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 418

제 5 부 : 07. 우주와 인간

제 5 부 : 과학과 영성 사이에서 07. 우주와 인간 근대과학은 우리에게 이 우주가 얼마나 크고 오래되었는지 알려주었다. 공간적으로 볼 때 우주의 크기는 인간의 언어로 도저히 표 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그 속에서 인간은 티끌보다도 작은 존재다. 지구에 비해 지름이 약 백배이며 태양계의 질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태양조차도 우주 안에서는 극히 보잘것없다. 왜냐하면 태양은 수 천억개의 은하들이 각각 수천억개씩 품고 있는 별들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시간적으로 봐도 약 138억년에 달하는 우주의 역사에 비해 인간의 역사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을 정도로 짧다. 그렇다면 우주는 인간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까? 우주는 그 자체로 너무 크고 긴 역사를 지녔으므로 티끌보다도 작은 존재인 인간이 있든 말든..

산책을 마치며 :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산책을 마치며 :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1. 과학이야기 : 우리는 별에서 왔다가 별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는 별에서 왔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의 기원은 수소를 제외하고 모두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졌다. 가장 먼저 생겨난 수소와 헬륨은 빅뱅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들어졌다. 수소와 헬륨 외에 대부분의 다른 원소들은 모두 별이 폭발하면서 만들어졌다. 태양 보다 질량이 몇 배나 무거운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탄소를 비롯하여 우리 몸을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어 우주 공간에 흩뿌려 놓았고 그것들이 지구에 모여 생명이 탄생하고,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우리가 출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TV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만 별에서 온..

1-5-3. 두 관점의 비교

1-5-3. 두 관점의 비교 우주의 기원에 관해 전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과학자가 우주의 기원을 빅뱅으로 설명하자, 그렇지 않다면서 우주는 거대한 거북이가 등으로 떠받치고 있다고 반론을 제기한 사람이 있었답니다. 그렇다면 그 거북이는 누가 떠받치고 있냐고 과학자가 묻자 그 거북이는 다른 거대한 거북이가 떠받 치고 있다고 답했답니다. 그럼 그 거북이는 누가 떠받치고 있냐고 묻자 그 사람이 그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밑으로 계속 거북들이라고  농담 같은 이 이야기가 우주의 기원을 명확히 밝히기 어려운 근원적 한계를 잘 보여 줍니다. "우주가 빅뱅에서 기원했다면 빅뱅은 어떻게 생겼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요? 스스로 존재하는 신이 빅뱅을 통해 우주를 창조 했다는 설명이 ..

쉼터/대화 2024.04.25

1-5-2. 기독교 유신론

1-5-2. 기독교 유신론  기독교 유신론은 이 질문들에 어떤 답을 내놓을까요? 우주는 우주를 창조하기로 작정한 창조주의 뜻과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우주가 수학적이고 자연법칙으로 질서 있게 잘 기술되는 이유는 창조주의 성품을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성경의 하나님은 신실하고 약속을 지키고 오래 참고 동일한 분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처럼 자연계에 마구 간섭하는 변덕스러운 신이 아니라 창세기 1장에 기술되어 있듯이 무질서에 질서를 하나하나 부여해 규칙적이고 안전한 우주를 창조한 분입니다. 우주의 수학적 특성과 자연법칙은 바로 창조주의 성품을 반영합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했습니다. 하나님을 대신해서 창조 세계를 보존하고 다스리도록 인간을 창조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인간..

쉼터/대화 2024.04.25

1-5-1. 과학주의 무신론

1-5-1. 과학주의 무신론 과학주의 무신론의 입장은 물질이 목적 없이 진화해서 우연히 인간을 만들어 냈으며, 인간이 신이라는 개념을 발명했지만 이제는 과학으로 모든 것이 설명 가능하므로 신이라는 개념은 불필요하며 종교는 폐기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그러나 이런 무신론의 세계관으로는 우주가 던지는 근원적인 질문들에 답하기가 버거워 보입니다. 도킨스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면 신은 누가 만들었는가"라고 질문합니다. 그러나 이 질문은 그리스도인에게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그리스도인들이 믿는 신은 누가  만든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존재하는 신이기 때문입니다.반면, 무신론자들에게 그리스도인은 이렇게 물을 수 있습니다.물질이 인간을 만들어 냈다면 그 물질은 누가 만들었는가?무신론자들은 이 질문에 명쾌..

