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사순절(四旬節) 묵상(默想, meditation) 22 : 기도의 과정

w.j.lee 2022. 3. 26.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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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과정

2022년 3월 26일(토)

말씀(시편 32편)
1.  허물의 사함을 받고 자신의 죄가 가려진 자는 복이 있도다
2.  마음에 간사함이 없고 여호와께 정죄를 당하지 아니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3.  내가 입을 열지 아니할 때에 종일 신음하므로 내 뼈가 쇠하였도다
4.  주의 손이 주야로 나를 누르시오니 내 진액이 빠져서 여름 가뭄에 마름 같이 되었나이다 (셀라)
5.  내가 이르기를 내 허물을 여호와께 자복하리라 하고 주께 내 죄를 아뢰고 내 죄악을 숨기지 아니하였더니 곧 주께서 내 죄악을 사하셨나이다 (셀라)
6.  이로 말미암아 모든 경건한 자는 주를 만날 기회를 얻어서 주께 기도할지라 진실로 홍수가 범람할지라도 그에게 미치지 못하리이다
7.  주는 나의 은신처이오니 환난에서 나를 보호하시고 구원의 노래로 나를 두르시리이다 (셀라)
8.  내가 네 갈 길을 가르쳐 보이고 너를 주목하여 훈계하리로다
9.  너희는 무지한 말이나 노새 같이 되지 말지어다 그것들은 재갈과 굴레로 단속하지 아니하면 너희에게 가까이 가지 아니하리로다
10.  악인에게는 많은 슬픔이 있으나 여호와를 신뢰하는 자에게는 인자하심이 두르리로다
11.  너희 의인들아 여호와를 기뻐하며 즐거워할지어다 마음이 정직한 너희들아 다 즐거이 외칠지어다

 

요절(要節)

허물의 사함을 받고 자신의 죄가 가려진 자는 복이 있도다 마음에 간사함이 없고 여호와께 정죄를 당하지 아니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시 32:1-2)

 

 

 

시편 32편은 하나님과 함께 '온전한 기도의 한 과정'을 지나 온 시인의 고백입니다. 

그 시작은 자신의 허물이었습니다. 

는 허물을 저지르고 나서 모르쇠하며 버텨보려 했던 것 같습니다. 

문제와 허물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남에게 화살을 돌 릴 수도 있고, 

입 다물고 있으면 지나갈 것이니 잠시 소나기 피하듯 문제를 외면하려고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럴 수록 그는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삶은 헝클어져 진이 빠진 사람이 되고 맙니다.


버티고 버티다 결국 그는 항복합니다. 

 

“네 주님, 제가 그랬습 니다. 제 잘못입니다.

이제껏 저를 둘렀던 핑계를 거둬들입니다.

이제껏 쏘았던 남탓의 화살을 부러뜨립니다. 

이 모든 것이 제 허물입니다.” 

 

한 마디 한 마디 신음처럼 고백하고 나니 그토록 짓눌렸던 무게가 안개 걷히듯 사라집니다. 

짓눌렸던 고통에서 평안과 자유로 이리 쉽게 건널 수 있다는 게 겪고도 믿겨지지 않습니다. 

힘들게 감추고 버틴 자신이 어리석기 그지 없습니다. 

 

스로에게는 한없는 죄의 무게가 하나님 앞에서 이리도 아무것도 아닌 것을 맛보는 순간, 

그는 놀랍게도 죄를 통해 주님을 더 온전히 만나고 체험하게 되었음을 깨닫습니다. 

 

바울 사도의 고백대로 죄 많은 곳에 은혜도 많다는 것이 끄덕여지고, 

오 복된 죄여(Felix Culpa)라는 믿음의 고백이 어떻게 터져 나왔는지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죄가 하나님 앞에서 토해졌는데 그분과 더 가까워지다니! 이 모순이 그를 놀라게 합니다.

 

이제 시인은 기도가 무엇인지를 압니다.

기도는 그분 앞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내어놓는 행위입니다. 

기도는 가장 깊은 실천이며 내면 가장 깊은 곳,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곳을 그분 앞에 내어놓는 용기의 실행입니다. 

기도는 말에 속하지 않는 의지의 실천입니다. 

장래 계획도 의논도 아닙니다.

 

금 여기서 가장 깊은 자신을 내어놓는 것이 기도이고 하나님은 이를 가장 기다리십니다. 

내면의 어둠이 빛으로 변하고 하나님의 용서하심은 자유의 날개로 주어집니다. 

그러니 찬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인생 2막이 펼쳐집니다. 

하나님은 그렇게 시인의 내면의 토로를 들으시고 용서하신 후 삶의 장에서 대화하시고 권면하십니다. 

“내가 어련히 너를 잘 가르치며 이끌지 않겠니?"
“그러니 네 고집은, 굴레를 씌우고 재갈을 물리길 기다리는 노새의 어리석음과 뭐가 다르니?”라고 미소짓습니다. 

 

기도는 이제 그분과 동행하는 일상의 여정이 되고 하나님은 그의 일상을 그분의 신비로 채워주십니다.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본 이들은 한결같이 거기에 두 개의 근원적 정서만 있다고 합니다. 

바로 두려움과 사랑입니다. 허물과 연약함을 들킬까 감추려는 두려움은 삶을 곤고케 하고 헝클어뜨립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몰아가다 결국 자기 혼돈과 파괴에 이르고 맙니다. 

그러나 사랑은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사랑 은 있는 그대로 자신을 내어놓되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받을 수 있고 또 사랑할 수 있다고 격려합니다.
어떤 근원적 정서가 우리를 지배합니까? 

믿는 이는 하나님이 심어놓으신 사랑에 자기를 내어맡기며 이 여정을 계속합니다.

 

 

기도
주님, 

이 믿음의 길에서 당신을 맛들이는 제가 될 수 있게 해주십시오. 

혹여 허물 에 빠졌더라도 그걸 저 혼자 지려고 감추다 절망하지 않게 하시고

당신 앞에 기어서라도 가게 하시고 그 순간 제 입술을 열어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