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아론의 송아지

2-10. 석유 산업과 물고기 화석

w.j.lee 2024. 4. 18. 13:20

 

 

10. 석유 산업과 물고기 화석

 

2013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회사에서 가깝게 지내던 인도 출신 친구 하나가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났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회사에 프로젝트 엔지니어로 취직했다.

그 친구는 인도에 계신 부모님을 만나러 일 년에 한 번씩 인도를 방문했는데 로스앤젤레스에서 인도까지의 거리가 만만치 않아 3주간의 휴가 중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이 거의 나흘이나 된다고 항상 고충을 털어놓곤 했다.

그는 미국에 비해서 휴가 일수가 몇 배 더 많은 반면 상대적으로 근무 강도는 높지 않고, 무엇보다도 5-6시간 비행으로 인도에 갈 수 있는 곳으로 이직을 했으니 부모님을 찾아뵙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더욱 놀란 것은 그 회사의 급여 및 복리 후생 시스템이었는데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후하게 대우해준다는 점이었다.

그때 석유 산업의 규모와 위용을 그 친구를 통해서 다시금 깨달았다.

세계 최대의 석유 회사인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의 2015년 매출은 4,780억 달러로 1 달러 대 1,100원의 환율로 환산한다면 약 525조 원을 상회하는 규모다.

이는 일본의 자존심인 토요타 자동차(2,480억 달러)나 한국의 삼성전자(1,824 억 달러)의 2015년 매출 합계를 넘어서는 규모다.

세계에서 지질학 연구를 가장 많이 진행하는 곳이 다름 아닌 석유회사의 연구소다.

세계 유수의 석유회사들은 경제성 있는 석유 매장지를 탐사하여 석유를 생산하기 위해 막대한 연구 개발 예산을 들여가며 지질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시카고 대학교의 고생물학자인 닐 슈빈(Neil Shubin) 교수는 물고기에서 육상 동물로 전이되는 과도기적 동물 화석을 찾고 있었다.

3억8천5백 만년 전에는 육상 척추 동물들은 존재하지 않고 물고기만 존재했다.

이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바로 화석이다.

3억8천5백만 년 전에 생성된 지층에서 출토되는 화석에는 육상 척추 동물의 화석이 한 점도 발견되지 않는다.

진화론을 깨는 것은 사실 무척이나 간단하다.

그 당시 지층에서 예쁜 강아지 같은 포유류의 화석을 한 점만 캐낸다면 진화론은 송두리째 무너지고 말 것이다.

양서류 같은 육상 척추 동물들의 화석은 2천만 년이 더 지난 3억6천5백만 년 전의 지층부터 발견되기 시작한다.

자,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가설이 만들어진다.

 

3억8천5백만 년 전과 3억6천5백만 년 전 사이에 생성된 지층을 탐사하면 물 고기가 육상 동물로 변화하는 진화적 분기점을 지니고 있는 화석을 발굴할 수 있다.

 

닐 슈빈 교수는 석유 회사의 도움을 받아서 3억8천5백만 년과 3억6천5백만 년의 딱 중간인 3억7천5백만 년 전에 생성된 지층을 상대로 조사를 시작했다. 

육상 동물로 전이되는 변이를 지니고 있는 물고기의 화석을 찾으려 한다면 지층의 생성 연대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지층의 생성 위치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실제로 이런 동물이 살았다면 깊은 심해 대신 얕은 물가에 살면서 육지로 기어나오기 시작했을 테니까,

반드시 3억7천5백만 년 전에 얕은 강가나 개울가를 끼고 형성된 지층을 탐사해야 한다.

 

시카고 대학교에서 이러한 모든 조건이 부합되는 가장 가까운 장소는 펜실베이아 주의 필라델피아다.

하지만 닐 슈빈 교수는 빌딩이 들어섰고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대도시에서 화석 발굴 작업을 할 수는 없으므로 다음으로 최적의 조건을 지닌 곳을 찾아보았다.

마침내 발굴 장소로 최종 결정된 곳은 NV2K17이라고 명명된 엘즈미어 섬(Ellesmere Island)이라는 북극해에 위치한 섬의 한 지층이었다.

이곳은 북극점에서 불과 950km 떨어져 있는 춥고 황량한 곳인데,

닐 슈빈 교수는 약 5년간에 걸쳐 철저한탐사를 벌인 끝에 위의 사진과 같은 희한하게 생긴 물고기의 화석을 발견한다.
이때 발견한 것은 악어처럼 머리가 납작하게 생긴 물고기의 화석이었다.

이 물고기 화석은 탐사대에 많은 도움을 준 북극권 캐나다의 이누이트족에게서 받은 "틱타알릭"(이누이트족의 언어로 민물에 사는 큰물고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이라는 이름이 붙여진다.

