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신학자의 과학 산책

제2부 : 01. 상대성원리와 신학적 성찰

w.j.lee 2024. 5. 31. 10:07

제2부 현대과학과  기독교

 

01. 상대성원리와 신학적 성찰

 

우주는 전자기파가 춤추는 공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입지전적인 과학자가 된 패러데이의 실험과,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맥스웰의 방정식을 통해 전자기학이 정립되었다.

이로써 수백 년 동안 과학자들을 괴롭혀온 빛의 정체가 어렴풋이 드러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속해 있는 우주 공간이 비록 우리 눈에는 가시광선들 밖에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전자기파로 가득 차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 파장의 길이 한 파동의 골과 다음 파동의 골까지의 거리가 1미터 이상이면 전파(電波)라 부른다.

전파보다 짧은 파장을 지닌 파동들은 극초단파(極超短波)로서 파장의 길이가 몇 센티미터 정도이고,

적외선(赤外線) 1만분의 1센티미터 이상, 가시광선(可視光線)은 4천만 분의 1에서 8천만 분의 1센티미터 사이, 

그보다 더 짧은 파장을 지닌 파동들에는 자외선(紫外線), 엑스선x-ray, 감마선Gamma -ray 등이 있다.

 

우리가 맨눈으로 어두운 밤하늘을 보면 불과 수천 개의 별 밖에 볼 수 없지만, 보이지 않는 헤아릴 수 없이 엄청나게 많은 별 들과 은하들로부터 전파와 적외선과 자외선 영역의 전자기파들이 우리의 머리 위로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이 우주는 무수한 전자기파들의 춤으로 가득 찬 공간이다.

가시광선의 영역은 전자기파의 전체 영역 가운데 매우 좁은 영역에 불과하며,

따라서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전체 가운데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더욱이 뇌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눈으로 들어 오는 시각정보 가운데 의미 있다고 판단되는 일부 정보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그대로 버린다.

이런 점을 생각할 때 아무리 현명하고 많은 정보를 손에 쥐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인간이 내리는 판단이란 지극히 한정되고 치우친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조직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또 이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그는 자신이 제일 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며 자신이 내린 판단이 항상 최선이라고 확신하지만 결과는 재앙을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런 결과가 나올까?

 

전자기파의 광대한 영역과 상대적으로 매우 좁은 가시광선의 영역이 시사하는 교훈은 우리 인간이 파악할 수 있는 정보 혹은 물리적 실재는 전체에 비해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 한정된 정보 안에서도 우리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습관을 갖고 있는데, 

이는 마치 개미 한 마리가 코끼리 발에 올라났니서 코끼리의 전체 모습을 알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점에서 물리학은 우리에게 인식론적으로 겸손한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교 훈을 넌지시 가르쳐 준다.

 

한편 이 우주가 온갖 종류의 전자기파들이 넘실거리는 공간이 라는 개념은 우리에게 새로운 신학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자연의 신학을 주창한 독일의 신학자 판넨베르크(Wolfhart Pannenberg, 1928-2014)는 물리학의 장(場) 개념으로부터 온 우주에 편재한 성령(聖靈)을 연상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이 세상의 창조주라는 기독교의 고백이 현대인에게 보다 의미를 획득하려면,

과학자들이 묘사하는 물리적 세계와 하나님이 어떻게 관련을 맺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판넨베르크는 공간 속에 뻗어 있는 물리학적 장,

즉 중력장이나 전자기장의 특성을 통해 신학적으로 우주에 편재한 성령을 은유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성령의 현대적 모델로 물리학의 장 개념을 차용하는 판넨베르크의 시도에 대해 영국의 과학-신학자인 폴킹혼은

물리학에서 통용되는 장 개념의 맥락을 보다 자세히 설명하면서 그 유용성이 제한적이라며 비판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 공간이 그저 텅빈 장소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와 장이 작동하는 공간이라는 사실은,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나 능력의 작용을 설명 하는 데에 있어 좀 더 설득력을 더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하나님과 세계의 연관성을 은유적으로 설명하는 데도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판넨베르크에 대한 폴킹혼의 비판은 범주의 오류를 지적한 것이다.

