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크리스천 경영인과 직장인

[0-10] 승진은 과연 필요한가

w.j.lee 2025. 4. 16. 20:03

 

승진은 과연 필요한가

 

이제 우리나라도 과거의 전통적인 직급에서 탈피하는 과정에 있다.

사원부터 시작해서 부장까지 이르는 직급을 폐지하거나 단순화 하고 있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그만큼 승진의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고, 승진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은 임금이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인건비의 문제가 아니라 직원을 효과적으로 동기부여하고 관리하는 것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보다 복합적인 고민이 요구된다.

 

사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숭진이 많은 것이 좋다.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일반적인 5단계가 아니라 6단계, 7 단계 등 단계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좋다. 

그만큼 연봉이 올라갈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하는 일이나 역할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일정 연차가 도래했다고 해서,

또는 같은 일이지만 열심히 잘했다고 해서 계속해서 단계를 올리고 연봉을 올려준다는 것이 부담이고,

직원이 많은 회사일수록 그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이러한 고민의 과정 끝에 국내 많은 기업들이 내린 결론은 "미국등 선진국의 사례를 따라가자"였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은 이 러한 위계서열식 직급이 아닌 직무나 역할에 따라 레벨을 분류하는 방식이다. 

직무나 역할이 변화하지 않으면 제아무리 오랜 기간 회사를 다녔다고 해도 직급은 동일하고, 연봉 역시 큰 변화가 없다. 

같은 일을 한다면 그에 합당한 같은 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관점에서 나온 방식이다.

 

다만, 이 방식을 그대로 접목하기 어려웠던 것은 '우리와 정서가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우리나라에서 그 방식을 그대로 썼다가는 직원들의 반발이 매우 클 것이고, 많은 인재들이 이탈할 것이고, 그래 서 결국 기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단번에 직급체계를 개선하지 못하고 눈치를 봐가면서 조금씩 축소하거나

다른 레벨 체계로 변환해서 운영 중인 것이다.

 

크리스천 오너들에게도 이 고민은 다를 수 없다.
같은 환경에서 같은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회사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승진이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 성경에서 혹시 지혜를 얻을 수는 없을까.
아쉽게도 성경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간접적으로라도 언급하고 있는 내용은 없는 것 같다.

모세가 광야에서 천부장, 백부장을 세우며 그 직분에 따라 역할을 구분했다는 정도의 개념만 있을 뿐

사람들의 성장과 동기부여에 관한 방향은 이 땅의 지식과 지혜로 접근해야 할 주제로 보인다.

 

다만, 크리스천이라고 하면 이런 접근만은 피해야겠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있다. 

그 첫 번째가 위에서 언급한 '인건비 효율성'이다. 

인건비 증가를 최소화하기 위해 직급을 없애거나 단순화시키겠다고 하는 단순한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

이는 직원들이 회사를 다니며 얻고자 하는 성장에 대한 욕구,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보상 등의 가치를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승진을 가지고 '직원들을 효과적으로 다뤄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옳지 않다.

마치 당근을 제시하고 더 열심히, 더 회사를 위해서 헌신하게끔 유도하는 것 또한 부적절한 접근이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마치 직원들을 도구처럼 생각하는 관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급이나 직책을 자칫 잘못 사용하게 되면 사람들을 지위나 권력에 매몰되게 만들 우려도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일을 열심히 잘한 사람을 선별해서 승진할 수 있도록 하되,

그 승진한 사람이 겸손하게 받아들여서 승진하지 못한 사람을 이전보다 더 열심히 섬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승진의 요건을 타인에 대한 '섬김의식'으로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물론 그 섬김의식이라는 것을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는 방법론적으로 고민이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함께 일한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그리고 일을 잘하면서도 겸손하고 섬김의식이 있는 사람을 선별하려면 해당 팀장이나 임원 등 소속 리더들에게 승진의 결정권한을 최대한 주지 말아야 한다.

 

소속 리더들에게 승진 결정권이 많은 것이 일반적이나, 

그 방법을 유지할 경우 결국 리더 본인의 눈에 합한 사람에게 높은 점수를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타인이나 아랫사람을 섬기는 겸손한 사람보다는

본인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으로 윗사람에게만 잘하는 사람들이 승진 기회를 많이 갖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크리스천 오너들이 이 점을 잘 참고한다면 훨씬 더 건강한 승진체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승진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몇 번의 승진 기회가 적절하냐고 묻는다면, 직장생활 진입시기 및 정년 등을 고려했을 때 여전히 5~6회의 기회가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횟수보다 앞에서 언급한 '어떤 기준으로 승진할 것인가'이다.

윗자리로 올라갈수록 아래를 바라보고 더 섬길 수 있는 사람을 선별해야 한다.

그것이 일 자체에 대한 능력만큼 중요하다.

나의 것을 손해 보더라도 남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고,

그러면서도 일적인 역량도 우수한 사람에게 먼저 승진의 기회를 준다면

그 조직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그려지는가?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해 많은 돈을 쓰는 것도 투자지만,

승진을 어떻게 운영하는지도 매우 중요한 투 자가 될 수 있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

(빌립보서 2장 3~4절)


출처 : 크리스천 경영인과 직장인(지은이 :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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