이것은 생김새만 놓고 보면 여느 물고기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일반 물고기와 같이 아가미가 있고 비늘을 지녔고 지느러미를 사용해 헤엄쳤다.

화석을 바탕으로 복원된 원래의 틱타알릭의 모습은 옆의 사진과 같다.

 

하지만 틱타알릭은 해부학적으로 일반 물고기와는 전혀 다른 아래와 같은 엄청난 변화를 가지고 있었다.

(1) 어류는 두개골과 어깨뼈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몸통과 머리를 따로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틱타알릭의 두개골은 어깨뼈와 분리되어 있다.

우리가 국민체조의 목 운동을 할 때 목을 자유롭게 돌릴 수 있듯이

틱타알릭도 몸통 과 상관없이 머리를 돌릴 수 있었다.


(2) 그러나 틱타알릭의 가장 놀랍고 중요한 특징은 지느러미의 해부학적 골격이었다.

지느러미 속의 골격이 어깨뼈, 팔꿈치뼈, 손목뼈 같은 육상동물의 팔이나 다리 같은 관절로 분화된다. 

우리 인간처럼 몸무게를 지탱하며 팔굽혀펴기를 할 수 있는 어깨, 팔꿈치, 손목을 지닌 물고기였던 셈이다.

어류의 지느러미 속에는 잔가시 같은 자잘한 뼈들이 많지만 옆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틱타알릭의 지느러미 속의 골격은 육상 사지 동물의 뼈와 그 배치 형태 및 개수가 비슷하다.

즉 육상 동물의 팔, 다리 골격이 물고기의 지느러미 거죽에 쌓여 있었다.

 

이런 발견을 다룬 논문이 2006년도에 「네이처」(Nature)에 발표되었을 때 그 반응은 정말 어마어마 했다. 

그러나 이 화석을 발견한 것도 큰 성과지만,

우리는 이 화석이 출토될 곳을 정확히 짚어낸 지질학적 예측력에 더욱 주목해야만 한다.

우리는 탐사대가 아무 곳이나 땅을 파다가 복권에 당첨되듯이 잭팟이 터진 것이 아니라,

정확한 지점을 예측했고, 또 그곳에 실제로 이러한 화석이 있었다는 점을 주목해야만 한다.

 

즉 우리는 자연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파악하는 과학이라는 활동이, 이런 화석을 발굴 할 수 있는 정확한 예측을 인간에게 제공해주었다는 점에서 과학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인간이 재화를 생산하는 산업 현장에서는 당연히 이러한 현대 과학을 이용한다.

정확한 예측을 제공하지 못하는 과학은 산업 현장에서 폐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창조과학회는 스스로를 기독교 신앙을 위해 핍박받는 사람들로 표현한다.

그들은 기존의 정상 과학보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과학 이론이 정확하지만 과학자 사회가 무신론적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혀서 자신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과연 이런 주장이 맞는 것일까? 

한 마디로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앞서 언급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의 2015년 매출은 525조 원에 이른다. 

그 뒤를 잇는 중국의 석유 회사 시노펙의 2015 년 매출 500조 원을 넘어섰다. 

이 두 회사의 2015년 매출 합계만 해도 1,000조 원을 넘어선다. 

2015년도 대한민국 정부 예산이 약 375조 원이니 까, 독자들은 1,000조 원이 어느 정도의 금액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다 로열 더치 쉘, 엑슨모빌, 브리티시 페트롤륨, 그리고 쉐브론 같은 전통적인 미국과 유럽의 메이저 석유 회사를 다 포함한 세계 석유 산업 전체를 생각한다면 그 규모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이 거대한 산업계가 단순히 아집에 사로잡혀서 더 좋은 예측을 제공받을 수 있고 더 많은 이익을 안겨줄 수 있는 창조과학 이론을 배척한다는 것이 말이 될까?

 

틱타알릭의 발견에서 볼 수 있듯이 현대 지질학은 3억7천5백만 년 전 물고기가 육상 동물로 전이되는 과도기적 화석을 담고 있는 지층을 정확히 찾아냈다.

석유를 찾는 것도 결국 화석을 찾아내는 것이다.

석유 자체가 고생물의 화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대한 재화를 창출하는 석유업계는 현대 지질학을 사용해서 석유 매장지를 탐사하고 시추한다.

 

만일 창조과학회에서 주장하는 홍수 지질학에 기반한 이론들이 타당하고 현대 지질학보다 더 정확한 석유 매장지 및 그 매장량에 대한 예측을 제공한다면, 석유 업계에서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채산성 있는 석유 매장지를 찾기 위해 전 세계의 창조과학 전문가를 영입하려고 혈안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자명하다.

전 재산을 다 팔아서 창조과학과 관련된 업체의 주식을 사 모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과연 그런 일이 벌어졌는가?


출처 : 아론의 송아지(저자 임택규, 출판 새물결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