어졌다. 

이제 세 단계의 산업혁명을 이어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로봇, 사물인터넷 기술에 의해 자동화와 연결성이 극대화되는 시대를 말한다.

특히 인공 지능을 포함해 로봇, 사물인터넷, 무인자동차, 3D 프린팅, 나노 기술 등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가는 핵심 기술들이다.

바로 눈앞에 다가온 4차 산업혁명과 그 핵심을 담당하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사회와 교회는 어떠한 변화를 맞이할 것이며,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인공지능의 발전과 변화

 

알파고는 지난 10여 년간 세계 프로바둑계에서 최강자로 군림한 이세돌을 4대 1로 무찌름으로써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최근 알파고는 스스로 발전을 거듭하여 비공식 인터넷 바둑대국에서 세계 최정상급 프로바둑 기사들에게 60전 60승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세계랭킹 1위인 커제와의 대결에서 3전 전승을 거두었다.

이제 인간은 더 이상 알파고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알파고의 승리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믿어왔던 정신적인 영역에서도 인간을 뛰어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이 인류의 가까운 미래에 몰고 올 근본적이고 어마어마한 변화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공지능(人工知能, Artificial Intelligence, AI)이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모방한 지성을 지닌 존재, 혹은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지능"을 뜻한다.

원래 '컴퓨터'라는 말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대포에서 발사한 포탄의 탄도와 궤적을 계산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단어였다.

포병 부대의 정확한 포사격을 지원하기 위해 1,000여명의 계산원들이 큰 방에 모여서 간단한 수학공식에 거리, 고도, 풍향 등의 데이터를 삽입해서 계산하는 일을 하였는데,

나중에 사람을 대신하여 계산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하기 위한 기계 를 발명하게 되었다.

인간을 대신해 계산을 해주는 이 기계를 자연 스럽게 '컴퓨터'라고 불렀다'

그런 컴퓨터가 이제는 인간의 지능을 스스로 실현하는 데 도전하고 있다.

 

1956년 미국의 다트머스 칼리지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인공지능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다.

여기서 존 매카시는 "지식을 지닌 인간의 행동을 모방하는 기계"를 제안하고 이에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제 사람들은 수학적 계산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컴퓨터에 적절한 프로그래밍을 한다면 인간의 지능과 유사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1950년대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은 처음으로 "기계가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인간과 사고하는 기계의 차이점을 본질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진지하게 제기하였다.

그는 기계가 지능을 가졌는가를 판단하는 방법으로서 사람과 같이 대답하는 능력을 보인다면 본질적으로 인간과 기계를 구분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1960년대 들어 인공지능은 게임놀이, 문제풀이, 정리 증명 분야에서 발전하였고, 1970년대에는 음성인식, 자연어 이해, 로봇공학 분야에 응용되었으며, 1980년대 에는 전문가시스템, 지식기반 시스템 등을 거쳐, 1990년대의 신경망 컴퓨터, 퍼지이론 및 지능형 에이전트의 기술로 더욱 진보했다.

 

현재 자연어 처리는 영화 <그녀>에서 보여주듯 컴퓨터와 사람이 보다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게 하며, 자동번역에 응용될 수도 있다.

오늘날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이용해 신문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데, 칼럼은 못 쓰지만 사실에 기초한 기사작성은 가능하다.

예컨 대 야구경기나 증권시장의 각종 데이터를 입력하면 즉시 신문기사를 출력할 수 있다. 다소 어색한 표현들만 사람이 고쳐서 기사로 올리면 된다.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은 주어진 주제에 대한 사용자의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하여 효과적인 자료의 저장과 분류 및 정보검색을 가능케 하는 기술들이다. 

또한 전문가 시스템은 인간 전문가를 대신 하여 특정 분야의 전문적인 판단이나 작업을 수행한다. 

예를 들면, 의사가 환자의 증상과 임상 자료로부터 병명을 판단하고 그 병에 적합한 처방을 내리는 것을 컴퓨터가 수행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 및 응용 범위의 확장이 몰고 올 가장 급격한 변화는 기업과 직업의 영역이다. 

미국 3대 보험회사 중 하나인 트래블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정보기술 IT 업계의 최강자 구글이 구상하는 것처럼 5년 안에 무인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자동차 보험업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 했다. 현재 교통사고의 90퍼센트 이상은 인간의 부주의에 의해 발생 하는데 로봇 무인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교통사고가 거의 사라지고 이에 따라서 자동차보험업계도 몰락할 것이다.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 기술이 결합되면서 최근에는 미국 사무직 업무의 상당수도 로봇에게 넘어갔다.

법률회사에서는 컴퓨터가 판례를 모아 변호사들의 공판 준비를 돕고, 증권회사에서는 로봇이 시장을 분석하고 자료를 작성한다.

인공지능 로봇이 광고를 제작하고, 신문기사를 작성하며, 은행 창구의 금융거래도 로봇이 담당하게 된다.

미국의 IT분야 컨설 팅업체인 가트너사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2025년까지 전체 직업 가운데 3분의 1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불과 10년도 남지 않은 코앞의 미래인 것이다.

 

에릭 브리뇰프슨 MIT대 교수는 브루킹스 세미나 에서 "로봇혁명의 '장밋빛 미래'가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구글이 무인 자동차를 내놓은 걸 본 뒤, 로봇혁명이 미국 노동시장을 뿌리째 흔드는 '임계시점' 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걸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던 다양한 업무가 로봇의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기업들은 더 많은 부를 창출하게 되겠지만, 실업자는 더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에 의한 4차 산업혁명은 과거의 산업혁명과 달리 변화의 규모와 속도가 너무 크고 빠르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어렵고 불확정성이 증가한다.