 

물리학의 개념과 신학 또는 철학적 사유를 직접 연결 짓는 시도는 일찍이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이라 는 매력적인 제목의 책을 출간한 프리초프 카프라에 의해서 시도되었다.

물리학자이면서 젊은 시절 히피 문화에도 관심을 갖고 기웃거렸던 카프라는 이 책에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라는 두 기둥으로 성립된 현대물리학이 묘사하는 물리세계의 실재가 오래전 불교, 도교, 힌두교 등 동양사상이 실재를 파악하는 관점과 상당히 잘 맞아떨어진다는 주장을 펼침으로써 신과학 운동 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호응하여 게리 주커브(Gary Zukay, 1942)는 『춤추는 물리』The Dancing Wu-Li Masters 라는 책을 펴냈 gary 는데,

그는 원래 과학에는 전혀 문외한이었으나, 우연히 친구를 따라 물리학자들의 모임에 참석했다가 그들의 용어가 매우 철학적이라는 점에 충격을 받고 현대물리 학에 관심을 갖게 되어 물리학의 기초부터 공부하면서 양자역학이 파악하는 실재 세계의 불확정성과 동양적 사유와의 유사성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시도에 대해 범주의 오류라는 비판도 있고, 두 책 모두 나온지 상당히 오래된 책이지만 현대과학과 동양사상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재미있게 읽어볼 만한 책들이라고 생각한다.

 

"물리의 도사들은 과학과 종교는 춤에 지나지 않으며, 그를 쫓는 자들은 무도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 무도자들은 진리를 따른다거나 현실을 추구 한다고 주장하겠지만 물리의 도사들은 그들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모든 무도자들의 진정한 사랑은 춤 그 자체임을..."

 

상대성이론과 시공간 space-time

빛이 전자기파의 일종으로서 빛의 속력은 광원 및 관찰자의 속도와 무관하게 일정하다는 발견은 물리학의 혁명을 일으켰다. 

1887년에 마이컬슨(Albert Abraham Michelson, 1852-1931)과 몰리(Edward Williams Morley, 1838-1923)는 당시까지 빛의 가상적 매질이라고 여기던 에테르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광속을 지구 공전 방향 및 수직 방향으로 측정하였는데, 아무리 실험을 반복해도 빛의 속도는 일정하게 측정되 었다.

광원의 속도나 방향과는 무관하게 광속이 불변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은 마침내 아인슈타인에 의해 해결되었다.

그는 1905년에 "운동 물체의 전기역학에 대하여" 라는 제목의 짧은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이 것이 바로 유명한 특수상대성이론이다. 

 

아인슈타인은 열여섯 살 무렵에 "만일 빛의 속도로 달려가면서 빛의 다발을 관찰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라는 상상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상상은 십년 후 그 가 특수상대성이론을 고안하도록 이끌었다.

한편 아인슈타인의 학창 시절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는데, 아인슈타인은 고교시절 어학, 역사, 지리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았고, 이로 인해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 입학시험에 낙방하였다.

이듬해 다시 응시하였을 때 그의 뛰어난 수학실력을 눈여겨 본 대학 교수가 특별히 입학을 허락하여 겨우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 원하던 교사가 되지 못하고 특허국에 취직해 평범한 직장인과 다를 바 없었으나,

혼자 꾸준히 물리학을 공부하여 스물 여섯 살이 되던 1905년에 광양자설에 관한 연구, 브라운 운동에 관한 연구, 특수상대성이론 등 세 편의 논문을 잇달아 발표한다.

마침 내 그는 1921년 물리학에 대한 기여 및 광전효과 연구로 노벨물리학 상을 받게 되었다.

만일 그가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면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학생 개개인이 지닌 장점과 잠재적 능력보다는 모든 과목에 걸쳐 우수한 점수를 받아야만 되는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말이다.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어떤 물체를 가속하여 빛의 속도에 근접하게 되면 질량은 무한대에 가깝게 증가하고 시간은 점점 느려지게 된다.

