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크리스천 경영인과 직장인

[E-4] 원치 않는 발령

w.j.lee 2025. 3. 15. 01:09

 

원치 않는 발령


회사를 다니다 보면 '조직 이동'이라고 하는 인사발령을 겪게 된다.

크게 보면 해외 주재원으로 나가는 발령부터 시작해서 계열사로 전 배되기도 하고, 작게는 근처 조직으로 이동하거나 동일 직무 유관부서로 옮기기도 한다.

 

직장인들에게 조직과 직무의 변경이라는 것은 굉장히 민감한 주제일 수밖에 없다.

일을 배우기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여러 직무를 경험해 보는 것이 설레기도 하고 성장에도 도움이 돼서 긍정적일 때가 많지만, 일정 연차가 지난 후부터는 새로운 조직과 새로운 일을 다시 배우기 시작한다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나도 이제 어느 정도 성장했고 중간관리자급이 되었는데 나보다 연차도 훨씬 적은 후배들보다 아는 것이 적은 환경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당연히 부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 이동이 라는 것이 때로는 희망이 되고 동기부여도 되지만, 또 어떨 때는 퇴사를 고민해야 될 정도로 민감한 계기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바로 그 '원치 않는 발령이 이루어졌을 때 크리스천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라는 점이다.

 

어려운 문제다.
사실 하나님께서 선교사로 파송가라고 말씀하신 것도 아니고, 직장을 그만두고 목회자의 길을 가라고 말씀하신 것도 아닌, 그저 같은 회사 안에서의 조직 변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만 보면 민감하고 큰 주제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한발 떨어져서 바라보면 하나님의 나라와 나의 신앙과는 별로 관계없는 그저 현실적인 이슈일 수도 있다.

하지만 쉽게 넘어갈 수만은 없는 민감한 주제이기도 하다.

당장 나의 일상과 가족, 삶의 패턴이 모두 일시에 변할 수 있기 때문 에 본능적으로 방어기제가 작동하게 되는 두려움의 영역일 수 있다.

 

어려운 발령 건을 마주했을 때 크리스천들은 아마 다음과 같은 생각이 반사적으로 떠오를 것이다.

하나님의 계획이실까. 연단의 과정 일까. 기도의 자리로 오게 만드는 부르심일까. 이와 같은 생각들이 먼저 떠오를 수 있다.

그 다음에는 해당 조직으로 이동했을 때 예상되는 여러 가지 이슈들이 떠오를 것이다.

 

'피하고 싶은 그 사람과 어떻게 일하지'부터 시작해서 남편 또는 아내, 아이들과 멀리 떨어지게 되는데 어쩌지', '내가 그 일을 잘할 수 있을까', '이렇게 발령받으면 앞으로 이 조직에서 더 위로 올라갈 수 있을까' 등의 현실적인 고민도 자연히 머릿속에서 떠오를지 모른다.

 

회사 생활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들 중에서 크리스천으로서 가장 도전이 되는 순간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와 행동해야 할 태도 역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먼저 발령 건을 알게 되었을 때 맨 처음 그 즉시 하나님의 계획 여부를 마음에 떠올렸다면, 그리고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면 크리스천으로서 이미 할 일을 다 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믿음의 길을 지켰다고 생각된다.

다만, 필자의 견해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기도의 내용 역시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수 있도록 드릴 수 있다면 내 삶에 하나님의 나라가 더욱 확장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 을까 싶다.

기도의 내용이 이 발령을 막아 달라고 하던지 또는 피할 길을 주시라는 형태로 간구하기보다는 "어찌됐든 하나님의 계획대 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길 바라고 그 가운데 저의 발령도 작지만 귀하게 쓰임받기를 원합니다"라는 형태의 순종의 기도는 어떨까.

 

하나님은 이미 다 알고 계신다.

지금 이 발령이 나에게 도움이 될지 독이 될지, 특히 나의 신앙에 있어서 좋은 일이 될지 아닐지는 누구보다 하나님께서 잘 알고 계신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드리는 순종의 기도가 응답되는 형태 역시 하나님께서 믿음의 관점에서 이루어주실 것으로 믿는다.

 

나의 이 발령으로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는데 쓰임 받기를 원한 다는 기도를 드렸는데, 하나님께서 보실 때 오히려 그 방향이 나의 믿음 여정에 방해가 된다고 보신다면 당연히 막아주시지 않겠는가. 

아브라함의 이삭을 내리치는 칼을 붙잡으신 하나님을 떠올려 보자. 

하나님은 길을 열어 주시기도 하지만 옳지 않은 길도 반드시 막아주시는 하나님이시다.

 

이렇게 스스로 마음을 잘 다스리고 기도로 나아간 후에도 여전히 현실적인 고민과 갈등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적어도 아직 내 마음이 온전히 정리되고 다짐이 되기 전까지는 크리스천들이 회사 안에서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과 속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잘 구분할 필요가 있다.

속으로 생각하는 나의 마음은 아직 갈대처럼 흔들리는 상태라고 하더라도 회사 내 다른 사람들에게는 기쁨으로, 의연하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아직 하나님 앞에서 내 마음이 정해지기 전이고, 그 결과가 어떻게 이어질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지금 당장은 복잡하고 힘든 마음 이더라도 보여지는 모습은 밝고 가벼웠으면 한다. 

왜냐하면 사실 동료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나의 모습이 하나님 앞에서 내가 순종하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린다고 하지 않으셨는가.

 

사람들 앞에서도 내가 순종의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는데 하나님 앞에서는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는가. 

그렇지 않다. 

사람들 앞에서도 하지 못한다면 하나님 앞에서는 더욱 힘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태도가 바로 이 지점에서 훈련될 필요가 있다.

다시 한번 말하 지만, 만약 그것이 내 믿음의 여정에 방해가 되는 길이라고 하면 하 나님께서 당연히 막아주실 것이다.

그 신뢰를 가지고 담대히 나아갔 으면 한다.

 

그러한 행동이 바로 주위 동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 이 웃 사랑의 표현이며, 항상 기뻐하라는 말씀에 대한 순종이며, 사람 이 자기 길을 계획할지라도 결국 그 길을 인도하시는건 하나님이시라는 믿음의 고백이기 때문이다.

 

나의 마음이 정해지기까지는 하나님과 기도 가운데에 풀어져야 할 숙제라고 한다면, 보이는 이 세상에서는 본인의 태도로 인해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 발령으로 인해 퇴사하지 않을 것이라면 발령을 받아 갈 곳에서의 사람들도 생각하고 배려해야 한다.

이렇게까지 할 자신이 없고 그저 지금의 발병이 너무나도 싫고 괴롭다면 차라리 바로 퇴사하기를 권한다.
지금 원치 않는 발령으로 고민 중인 크리스천들이 있다면, 이 말씀을 기억하고 묵상하기를 바란다.

 

 

"당신들이 나를 이곳에 팔았다고 해서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

(창세기 45장 5절)


출처 : 크리스천 경영인과 직장인(지은이 : 조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