쉼터/대화 2024.04.25

1-1. 아메리카와 캐나다, 그리고 파자놀이

1. 아메리카와 캐나다, 그리고 파자놀이  아메리카와 캐나다라는 국명을 지으신 분이 우리 민족사에서 최고의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대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이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진실이지만,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자랑스러운 역사적 사실이다.  영국으로부터 신대륙의 독립을 이끌어낸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제임스 매디슨, 벤자민 프랭클린 등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 of the United States)은 머나먼 극동의 조선이라는 나라에 세종대왕 이라는 성군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새로 건국한 나라의 이름을 작명해달 라는 청을 하기 위해서 사절단을 보낸다.  하지만 그 당시 세종대왕은 한글 창제로 한창 골머리를 앓던 때였다. 그는 훈민정음 창제가 제대로 진척되지..

1-2. 도푸강과 성경 무오

2. 도푸강과 성경 무오  혹시 독자들께서는 "도푸강"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이 말을 처음 접했던 것은 지금부터 약 20여 년 전 일본에 머물 때였다. 나는 1995년부터 1996년까지 만 1년 동안 일본 회사에 파견 근무를 나갈 기회가 있었다.  동경만 횡단도로(東京灣橫斷道路)는 1990년대 중반 일본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발주했던 대표적인 대형 토목 건설 프로젝트였다. 동경만 횡단 도로는 약 10km에 걸친 해저 터널과 바다위를 가로지르는 5km가량의 교량으로 구성된 복합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다. 당시 나는 해저 터널 부분이 가와사키(川崎)라는 도시 연안에 조성된 인공 섬에 접속되는 구조물을 축조하는 현장에서 근무했었다. 물론 나를 제외하고는 주변 사람 모두가 다 일본인 엔지..

1-3. 일치주의

3. 일치주의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은 우리 기독교의 성경과는 달리 권수의 구별이 없이 총 11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이라는 말은 아랍어로 "수라"라고 하 는데, 성경처럼 1장, 2장 같은 숫자로 불리지 않으며 각 수라마다 고유한 이름이 있다. 첫번째 수라는 "알파티하", 두번째 수라는 "바까라", 세번째 수라는 "이믈란"이라고 불리며 이러한 고유한 이름들은 마지막 114번째 수라인 "나쓰"까지 계속된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에는 중동 및 북부 아프리카, 파키스탄 및 방글라데시 출신의 직원들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 이슬람교 신자들이다. 이들 중에서 특별히 나와 가깝게 지내는 몇 사람이 있는데, 점심 때 같이 식사 하러 나갈 때면 종종 곤란한 경우가 발생한다. 아시다시피 이들은 코란의 계율을 따라 돼지고..

1-4. 일치주의적 창조과학

4. 일치주의적 창조과학  3장에서 설명했듯이 창조과학은 일치주의적 성경 해석을 따르는 창조과학과 비일치주의적 성경 해석을 따르는 창조과학, 크게 두 가지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일치주의적 성경 해석을 따르는 창조과학은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1) 젊은 지구론(Young Earth Creation) 2) 성숙한 지구론(Creation with the Appearance of Age) 3) 간격 이론(Gap Interpretation) 4) 날시대 이론(Day-Age Interpretation)  젊은 지구론에서 날시대 이론으로 옮겨갈수록 성경 해석에서 문자 주의적 극단성은 감소하며 물질의 기원, 즉 지구와 우주의 기원에 관한 과학적 설명을 받아들이는 수용성이 더 커진다. 아래 그림을 참고하길 바 란다...

1-5. 비일치주의적 창조과학

5. 비일치주의적 창조과학  일치주의적 해석에 기초한 창조과학은 현대 과학이 제공하는 물질의 기원, 지구와 우주의 기원에 대한 설명을 수용하는 정도에 따라서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것을 살펴보았다. 이번 장에서 살펴볼 비일치주의적 해석을 따르는 창조과학도 몇 가지 입장으로 나눌 수 있는데, 비일치주의적 해석에 의한 창조과학에서는 지구와 우주의 기원, 즉 물질의 기원에 관해서는 아무런 이견 없이 오래된 우주와 오래된 지구라는 과학적인 설명을 전부 수용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비일치적 해석에 의한 창조과학은 생명의 기원과 다양성을 설명하는 현대 생물학의 "진화론"을 어느 정도까지 수용하는가에 따라서 3가지로 분류된다. 즉 물질의 기원에 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생명의 기원에 대한 입장의 차이에 따라 서로..