그래서 아무리 가벼운 입자라도 입자가속기에서 빛의 속도로 가속시키려면 무한대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빛은 하나의 광원에서 우주 공간으로 일정한 속도로 이동하는데, 이는 마치 연못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퍼져 나가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상대성이론은 절대시간을 인정하지 않는데, 이는 우리가 서로 다른 지점에서 경험하는 사건은 빛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하여 각각 다른 시간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우주에서 일어나는 어떤 사건도 빛이 시간의 축을 따라 전개하는 공간의 원뿔을 벗어나서 알려질 수 없다.

예를 들어 초속 30만 킬로미터의 속도를 지닌 빛이 태양에서 지구까지 도달하는 데 약 8분이 걸린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태양이 폭발하는 사건이 일어나도 우리는 그것을 알 방법이 전혀 없다.

그것을 알게 되는 것은 지금으 로부터 8분 후이다.

그럼 태양이 사라진 시간은 언제일까?

지금일까, 아니면 8분 후일까?

 

이 질문에 대해 하나의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뉴턴의 절대시간, 절대공간의 개념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는 그 사건을 경험하는 지점을 지정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즉 태양에서는 지금이지만, 지구에서는 8분 후가 정답이다.

그런데 둘 중 어느 한 지점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 다.

이러한 생각에 대해 저항감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위와 반대로 지금 지구가 폭발한다면 태양에서는 8분 후 이를 경험할 수 있다.

(그 결과는 태양의 폭발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비해 현저히 미약하겠지만, 만일 태양 근처에 파견된 우주비행사가 있다면 어쨌든 8분이 지난 후에 이를 관측할 수 있겠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로 지구를 기준으로는 현재이지만 태양을 기준으로는 8분 후가 사건을 경험하는 시간이 된다. 

 

그러면 어떤 시간이 정답일까?

어떤 사건의 시간은 관찰자의 운동 상태에 따라 달라지며 우주의 모든 관찰자는 저마다의 고유한 시간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주 전체에서 각각의 사건은 각각 고유한 시간을 갖게 되며 그 어느 것도 절대적이지 않다.

그래서 이 이론을 상대성이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특수상대성이론의 이야기이고, 여기에다 중력이란 요소를 도입하면 일반상 대성이론이 된다.

 

일반상대성이론이 묘사하는 우주의 실제 모습은 특수상대성이론보다 더욱 우리의 고정관념과 충돌한다.

1905년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후 10년 뒤 아인슈타인은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은 근본적으로 동일하다는 착상에서 출발하여, 중력에 의해 시공간이 곡률을 갖는다"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했다.

 

이 이론은 앞의 이야기보 다 상식적으로 훨씬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라 짧게 설명하기가 어 렵지만,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중력질량이란 우리의 몸이 지구 중력에 의해 아래로 당겨지듯이 중력을 받은 물체가 갖게 되는 질량이고,

관성질량이란 자동차가 갑자기 앞으로 가속될 때 뒤로 당겨지는 힘을 느끼듯이 물체가 운동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로 인해 갖게 되는 질량이다.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은 상상실험을 통해 일반상대성이론을 고안했다. 

"만일 어떤 우주비행사가 하늘 높이 밖을 볼 수 없도록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는데, 그 엘리베이터의 줄이 끊어져 자유 낙하를 하고 있다면 그 우주비행사는 중력을 전혀 느끼지 못할 것이다.

반대로 무중력공간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지구중력 가속도의 크기로 가속시키면 그 안에 타고 있는 우주비행사는 자신이 지구 표면에 정지해 있는지 아니면 가속에 의한 것인지 전혀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이 상상을 통해서 중력의 효과와 가속도의 효과가 동일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것이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이 동일하다는 뜻이다.

나아가 가속되는 엘리베이터의 한쪽 벽면에서 다른쪽 벽면으로 빛을 통과시키면 그 빛의 경로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직선이 아니라 약간 구부러질 것이라고 논증했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사고실험을 통해 "질량물질 또는 에너지에 의해 시공간이 휘어지고 그 휘어진 공간을 따라 빛이나 물체가 운동할 것"이라는 놀라운 결론을 이끌어냈다.

