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신학자의 과학 산책

제4부 : 05. 알파고 그 이후, 인공지능 시대의 신학

w.j.lee 2024. 5. 31. 10:03

제4부 인공지능과 한국교회

 

05. 알파고 그 이후, 인공지능 시대의 신학

 

신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기독교 신학은 언제나 시대의 도전과 질문에 대한 응답 내지는 수용을 통해 발전하였음을 알 수 있다.

초기 교회의 교부신학은 당대의 가장 큰 도전이었던 그리스 철학과 영지주의에 응대하는 과정을 통하여 발전하였고, 중세의 스콜라 신학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대한 비판적 수용을 통하여 발전하였다.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도전은 무엇인가?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늘날 우리는 '알파고'를 통해 잘 알려진 인공지능의 시대, 즉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한다.

다가오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목회와 신학은 어떠한 변화를 맞이할 것이며,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신학자로서 이 질문에 대해 자신 있게 대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인공지능을 다루는 분야가 신학과는 거리가 먼 과학기술의 영역이고, 인공지능이 미래에 몰고올 변화의 폭이 너무나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공지능 전문가를 초청하여 특강을 듣는다고 해서 뾰족한 해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들로부터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배울 수 있지만 신학이나 기독교 신앙의 방향을 잡는 것은 결국 신학자나 목회자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 서 과학기술 시대의 목회와 신학은 과학과의 학제적 대화Interdisciplinary Dialogue 를 외면할 수 없음이 자명하다.

 

다가올 인류의 미래가 인공지능이 가져올 엄청난 이점으로 인한 유토피아Utopia가 될지, 아니면 그 치명적 위험이 실현되어 디스토피아Dystopia 혹은 종말이 될지 아직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일상화될 것은 자명하다.

과거 20년 전과 비교하여 오늘날 휴대폰이 우리의 일상에 가져온 변화의 폭보다, 향후 20년 이내에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의 폭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인공지 능으로 인해 달라질 미래상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기존의 신학으로는 대답하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구약성서의 바벨탑 사건은 하늘까지 닿는 높은 탑을 쌓으려는 인간의 교만을 보여준다.

인공지능의 자연언어 기술로 인해 언어의 장벽이 사라지고, 로봇공학과 자동화, 그리고 사물인터넷에 의해 연결성이 극대화되는 미래는 구약의 바벨탑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면 기독교는 무조건 인공지능을 반대 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인가?

 

모든 언어를 이해하고, 정보와 물질이 연결되며, 사물인터넷과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지전능한 능력을 보여줄 인공지능의 도래를 보며 우리는 언뜻 바벨탑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설령 인공지능이 아니더라도 오늘날 인간은 무분별한 탐욕으로 인해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하나님의 창조에 의해 이 땅에 번성했던 수많은 피조물들을 멸종시키고 있으며, 인류 자신도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또한 부의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는 가운데, 인종, 성, 문화, 민족, 이념, 종교가 다르다고 서로 장벽을 쌓고 테러를 감행하고 총칼을 겨누는 분열과 대결의 삶을 살고 있다.

즉 인간은 이미 하나님의 창조동산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한 신학의 유력한 출발점은 구약성서의 창조신학일 것이다. 

그것은 "창조주 하나님은 선하신 분이고, 이 세계는 모두 그분의 말씀에 의해 창조되었으며, 그분이 만드신 이 세계 는 보기에 참 좋은 아름다운 곳이고, 피조물 중 으뜸인 인간은 창조 주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존귀한 존재"임을 선포하고 있다.

 

이 메시지는 이스라엘이 번창할 때 얻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민인 이스라엘 백성들이 나라를 잃고 바빌로니아 제국의 포로로 전락 했을 때, 즉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 주어진 말씀이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두려움과 불안이 엄습하는 이 시대지만, 우리가 하나님 앞에 바르게 서서 올바른 질문을 던진다면 하나님께서는 시대의 상황보다 더욱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를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기독교 교리는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신 이유가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찬양하게 하고 그들을 구원하시기 위함"이라고 가르친다.

만일 인공지능을 개발한 인간의 행위가 하나님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면, 인공지능도 하나님을 찬양하는 데 사용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선교의 도구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 신앙이 고백 하는 하나님의 본질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통해 계시되었고, 그것 은 십자가의 희생을 통해 생명을 나누어주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의 능력과 편리함도 확대됐지만, 그에 상응하여 파괴 능력도 증가하였다.

우주 안에서 놀라운 성취를 이룩한 인간은 이제 그 능력에 걸맞은 영적 각성을 요청받고 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생명이 우주 안에 출현한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깨달음이다.

이제 인류는 조화로운 우주를 찬미하고, 아름다운 지구 생명체들과 함께 삶을 경축하며, 형제자매인 인류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꾸어야 한다.

 

알파고가 가장 최적의 수를 찾아내듯이, 만일 인공지능에게 위기에 처한 인류의 올바른 생존방법에 대해 묻는다면, 아마도 인공 지능은 인류에게 올바른 길을 알려줄 것이다.

그러므로 무조건 인공 지능을 교만의 산물인 바벨탑으로 규정하고 반대할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선한 도구가 되어 하나님 말씀 앞에서 늘 불충하고 미완숙 한 존재인 인간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그 방향 을 제시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바벨탑이 아니라 인간과 더불어 하나 님의 창조동산을 가꾸는 인간의 좋은 친구가 되도록 기독교가 이끌 어야 할 것이다.


출처 : 신학자의 과학 산책 (저자 김기석, 출판 새물결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