1-6. 부도덕과 비도덕

6. 부도덕과 비도덕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소포클레스가 쓴 웅장한 비극인 '오이디푸스 왕'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주인공 오이디푸스는 테베 왕 라이오스와 왕비 이오카스테의 아들로 태어났다. 테베 왕 라이오스는 갓 태어 난 아들이 자신을 죽이고 생모를 부인으로 취할 운명을 타고났다는 아폴론신의 신탁을 듣고 신하에게 갓난아이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그 신하는 갓난 왕자를 차마 죽이지 못하고 들판에 내다버렸으며 들에서 양을 치는 목동들이 이 갓난아이를 발견하고 자식이 없었던 코린트의 왕 폴리버스와 왕비 메로페에게 바친다. (사도 바울이 쓴 고린도전후서의 고린도가 바로 이 코린트다.) 코린트의 왕 폴리버스는 이 갓난아이를 친자식 처럼 길렀다. 오이디푸스란 이름을 얻게 된 이 갓난아이는..

1-7. 창조를 어떻게 볼 것인가?

7. 창조를 어떻게 볼 것인가?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 감독이 연출한 "아바타"(Avatar)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다. 아바타에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자연주의적 신관이 극명하게 나타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판도라 행성에 있는 모든 식물과 동물들은 초자연적인 주술적 능력이 있는 신적 존재들이다. 에이와(Eywa)라고 불리는 나무씨, 온갖 식물, 그리고 동물 하나하나에 전부 주술적 신성이 깃들어 있으며 이 행성의 원주민인 나비(Navi) 족은 자신들 주변의 모든 식물 및 동물들과 더불어 이 주술적인 힘에 의해 자연의 일부로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장면이 영화 전편에 걸쳐 묘사되고 있다. 고대 인류가 가지고 있던 주술적 자연관이 역설적으로 현대 첨단 과학 영화를 통해 생생하게 ..

1-8. 양식과 상식, 그리고 사이비 과학과 종말론

8. 양식과 상식, 그리고 사이비 과학과 종말론  만일 "모든 종류의 암을 100% 완치할 수 있는 획기적인 항암제가 개발됐다”는 소문이 SNS를 통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의학계나 약학계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이 조용하다면, 그렇다면 사람들은 과연 이 소문을 신뢰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기적의 항암제를 둘러싼 정황들에 대해 침묵과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당연히 이 소문이 아무 근거 없는 헛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적인 행동일 것이다.  언젠가 나는 "대한민국에는 가톨릭과 '카톡교가 있다"란 말을 들은 적이있다. 이 말은 근거 없는 루머들이 카카오톡과 같은 SNS를 통해 개신교 내에서 급속도로 퍼지는 현상을 풍자한 말이다. SNS를 통해 전파되는 소문 중에는 과학과 관련된 것들도 상당..

1-9. 한 손에는 성경을, 한 손에는 신문을

9. 한 손에는 성경을, 한 손에는 신문을   과학의 발달은 신앙에 대한 도전일까?  『만들어진 신』, 『이기적 유전자』 등 수많은 대중 과학 베스트 셀러를 저술한 리처드 도킨스 박사는, 종교는 인류가 지성적으로 계몽되지 못한 시대에 만들어진 반지성적 문화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종교란 과학이 발달하고 인류의 지성이 향상된 현대 세계에는 더 이상 필요 없는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에 따르면 신을 믿는다는 것은 어린아이가 요정이나 산타 클로스의 존재를 믿듯이 유아적이고 비지성적이라는 것이다.리처드 도킨스는 최근 들어 종교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훨씬 누그러뜨리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런 과학적 무신론(Scientific Atheism) 에 사로잡혀 있는 과학자들의 말을 듣고 있자면 ..