 

이 내용을 간단히 표현하면 "중력에 의해 시공간이 휘어짐, 즉 곡률curvature이 생긴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의 물리학자 존 휠러(John Archibald Wheeler, 1911-2008)는 이를 가리켜 "물질은 시공간이 어떻게 휘어질지 알려주고 시공간은 물질이 어떻게 운동할지 알려준다"라고 멋지게 표현했다.

여기서 시공간이 휜다는 것은 직진하는 빛이 휘어진 경로를 따른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을 실생활의 이야기로 비유를 들자면 마치 아이들이 점핑을 하며 뛰노는 넓은 고무판 위에 볼링공을 올려놓았을 때 볼링공의 무게 때문에 고무판이 오목하게 변형되고, 그 주위에 작은 구슬을 굴리면 경로가 휘어지듯이 시공간이 중력에 의해 변형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현상의 극단적인 예가 블랙홀이다. 

곧 엄청난 질량을 지닌 천체에 의해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우주공간의 검은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에 개봉되어 국내에서만도 천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영화 <인터스텔라> 는 블랙홀 주위를 여행 하는 우주비행사가 자신의 아들과 딸과 통신할 때 그 시간 간격이 점점 멀어지는 현상이나,

지구에 남아 있던 딸이 우주비행을 하고 돌아온 아버지보다 더 늙어 있는 장면 등을 통해, 시간이 광속에 근접한 속도나 블랙홀과 같은 중력에 의해 더 느리게 흐르는 상대성이론의 효과를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상대성이론의 효과와 신학적 성찰

 

상대성이론은 단지 이론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상대성이론은 인류의 역사를 바꾸어놓았는데, 가장 극적인 예가 원자폭탄의 등장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원자 폭탄이 발생시키는 에너지량을 계산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이 상대성이론이다.

이는 상대성이론의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Mass- energy equivalence, E=mc2. 에너지는 질량에 광속의 제곱을 곱한 값)에 기초하고 있다.

당연히 원자력발전도 같은 원리에 의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오늘날 실생활에 가장 가까운 예는 우리가 자동차를 운전할 때 사용하는 GPS인데, GPS 위성은 지구상공을 초속 4킬로미터로 선회하고 있다.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속도가 빨라질수록 시간이 느려지므로, 이를 적용하면 GPS 위성 시계는 지상에 비해 하루에 7.1 마이크로초 정도 늦어진다. 

그런데 GPS 위성은 2만 킬로미터 고도에 위치 하므로 중력이 지상에 비해 약해진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중력이 약할수록 시간이 빨라지므로 이 효과를 적용하면 GPS 위성의 시계는 하루에 45.7 마이크로초 정도 빨라진다.

이 두 효과를 합하면 결국 위성의 시간은 지구에 비해 하루에 38.6 마이크로초만큼 빨라지며, 이 시간의 차이는 11킬로미터의 오차를 낳음으로 이를 보정하지 않으면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GPS에 탑재된 시계는 지구의 시계에 비해 느리게 가도록 보정되어 있다.

 

상대성이론은 뒤에 정립된 양자역학과 더불어 현대 물리학의 두 기둥이 되었고, 20세기 중반 이후 정립된 빅뱅우주론의 중요한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였다.

우주(시공간, space-time)는 평탄하지 않으며 중력에 의해 휘어진다는 설명은 그동안 우리가 지니고 있던 우주상에 매 우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뉴턴 역학이 가정한 무한히 뻗어 있는 3차원의 절대공간과, 우주 어디에서나 보편적이고 동일하게 흐르는 절대시간의 개념을 폐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는 상대성 이론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

 

한때 마니교에 심취했다가 회심을 통해 기독교에 귀의한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 354-430)에게 마니교 신봉자들이 찾아와 이런 질문을 던졌다.

"하나님이 이 세상을 창조하셨다면, 하나님은 창조 이전에 무엇을 하고 계셨는가?"