과거의 기술혁신은 특정 분야에만 국한되어 '일 자리 감소'의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인 데 반해 생산성 향상의 파급효과는 컸지만, 인공지능과 로봇혁명은 경제의 전 분야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조지메이슨 대학교의 타일러 코웬 교수도"로봇공학의 발달은 미국 인구를 상위 10퍼센트와 나머지 90퍼 센트로 양분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술발전의 흐름을 주도하고 쫓아갈 수 있는 10퍼센트는 고임금과 풍요로운 삶을 누리지만, 나머지 90퍼센트는 임금이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마 다른 직업에 비해 교회 목회를 담당하는 성직은 더 오래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의 영혼을 상대하는 목회자의 역할은 로봇 목사(신부)로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존하는 직업의 상당수가 사라진다면 평범한 사람들로 구성된 현재와 같은 교회도 더 이상 존속하지 않을 것이다.

 

지능의 폭발과 초인공지능의 출현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인공지능의 지적능력에 따라 '약한 인공 지능'과 '강한 인공지능'으로 분류한다. 

'약한 인공지능' 은 인간이 명령한 특정한 범위 내에서만 주어진 과제를 수행한다. 

그런데 '강한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사고력을 지닌 인공지능을 말한다.

이는 종합적이고 자율적 판단력을 갖고 있으며 감정과 의지를 지닌 존재다.

그래서 강한 인공지능은 자신을 닮은 프로그램을 스스로 복제할 수 있고, 나아가 자신보다 더 우수한 지능을 만들 수도 있다고 예측된다.

 

어떤 이들은 인공지능을 그 본질에 따라 세 단계로 분류한다. 

첫 단계는 '좁은 인공지능'으로서 아이비엠의 왓슨이나 구글의 알파고와 같은 단계로 특정한 목적에 최적화된 인공지능이다.

앞의 '약한 인공지능과 비슷하다.

두 번째 단계는 '일반적 인공지능'으로서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앞의 '강한 인공지능'과 같다.

이 단계에서는 효율성과 자의식을 갖게 되고 자기 보존 욕구와 자원획득, 그리고 창의성을 지니게 된다.

이 단계에서 지능폭발이 일어나면서 세 번째 단계인 '초인공지능'이 탄생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영국의 미래학자 피터 코크레인은 2030년이면 슈퍼컴퓨터의 용량은 인간 두뇌의 1백만 배 이상
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약 10년 뒤에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복제하고 진화하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딥마인드'는 약한 인공지능이지만 입력된 기존의 기보를 학습하고 알파고 내부에서 계속 바둑을 두면서 이세돌을 이길 수 있는 창의적인 수를 찾아내었다.

입력된 기보로만 따져보면 제한된 정보를 활용해 수많은 기보를 학습하고 훈련받은 인간을 이긴 것이다.

강한 인공지능의 출현 가능성 여부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정말로 인공지능 내부에서 지능 폭발이 일어나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난 초지능이 탄생하는 일이 일어날지, 아니면 지나친 기우일 따름인지 현재로서는 판단할 수 없다.

 

제임스 배럿은 "인공지능은 인간의 마지막 발명품"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10년간 인공지능 실태를 심도 있게 조사한 배럿은 인공 지능에 의해 인류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인공지능이 2045년경이면 초인공지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초인공지능은 스스로 자신보다 더 나은 인공지능을 설계할 수 있으며, 이는 지능폭발로 이어져 마침내 특이점을 맞이하게 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특이점이란 일반적으로 기존의 해석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 질적 변화의 지점을 뜻한다.

기술적 특이점은 기술 변화의 속도와 영향력이 너무 커서 인간의 존재 양식이 질적으로 달라지는 시점을 뜻한다.

레이 커즈와일은 집적회로에 사용되는 트랜지스터가 매 2년마다 두 배로 증가했음을 예로 들면서 기술의 진화가 기하급수적으로 가속되는 성질이 있음을 입증했다

 

지능폭발과 더불어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인공지능 및 로봇공학, 유전자공학, 나노기술이 결합되는 '기술적 특이점'이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생물학적 죽음에 제한을 받는 호모 사피언스의 시대는 끝나고 새로운 인간의 탄생이 가능하다고 예측된다.

만일 이러한 예견대로 지능폭발이 일어나 초인공지능이 탄생하고 기술적 특이점이 도래한다면, 인간은 인공지능에 의해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과학기술과 인류문명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볼 때, 현재의 인공 지능은 마치 1930년대의 핵분열 기술과도 같다. 

1945년 최초의 원자 폭탄이 투하되기 전까지 인류는 핵분열 기술에 깃든 파괴력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었다.

그 후 핵실험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핵발전소 사고가 있었지만, 어느 정도 핵 기술을 통제하면서 그것을 오늘날 전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의 미래는 어떠할까?

당장은 휴대폰에 내장된 개인비서 프로그램, 노약자를 돌보는 로봇, 외로운 사람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가상공간의 연인 등, 매우 친근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점차 이들은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자연스럽게 차지할 것이고, 반려동물보다 훨씬 더 가까운 자리에서 인간과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전기, 전화, 자동차, TV, 인터넷 없는 일상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처럼, 매우 가까운 미래에 이들이 우리의 삶을 채우고 떠받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전화나 자동차와 다른 점은 이들이 어쩌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게 될지도 모른 다는 점이다.

우리는 점점 더 인공지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 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존재가 된다면 과연 인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것이 바로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던지는 매우 난해하고도 근본적인 도전이다.


출처 : 신학자의 과학 산책 (저자 김기석, 출판 새물결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