2-1. 미토콘드리아 이브와 반면교사

1. 미토콘드리아 이브와 반면교사  내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회사는 중부 캘리포니아에서부터 남부 캘리포 니아까지 130,000평방km에 이르는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기회사다. 대한민국 국토의 넓이가 약 100,210평방km이므로 대한민국 국토 면적보다 더 넓은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 북쪽의 이글락(Eagle Rock)이라는 도시에 회사가 소유한 오래된 변 전소 하나가 있다. 수명이 오래된 변전소답게 노후한 고전압의 변전 장치 들과 낡은 건물들이 어우러져 을씨년스러운 느낌마저 드는 곳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곳이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자나 TV프로그램 제작자들에게 인기 있는 촬영 로케이션 장소가 되어버렸다. 니콜라스 케이지와 존 트라볼타가 출연한 "페이스 오프"(F..

2-2. 예수님의 DNA는 개미 혹은 꿀벌?

2. 예수님의 DNA는 개미 혹은 꿀벌?  대다수 동물들은 모계에서 받은 염색체와 부계에서 받은 염색체, 즉 쌍을 이루는 염색체 배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개미나 벌 같은 벌목에 속하는 곤충의 수컷은 미수정란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이들은 한 쌍의 염색체가 아닌 오직 모계 쪽 염색체만 지니고 있다. 이처럼 한 쌍의 염색체를 보유하지 않고 모계나 부계 쪽에서 받은 염색체만 갖고 있는 상태를 반수체 (haploid)라고 한다.  몇 년 전 일이다. 스페인의 오비에도 성당에 있는 예수님의 수의로 추정되는 옷에 묻어 있는 혈흔에서 인간의 DNA가 검출됐다는 글이 그리스 도인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된 적이 있었다. 지금도 인터넷을 검색 해보면 이와 관련한 글들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은 23쌍..

2-3. 롤러코스터와 황룡사 9층 목탑

3. 롤러코스터와 황룡사 9층 목탑  내가 첫 해외 여행을 한 것은 1992년 대학교 4학년 여름 방학 때였다. 당시 외삼촌이 살고 계시는 로스앤젤레스를 약 2주간 방문했었다. 그때만 해도 십수 년 후에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갈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난생처음 해보는 해외 여행인지라 여러 가지 신기한 것들이 참 많았다. 그 당시 젊은 토목 공학도의 마음을 가장 크게 흔들어놓은 풍광은 캘리포니아 주의 고속도로망이었다. 도로의 노면 상태는 시공된 지 오래되어 좋지 않았지만 그 방대한 고속도로망과 다양한 종류의 교량들은 참으로 경이롭게 보였다.  또 하나 당시 놀이 공원을 방문하고 크게 놀랐다. 로스앤젤레스 북쪽에 위치한 발렌시아(Valencia)란 도시에 있는 매직 마운틴(Magic Mountain) 이..

2-4. 노아의 방주는 급격한 진화를 촉발하였는가?

4. 노아의 방주는 급격한 진화를 촉발하였는가?  리처드 도킨스는 『지상 최대의 쇼』라는 책에서 1950년대에 러시아(실험이 시작될 당시는 구소련)에서 실시했던 은 여우 품종 개량 실험에 대한 재밌는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은 여우는 붉은 여우 종(Species) 중에서 유달리 반짝이는 풍성한 은빛 털끝을 가진 변종 개체를 일컫는다. 이 특이한 변 종은 1883년 캐나다에서 돌연변이에 의해 나타났다. 이 화려하고 매혹적인은 여우의 털은 곧바로 전 세계적인 여우 모피 산업 대유행을 일으켰다. 러시아 정부는 다루기 힘든 이 야생의 은 여우를 개량해 사육하기 쉬 운 품종으로 만들기 위해서 유전학자인 드미트리 벨랴예프를 은 여우 모피 농장의 총책임자로 임명했다.  야생성이 강한 은 여우들은 사람이 쓰다듬으려 하..

2-5. 리오널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그리고 패러다임

5. 리오널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그리고 패러다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단일 종목으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를 꼽으라면 아마도 축구가 아닐까 싶다. 축구는 지역에 관계없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축구는 상대편 골문으로 공을 더 많이 집어넣으면 이기는 단순한 규칙을 갖고 있지만, 이를 위해 11명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창의적이고 기발한 전술을 만들고 또 선수 각자의 능력에 따라 현란한 개인기들이 속출하는 묘미를 지녔기에 전 세계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나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의 연봉은 200억 원을 훌쩍 넘어간다. 1985년생인 호날두와 1987년생인 메시는 축구계에서는 별 중의 별로 불리며 그 뒤를 ..