아우구스티누스는 여느 성직자들 처럼 "골치 아픈 질문으로 성직자를 골탕 먹이는 당신 같은 자들을 위해 지옥을 만들고 계셨을 것"이라고 대답하는 대신에,

"시간도 창조의 산물이므로 창조이전을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마니교도들이 이러한 질문을 한 이유는 마니교에서는 이 세계란 악한 본성을 지닌 물질과 거룩한 영이 투쟁하는 장소이며, 물질은 본래부터 존재하는 것(선재물질, pre-existing matter)이라고 믿었는데 기독교 에서는 하나님의 창조에 의해 세계가 만들어졌다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시간도 창조의 부산물'이라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대답은 과학시대를 사는 오늘날의 우리가 들어도 신선한 지적 충격을 안겨준다.

그것은 곧 시간을 어떤 절대적인 요소로 여기는 우리의 막연한 고정 관념에 일침을 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창조를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영원한 시간의 과거 어느 한 지점에서 일어난 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러한 생각의 배경에는 시간을 절대적 요소로 여기는 관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미 오래 전에 시간도 창조의 부산물로서 하나의 상대적인 요소로 규정했다.

옛날 사람인 아 우구스티누스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전혀 알리가 없었을 텐데 어떻게 이런 생각에 도달했을까?

그것은 그가 절대성은 오직 하나님만이 지닌 속성이라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사람들 눈에는 꽤나 견고하게 보이는 그 어떤 존재일지라도 자연은 모두 '죽음의 운명을 피할 수 없는 필사의 속성'을 지 니고 있음을 깊이 성찰했다.

반대 개념인 '불멸성'이란 단어는 있지만, 필사의 운명을 뜻하는 영어 '모탈리티'에 상응하는 단어가 한자나 한글에는 없다.

아마도 동양철학에는 이러한 개념이 본래 부터 없는 것 같다.

모든 탄생은 일자이신 하나님으로부터 유래하고 모든 존재 역시 하나님께 귀속된 것이며, 하나님만이 홀로 영원하고 완전하고 전지전능하고 절대적인 특성을 지녔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신학적 사유는 중세 신학으로가는 디딤돌을 놓았다.

 

나중에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 이론의 실마리가 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순간을 가리켜 "내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착상"이라고 회고하였다.

그는 호기심 많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품어보았음직한 공상에 가까운 이러한 상상을 끝까지 밀고 나가 마침내 우주의 비밀 한 자락을 풀었다.

그는 물리현상에 대한 어떤 상상을 논리적으로 가다듬고, 수학기하학을 사용하여 위대한 이론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수학으로 표현되는 상대성이론은 거시적 규모에서 우주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열쇠다.

 

우리는 아인슈타인이 사고실험을 통해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 상대성이론을 발견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 다.

이는 곧 물리적 우주가 우리의 사고와 수학을 통해 이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아인슈타인은 "자신에게 가장 불가해한 점은 이 우주가 이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물질로 이루어진 우주가 가장 관념적 언어인 수학을 통해 이해 가능하다는 놀라운 사 실을 지적하고 있다.

간결하고 아름다운 방정식으로 우주의 존재방식이 설명될 수 있다는 사실은 물리적 우주가 필연적으로 인간의 마음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뜻이 아닐까?

 

하나님께서 우주를 창조하셨고 그 우주가 수학으로 설명되고 이 해될 수 있다면, 하나님은 수학에 도통하신 분이심이 틀림없을 것이다.

하나님은 세계를 만드시고 맨 나중에 당신의 형상을 따라 사람도 만드셨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형상대로 우리 인간을 지으셨다는 뜻은, 인간에게 당신이 만드신 이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도 심어 주신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우주의 역사는 물리세계가 변해온 역사이며, 정해진 법칙에 따라 처음에 한 점의 물질-에너지 씨앗으로 시작되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광대한 우주 공간에 걸쳐 어마어마한 숫자와 규모의 은하와 별들로 진화되었고,

그 속에 마침내 그 우주의 역사를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는 우리 인간이 존재하고 있다.


출처 : 신학자의 과학 산책 (저자 김기석, 출판 새물결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