2-6. 과학과 세계관

6. 과학과 세계관  중세 유럽은 가톨릭의 억압 속에 인간의 이성적 활동이 탄압을 받던 지적 암흑기였다. 그리하여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자연 과학적 성취들이 완전히 명맥을 잃고 천 년 이상 사장되었다. 인류의 물리학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겼던 학자들의 순위를 매긴다면 아마 아인슈타인과 아이작 뉴턴이 1, 2위를 다툴 것이다. 300년 전 시대에 살던 아이작 뉴턴이 타임머신을 타고 현대로 와서 현대 물리학회에 참석한다면 그는 아마 무슨 이야기 들이 오고가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약 150여 년 전에 『종의 기원』을 썼던 찰스 다윈이 현대 세계로 온다면 요즈음 공부 좀 한다고 하는 고등학생들보다 오히려 생물학 지식이 떨어질 것이다. 따라서 천 년 이상의 시간에 걸쳐 인간의 이성과 학문적 성..

2-7. 달이란 밤하늘에 떠 있는 치즈 덩어리다

7. 달이란 밤하늘에 떠 있는 치즈 덩어리다  캄캄한 밤하늘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는 달, 그 모양이 날짜에 따라 시시 각각 변하며 때로는 시야에서 사라지기도 하는 달은 예로부터 인류에게 신비스러움과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었다. 달은 성적 상징성에 의한 고대인들의 노골적인 생산 숭배 신앙에서부터 어린아이들이 즐겨 듣던 토끼가 방아 찧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인류의 종교심과 상상력을 자극했다. 달은 과연 어떤 물질로 이루어져 있을까?  973g의 무게를 지닌 월석 10017은 아폴로 11호가 달표면에서 채취한 암석 중 가장 부피가 큰 샘플이다. 다양한 성분으로 구성된 월석 10017에 대해 충격파 속도를 측정한 결과 1.84km/sec 이라는 측정값을 얻었다. 지구 상에 있는 다른 물질들에 대해서도..

2-8. 법칙과 이론

8. 법칙과 이론  독자들이 후크라는 이름을 듣게 된다면 아마 피터팬에 나오는 해적 선장 후크를 떠올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문학적 감수성보다는 숫자와 공식에 빠져 살아가는 이공계 출신들에게 후크란 이름은 피터팬의 후크 선장(Captain Hook)보다 17세기 영국의 물리학자인 로버트 후크(Robert Hooke)가 더 친근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기계 공학이나 토목 공학을 업으로 삼은 이들은 탄성 이론과 관련된 후크의 법칙을 잘 알고 있으리라. 후크의 법칙이 생소하신 분들을 위해서 공식을 인용해보겠다.  F = kx  일반인은 물리학 공식이라는 소리만 접해도 굉장히 복잡하고 골치 아플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후크의 법칙은 매우 간단하다. 저 공식을 우리의 일상 언어로 번역하면 그 의미는 더욱 간단하..

2-9. 김연아 선수의 연기와 엔트로피

9. 김연아 선수의 연기와 엔트로피  1970-80년대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이 여름 방학 때 놀러갈 수 있는 최고의 장소는 아마 시골에 있는 본가 내지는 외갓 집이 아니었을까 싶다.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뵙고 몇 주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그 당시 방학을 보내는 학생들에게 줄 수 있 는 가장 큰 선물이었을 것이다. 초가지붕이 주를 이루던 시골의 저녁 풍경은 정말 푸근하고 아늑했다. 땅거미가 서서히 지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 이면 초가지붕 사이로 솟구친 굴뚝에선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장작 타는 냄새와 뜸드는 밥의 구수한 내음이 섞여 마을 어귀까지 퍼져나간다. 그러면 집으로 돌아와 할머니가 차려주신 저녁상을 뚝딱 해치우고 아직 여름 저녁 해..

2-10. 석유 산업과 물고기 화석

10. 석유 산업과 물고기 화석  2013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회사에서 가깝게 지내던 인도 출신 친구 하나가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났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회사에 프로젝트 엔지니어로 취직했다. 그 친구는 인도에 계신 부모님을 만나러 일 년에 한 번씩 인도를 방문했는데 로스앤젤레스에서 인도까지의 거리가 만만치 않아 3주간의 휴가 중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이 거의 나흘이나 된다고 항상 고충을 털어놓곤 했다. 그는 미국에 비해서 휴가 일수가 몇 배 더 많은 반면 상대적으로 근무 강도는 높지 않고, 무엇보다도 5-6시간 비행으로 인도에 갈 수 있는 곳으로 이직을 했으니 부모님을 찾아뵙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더욱 놀란 것은 그 회사의 급여 및 복리 후생 시스템이었는데 믿기지 않을 정도로..

2-11. 구조물에 사용되는 충진재와 진화 이야기

11. 구조물에 사용되는 충진재와 진화 이야기  우리가 거주하는 집을 자세히 살펴보면 창틀 혹은 문틀이나 벽, 목욕탕의 욕조와 욕실 타일, 또는 수도 파이프와 세면대가 맞닿아 있는 부분 등은 어김없이 빈틈을 메워주는 충진재가 덧입혀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이처럼 건축 구조물에서 물성이 다른 이질적인 두 재료가 만나는 부분에서 발생하는 틈새를 메우기 위해 시공하는 충진재를 코킹 (caulking) 재료라고 부른다. 건축 구조물은 주로 정적인 하중을 감당한다. 반면 도로나 교량 그리고 항만 같은 토목 구조물은 달리는 자동차, 기차, 이착륙하는 비행기, 파랑과 너울 등에 의한 동적 하중을 감당한다. 이러한 동적 하중을 감당하는 부재들의 틈새를 메우는 역할을 하는 재료를 실란트(sealant)라고..

2-12. 합본된 두 권의 하드커버 책

12. 합본된 두 권의 하드커버 책  벌써 몇 년 전 일이다. 서울에 사는 누이동생이 캘리포니아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누이동생은 제한된 일정 때문에 오래 머물지는 못했지만 조카들에게 줄 선물을 나와 함께 사러 갔다. 누이동생은 고등학교에 입학 하는 큰 조카를 위해 백팩을 사려고 했는데, 고르는 백팩 종류들마다 전부 나를 의아스럽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모두 작은 크기의 백팩을 고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시다시피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1980년 대만 해도 학과목들이 많아 늘 가방에 책을 빼곡히 넣어가지고 다녀야 했기에 큰 가방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학교마다 사물함이 있어서 많은 책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한다. 아무튼 내가 1980년대 중반에 치른 대입 학력고사는 아마 대입 ..

2-13. 고리종 이야기

13. 고리종 이야기  1991년은 내가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첫 해였다. 복학 후 첫 학기를 우여곡절 끝에 마치고, 경북 점촌 지역에서 열린 여름 농촌 선교에 참여했다. 하루 늦게 출발한 탓에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내려가지 못하고, 승용차를 타고 점촌으로 향했다. 당시 충청북도 괴산에서 문경새재를 넘어가는 길에 발견했던 두 가지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첫 번째는 언어였다. 괴산에서 문경으로 다가갈수록 충청도 사투리가 점점 경상도 사투리로 변하더니 괴산과 문경의 경계에서 접했던 말은 충청도 사투리인지 경상도 사투리인지 분간이 안되다가 새재를 넘는 순간 경상도 사투리로 분명하게 바뀌는 것을 확인했다. 언어적 점이 지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경험이었다.  두 번째는 충청도에서 ..

2-14. 풀을 먹는 호랑이

14. 풀을 먹는 호랑이  우크라이나 출신의 작가 니콜라이 바이코프(Nicolai Baikov)의 작품 중 「위대한 왕」(아모르문디 역간)이라는 소설이 있다. 백두산과 만주 산림을 누비는 한국산 호랑이가 주인공인 이 소설은 동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동물 문학 작품 중 탁월한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에는 주인공인 호랑이가 호두나무 밑을 지나다가 호두를 깨물어 먹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육식을 하는 호랑이가 견과류 같은 식물의 씨앗을 깨물어 먹는 것이 상당히 생소한 느낌을 준다. 몇 년 전에는 중국의 한 동물원에서 번식기 때 풀을 뜯어 먹는 호랑이가 실재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도 있었다. 아마도 『위대한 왕』의 작가인 니콜라이 바이코프도 만주에서 수십여 년 동안 머물면서 호랑이가 호두를 먹는 것을..